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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초점 장애인 차별하는 순천만 스카이큐브
2020-02-11 08:08:20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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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차별하는 순천만 스카이큐브

 

  • 조봉현 객원논설위원

 

 

 
문학관역에 내려도 휠체어는 밖으로 나갈 수 없어
국제정원박람회 개최한 국제시설에서 장애인 차별
문학관의 내부 전시물도 휠체어 장애인에겐 그림의 떡

언젠가 순천만 국가정원과 순천만 갈대습지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 곳은 지형의 대부분이 평지를 이루고 있어, 장애인의 이동환경이 좋은 편이다. 따라서 장애인들이 관광을 즐기는데 이보다 좋은 장소도 흔치 않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면서 건설이 되었기 때문에 국제적인 관광지라 할 수 있다.

국가정원에서 갈대습지 쪽으로 5km정도 떨어진 지점에는 순천문학관이 있다. 순천문학관은 순천 출신 문인 정채봉과 김승옥을 기념하는 각각의 문학관과 복합문학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호젓하게 차를 마시면서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낭트정원이라 불리는 소정원이 꾸며져 있다.

그리고 순천문학관에서 동천의 제방을 따라 1km정도만 더 이동하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순천만 갈대습지가 있다.

순천만 스카이큐브_문학관역 전경 사진
순천만 국가정원 내 문학관역 전경 ⓒ소셜포커스

국가정원에서 순천문학관까지는 소형무인궤도차량용 레일이 깔려있어 수십 대의 스카이큐브(소형무인궤도차량, PRT)가 관광객들을 태우고 공중택시처럼 이 레일을 왕복한다. 이 PRT가 멈추는 곳은 정원역과 문학관역 두 군데 뿐이다.

동천을 따라 제방 길과 농로를 걸어서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5.5km가 넘는 먼 거리이고, PRT를 타고 이동하면서 주변 풍광을 즐기는 것도 멋진 경험이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대부분 이 공중택시를 이용하게 된다. 이 공중택시는 움직이는 전망대라고 불러도 될 만큼 이동하면서 내려다보는 동천과 주변의 경치도 훌륭한 구경거리이다.

특히 필자와 같은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국가정원에서 문학관까지 풍광을 즐기면서 이동하려면 이 PRT가 유일한 이동수단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스카이큐브가 휠체어 장애인을 차별한다.

이 스카이큐브를 정원역에서 타고 내릴 때는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이용에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문학관역에서 내릴 때 문제가 발생한다. 승강장에서 지상까지 12개의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경사로나 리프트 장치가 없다.

휠체어 장애인은 지상에 내려가 보지도 못하고 승강장에서 기다리다 되돌아와야 한다. 승강장에서 지상까지는 1층 높이도 못되는 낮은 높이 불과하다. 그러나 장애인 접근로를 만들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내려갈 수가 없다. 따라서 문학관도 구경할 수 없고, 지척에 있는 낭트정원이나 그 유명한 갈대습지에도 갈 수가 없다.

문학관역에 도착했지만 승강장에 잠시 앉아 있다가 출발했던 곳으로 그냥 되돌아가려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순천만 국가정원과 생태습지는 국민 모두가 차별 없이 이용해야 할 국가와 국민의 자원이고 공공시설이다.

순천만 PRT를 운영하는 회사가 민간회사(주식회사 순천에코트랜스, 포스코에서 100% 출자)이기는 하지만, 순천시가 우리나라 최고의 철강회사이자 세계적 기업인 포스코와 협약을 맺어 추진한 사업이다.

1천억 원 가까이 들여서 건설한 시설임에도 그 1만분의1에 해당하는 금액(전체 건설비에 비하면 추가비용이라고 볼 수도 없음)으로도 설치가 가능한 장애인 접근시설을 갖추지 아니한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여기서 말한 총 건설비 추정 액은 순천만 PRT 운영회사의 대표가 과거 언론매체에 투고하면서 예시한 스카이큐브의 Km당 건설비 200억 원을 거리로 환산한 것이며, 장애인 접근시설의 설치비용(엘리베이터 설치를 전제한 것은 아님)은 관련 업체에 문의하여 추산한 것임을 밝혀 둔다.

