저자 - 신 상 숙
1. 젠더, 몸, 정체성
1) ‘젠더’의 문제의식
지난 1995년에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는 남녀 양성의 성별을
나타내는 용어로서 젠더(gender)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오늘날 과거 섹스(sex)로 표기되었던 용어들이 젠더(gender)로 전환
되고 후자가 점차 공식적인 용어로 자리잡아 가는 추세에 있는 것은 사회문화적
으로 형성된 성별의 차이와 이로 인해 야기되는 불평등과 차별을 의식적으로 극
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성’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말이며, 자연적이고 개인적인 사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성문화가 작동하는
한 사회에서 개인들의 몸에서 해부학적인 특징의 차이로 드러나는 생물학적 성
으로서의 섹스(sex)는 단지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성’과
‘여성성’의 차이를 규정하는 문화적 가치와 규범들을 통하여 그 의미를 부여
받음으로써 사회문화적인 젠더(gender)로 거듭난다. 이처럼 사회문화적으로 구성
되는 젠더의 차이는 타자를 지향하는 성적인 욕망 및 행위와 연관되는 섹슈얼리
티(sexuality)의 흐름이 일정한 방향을 벗어나지 않도록 규제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므로 성을 ‘성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한 사회의 성문화이며, 이 성
문화라는 의미복합체 안에서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는 상호연관을 맺고 있다고
정리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