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활동보조인 교육>
제1장 장애의 이해
1. 장애 정의의 중요성
우리가 ‘어떤 대상을 정의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대상을 사전적 의미로 설명한다는 뜻만은 아닐 것입니다. 대상을 어떻게 개념 정리하느냐에 따라 그 대상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까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사회가 변하고 가족 구성이 바뀌면서 호칭도 바뀌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이라고 하면 으레 그 집안의 아버지였지만, 이제는 소년ㆍ소년 가장도 있고 어머니 가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부는 당연히 어머니로 생각했는데, 요즘은 남편이 전업주부를 하는 가정도 생겨났습니다. 이런 현상은 가족과 그 구성원에 대한 사회적 정의가 바뀌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보다 더 복잡한 개념의 변화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예전에는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창녀’나 ‘윤락녀’라 불렀습니다. 남자들과 어울려 성적 유희를 즐기는 타락한 여자라는 뜻입니다. 그 후, 이 말은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지나치게 도덕적으로 폄하한다는 이유에서 성을 파는 직업여성 즉, ‘매춘여성’으로 바뀝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이후 여성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성매매여성’이라는 말로 대체됩니다. ‘성’은 파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는 사람도 있기에 ‘매매’로 불러야 한다는 여성계의 주장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때부터 성매매 행위에서 사는 사람인 남자에게도 책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성매매피해여성’이란 말이 생겼습니다. 성매매를 하는 여성은 피해자이고 성을 사는 남자가 가해자라는 뜻입니다. 이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어 여성이 아닌 남성이 성매매에 대한 법적, 윤리적 책임을 져야하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게다가, 성매매피해여성들은 자신들을 ‘성노동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창녀’라는 말이 수백년을 거치는 동안 ‘성매매피해여성’, ‘성노동자’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사회의 변화에 따라 특정 대상의 개념도 바뀌기 마련입니다. 장애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를 ‘개인적, 의료적 대상’으로 정의하느냐 ‘정치적, 사회적 대상’으로 정의하느냐의 문제는, 결국 장애인의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출발선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장애를 누가 정의하느냐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성매매의 정의를 남성이 하느냐 여성이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처럼, 장애에 대한 정의를 당사자가 하느냐 관련 전문가들이 하느냐에 따라 장애인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장애 개념을 둘러싸고 전문가들과 장애인 당사자들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