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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초점 이제 저도 꼰대가 되겠습니다.
2019-11-21 11:33:24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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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도 ‘꼰대’가 되겠습니다

발달장애인은 순수하다?…누구나 결국 꼰대 되기 마련

‘영원히 어린아이 같은 존재’ 못 박아놓는 인식 사라져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11-21 14:55:44
성인 발달장애인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순수하다’라면서요? 오늘 이렇게 읽으시면 그런 생각은 저 멀리 치우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야기는 제 이야기이지만 그런 상상을 단숨에 없애버릴 그런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가족 회식 자리에서 제 친누나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꼰대 부장님 아저씨’ 같다는 평가를 한 것입니다. 비판 같기도 했지만 오히려 고마웠습니다. 이제 이런 이미지를 의도적으로라도 노출시키면 ‘성인 발달장애인은 순수하다’라는 막연한 상상을 저 멀리 지워버릴 것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제 솔직히 저도 ‘아저씨’의 세계로 점점 진입하고 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술은 막걸리일 정도로 술은 일찌감치 마시고 있습니다. 은연중에 ‘내가 해봐서 아는데!’나 ‘나 때는 말이야!’ 같은 표현이 튀어나옵니다. 최근 유행하는 것에 대한 반응 속도가 약간 늦은 편입니다. 이미 교회에 출석하는 어린이 신자들에게는 ‘키릴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키릴’은 제 성공회 세례명입니다. ‘키릴 문자’ 할 때 ‘키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제 12월만 되면 완전히 30대에 진입합니다. 제 생일이 12월 1일인데 올해 12월 1일은 만 나이로도 30세가 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책에서 본 ‘꼰대 가능성 평가’를 보면 저는 얼마 안 있으면 ‘완전히 꼰대’라고 체크될 전망입니다. 사실 그 책에서 그렇게 지적한 것은 ‘누구나 결국 꼰대가 된다’라는 의외의 논지를 전달하기 위한 기법이었지만요.

성인 발달장애인을 왜 그렇게 ‘순수하게’만 바라볼까요? ‘발달’이 안 돼서 ‘정신적 성장’이 없어보여서? 성인 발달장애인의 속마음을 알아보지 않아서? ‘다양한 세계’를 알지 못해서? 다른 무엇?

그런데, 사실 다른 발달장애인을 만나본 저로서는 ‘성인 발달장애인은 순수하다’라는 신화에 확실한 이의를 제기합니다. 대단히 정치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가진 발달장애인도 있습니다. 돈이나 재물을 ‘밝히는’ 발달장애인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서도 ‘순수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동요나 ‘뽀로로 노래’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즐겨 듣는 라디오 채널이 놀랍게도 KBS 클래식 FM입니다. 또 영어로 검색해보니 내년 봄 출시될 것이라고 예고한 핀란드 메탈 밴드 나이트위시의 정규 9집 앨범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있을 제2차 한국 단독 내한공연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인 발달장애인이 ‘순수하다’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영원히 어린 아이 같은 존재’라고 못을 박아놓는 인식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성인 발달장애인의 세계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인식이나 취향 같은 것도 엄청난 ‘어른이 다 된 것’이 있습니다. 입맛부터 좋아하는 것까지 다양하게 말입니다.

이제 저는 ‘아저씨’, ‘아재’, ‘꼰대’ 이런 표현에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적절히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이제 집에서도 인정했다는 느낌이 역설적으로 들 정도입니다. 이제 절대로 ‘어린 애’인 상태는 아닌 것이라는 사실을 친누나마저 인정한 것입니다.

이제 ‘성인 발달장애인도 순수하다’는 편견은 가져다가 버리십시오. 성인 발달장애인들도 속내를 알면 ‘알 것은 다 압니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성인 발달장애인’의 ‘꼰대질’ 같은 것에 이제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말해서 ‘이제 어른 다 되었음’을 인증하는 행동으로 보셔야 합니다.

어느 발달장애인 부모의 페이스북 글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K-POP을 듣는 것에 놀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것도 그 발달장애 자녀 인생 최초로 말입니다. 저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 발달장애 자녀도 점점 어른이 되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는 생각이 더 앞선 것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아마 ‘꼰대질’을 계속 하고 결국 ‘더 심해질’ 전망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그것은 필연입니다. 점점 세월이 흘러간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누구도 꼰대가 안 될 사람은 없습니다.

발달장애인이 너무 순수하다는 인식 때문에 저부터 일단 ‘꼰대’가 돼야겠습니다. 어른이 되면 ‘꼰대’가 된다는데, 차라리 제겐 그것이 나은 편입니다. 적어도 ‘어린아이 취급’은 절대로 안 받는다는 것이니까요.

이제 공공연히 저도 ‘의외의 꼰대’임을 인정합니다. 이제 ‘꼰대’가 되었으니 당장 ‘대리’를 넘어서 저 멀리 ‘부장님’이 되는 것이 다음 목표라 하겠습니다. 아직 저는 ‘주임’도 못 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도 꼰대가 되겠습니다. ‘순수함’ 가지고 살 바엔 차라리 꼰대로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어서입니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을 부정할 바엔 차라리 ‘어른들’이 하는 방법을 발달장애인인 제가 배워서 ‘발달장애인도 성인인 경우도 있다’는 것을 거꾸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결국 발달장애인 중에서도 ‘꼰대’는 나올 것입니다. 그 ‘발달장애인 꼰대’가 발달장애계의 주류가 된다면 발달장애인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인식은 과연 사라질까요? 그렇게 해서라도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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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