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배경 및 의의>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이하 편의증진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나고 있다. 지난 84년 ‘거리의 모든 턱을 없애주세요’라는 유서로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물리적 환경개선이 어떤 의미인지 죽음으로 보여준 고(古) 김순석씨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다가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사망한 백원욱씨 사건을 계기로 법, 제도 개선의 움직임이 97년 ‘편의증진법’으로 결실을 맺게된 것이다. 물리적 장벽을 없애자는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법, 제도적 근거는 지난 85년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과 88년 건축법 시행규칙 25조, 55조의 신설, 89년 장애인복지법의 전면 개정으로 33조에 국가적 책임을 명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장애인복지법 제33조와 동법 시행령 제30조에서 규정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세부지침인 「장애인편의시설 및 설비의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은 94년 12월 30일 제정되어 9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다가 98년 4월 11일 「편의증진법」시행으로 폐지되었다. 따라서「편의증진법」은 좀 더 구체적이고 편의시설설치를 강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법은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이동과 시설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하도록 보장함으로써(접근권) 이들의 사회활동 참여와 복리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되었으며, 장애를 가진 사람과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이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들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시설 실태조사를 통해 설치 및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상시설 범위와 내용에 있어 개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이유는 대상시설이 도로,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교통수단, 통신시설로 한정되어 있으며, 공중이용시설도 일정규모 이상에 해당되어야만 적용을 받기 때문에 대상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편의시설에 대한 종류도 한정되어 있으며, 화장실 등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데 5개 이상 화장실이 있는 시설에만 장애인용좌변기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어 실제 법 취지에 맞는 접근권을 보장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종래의「장애인편의시설 및 설비의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이 단지 건축물의 설치기준과 이동에 관한 편의제공이라는 소극적 대처에 불과한 것이었기 때문에 편의증진법의 제정은 장애인등 이동약자의 이동권과 접근권을 확보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보여지지만, 법에서 강제하는 대상시설이 한정되어 있어 모든 일상생활영역을 포괄할 수는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동, 접근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했다는 것은 이후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한다. 우선은 시행과정을 잘 지켜본 후에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문화시설의 물리적 장벽에 대한 실태조사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 생활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일상공간, 그 중에서도 인간의 삶을 가장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인 ‘문화’의 장으로써의 접근성을 조사한 것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본 실태조사 대상시설은 서울, 경기지역에서 대중적이고 접근이 용이한 33곳의 문화시설이다. 문화시설에 대한 정의와 규모, 시설주(편의시설 설치의 책임 소재)가 모두 달라 선정에 있어 애매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전체 문화시설을 모두 조사하기에는 시간과 인력 등에 어려움이 있어 가장 대중적인 문화시설 33곳을 임의로 선정하여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본 실태조사 대상시설 중에 규모가 큰 시설은 법의 규정을 받고 있어 대체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지만 영세한 작은 규모의 문화시설은 모든 부분에서 열악함을 보였다. 규모가 큰 시설은 서울시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대중문화정책 일환으로 실시되는 것이라 규모와 환경이 매우 뛰어났다. 비록 편의시설 설치 연계성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근래 지어지거나 새로 보수를 진행하고 있어 장애를 가진 사람이 스스로의 힘으로도 이동,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이 되길 기대해 본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소극장 등은 대체로 들어가는 주출입구부터 접근이 용이치 않다. 문화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경제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 보니 물리적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비장애인들도 좁은 좌석에, 한 줄로 서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니 장애를 가진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자명한 사실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실태조사는 순위를 정하거나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곳을 지적하기 위해 실시되지 않았다는 것을 서두에 밝히고자 한다. 단지 우리 문화시설이 장애인등의 이동약자가 얼마나 쉽게,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지 현재의 상황을 점검하기 위함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화시설이 좀 더 가깝고 편리한 휴식의 공간이자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문화생활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