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장애계NOW > 연구논문/단행본
한국시각장애인의 역사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저자: 임안수
머리말
시각장애인의 역사는 모든 인간의 역사가 그러하듯이 부적합한 상태에서 적합한 상태로 옮겨가기 위한 긴 투쟁의 역사이다. 맹인들은 수없는 세월을 거치면서 경멸과 천시, 가난과 무지, 차별과 학대 등 많은 사회적 병패와 부조리를 극복하기 위하여 싸워왔다. 따라서 현재 맹인의 삶은 수천 년 동안 발전해 온 생활 조건의 변화와 그들에 대한 사회적 태도 변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맹인들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1906년에 맹청이 일본 상인에게 팔린 후, 맹청에 전해 내려오던 많은 기록 문서들을 1909년에 모두 불태워 버렸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문서들은 맹청과 문생청의 조직, 회원의 명단, 맹청의 운영 지침, 장부, 경문, 복서 등에 관한 기록들이었다고 한다. 필자는 그 신빙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1986년에 대한맹인역리학회 부산지회에 1900년부터 1940년까지의 경남맹인복청에 관한 문서들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문서들을 보면서 불태웠다는 맹청에 관한 기록 문서들도 실존했음을 믿을 수 있었다.
그 후 대한맹인역리학회 지도자였던 지중현, 송춘식, 안성균 선생 등을 만나 조선시대 맹인들의 역사에 관하여 채록하고, 때로는 전화를 통하여 문의하여 생생하고 진실된 맹인의 역사에 대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증언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많은 고심을 하면서 문헌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증언은 역사적 기록으로 입증되는 것이 많았다.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의 왕들 중에서 맹인이 많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안질환이 발생했을 때 침이나 뜸 또는 한약으로는 치료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맹인이 많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왕들의 실명에 관한 장에서는 다소 지루하더라도 조선왕조실록의 자료를 많이 제시하였다. 또한 맹인에 관한 자료는 매우 단편적인 것이 많았기 때문에 책으로 엮어나가는데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 왕들과 유신들이 실명 과정에서 보여주는 행동이나 말이 시각장애와 관련된 심리의 일면을 잘 나타내고 있어 시각장애 교육과 재활을 전공한 필자로서는 해석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