국제적인 관광지의 장애인 편의시설은 국가 간에 서로 비교가 되기 때문에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국가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 된다.

휠체어 장애인은 PRT를 이용하여 문학관역에서 내리더라도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목적을 전혀 이루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요금은 다른 사람과 같이 똑같이 받는다. 순천만 PRT는 순천 시민들에게는 할인혜택을 주면서도 이용 목적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할인을 해 주지 않는 것은 너무 야속한 일이다. 아예 어느 누구에게도 할인이 없다면 민간시설이라서 그러려니 하겠지만…. (사실 민간시설이고 장애인 불편이 전혀 없는 시설이라도 장애인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곳은 많다.)

PRT회사에서는 정원역에서 휠체어 장애인이 PRT를 탑승하려고 하면, “휠체어 장애인은 문학관역에 도착해도 밖으로 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타시겠습니까?”라고 미리 알려주는 것으로 장애인에게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한다. 이런 행위가 장애인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차별을 자행하는 행위임을 모르는 것 같다.

필자는 다른 교통편으로 어렵게 돌고 돌아서 순천문학관을 방문할 수 있었다. 문학관은 주인공들의 생가를 재현해 놓은 형태의 초가집으로 꾸며진 여러 채의 건물이 있었다. 문인들이 실제 태어난 곳은 아니며 모두 최근에 새로 지은 건물들이다. 그리고 작가들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 등 전시물은 모두 건물 내부에 비치되어 있었지만 휠체어가 들어갈 수는 없었다. 휠체어를 탄 필자는 건물의 외관만 둘러보고 돌아서야 했다. 여기서도 장애인은 또다시 차별을 받는다.

순천문학관 전경 사진_순천시청 제공
순천문학관 전경 (사진=순천시청)

보통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 접근권을 주장하면 옛 모습으로 복원한 건물의 구조상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듣기 일쑤다. 실제 옛날 건물도 아니고 어차피 새로 지은 건물인데, 인식을 바꾸면 분위기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얼마든지 장애인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대구의 근대골목에 있는 이상화 고택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은 이상화 시인이 실제 태어났던 옛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마당에 매립 형으로 리프트를 설치하여 휠체어를 탄 방문객이 찾아오면 이용할 있게 되어 있었다. 필자는 이 리프트를 이용하여 실내로 들어가서 이상화 시인에 관한 각종 전시물을 감상한 적이 있다.

인식만 바꾸면 옛 건물의 분위기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얼마든지 장애인 접근을 허용할 수 있다. 이상화 고택의 사례는 다른 관광시설에서도 참고할만한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새로 지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접근로를 전혀 갖추지 않은 순천문학관은 이상화 고택과 너무 비교되는 장애인 차별시설이다. (2019. 12.3.자 본지에 실린 필자의 칼럼 “가로수 단풍이 아름다운 대구에서” 참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하면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등을 장애인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2항에는 “정당한 편의라 함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위에서 말한 정당한 사유에 대하여 제3항에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순천만의 스카이큐브와 문학관의 장애인 불편시설은 정당한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총 시설비의 1만분의 1에 불과한 비용이 과도한 비용일까? 그리고 문학관 내 장애인 접근성 또한 앞에 제시한 사례와 같이 더 어려운 곳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인데 순천에서만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1년 전 순천만을 다녀와서 곧바로 순천시에 개선을 건의하는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으나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세계적인 관광명소 순천만의 장애인 불편시설이 조속히 개선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장애인에게 편리한 시설은 비장애인에게 더욱 편리한 법이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정원역 전경 및 편의시설 사진_소셜포커스
순천만 국가정원의 정원역 전경 및 편의시설 ⓒ소셜포커스
계단 승각기 비치 현황 사진_순천만 문학관역
순천만 문학관역 관계자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계단 승강기를 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단 승강기를 이용하려면 호출(가운데 사진) 스위치를 눌러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무거운 전동 휠체어는 이 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 ⓒ소셜포커스
스카이큐브 승강장 내부 전경
스카이큐브 승강장 내부 전경 ⓒ소셜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