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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조현대 칼럼니스트】 5월은 흔히 ‘가정의 달’이라 불린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기념일이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가족과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직접 만나기 어렵더라도 전화 한 통으로 안부를 전하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하지만 중증장애인, 특히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5월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부모가 세상을 떠났거나 결혼하지 않은 경우, 형제·자매 외에는 의지할 가족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각자의 삶에 치여 연락이 뜸해지면 사실상 홀로 지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들에게 가정의 달은 따뜻함보다 고립감과 외로움을 더욱 크게 체감하는 시기가 되기도 한다.
최근 목동에 거주하는 한 중증장애인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함께 만나 식사라도 하자고 말했다. 당시 필자는 개인 사정으로 직접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대신 평소 알고 지내던 활동지원사를 연결해주었다. 활동지원사는 그와 함께 인천 영종도를 찾아 바닷바람을 쐬고 해물칼국수를 먹었다고 한다.
사실, 그날은 그의 생일이었다. 함께 생일을 보낼 사람이 없어 필자에게 연락했던 것이다. 그는 식사를 하며 눈물을 흘렸고, 활동지원사 역시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고 전했다.
신갈에 사는 한 시각장애인 후배 역시 “생일을 챙기지 않은 지 5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미역국이라도 끓여 먹고 간단히 케이크를 자르곤 했지만, 지금은 그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중증장애인 1인 가구의 현실은 일상뿐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필자는 몇 달 전 건강 문제로 대학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당시 같은 병실에는 독거 중증 시각장애인이 입원해 있었다. 그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고 있었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특성상 활동지원사의 상주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중요한 설명과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가족 보호자와의 연결을 반복해서 요청했다. 환자는 가까운 친구를 부르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활동지원사 역시 보호자 역할을 대신하기 어려웠다. 결국 의료진은 형제나 자매 등 가족을 찾아 연락했지만, 현실적으로 즉시 도움을 받기 어려워 보였다.
물론 환자의 의료정보 보호와 동의 절차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다만 가족과 단절됐거나 사실상 홀로 살아가는 중증장애인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제도 역시 변화하는 사회 구조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환자가 사전에 신뢰하는 지인을 지정해 의료정보 전달이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에 대한 논의 등이 필요해 보인다.
중증장애인 1인 가구에게 고립은 단순한 외로움의 문제가 아니다. 정서적 단절은 물론 의료, 돌봄, 위기 대응 등 삶 전반과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시각장애인은 필자에게 “활동지원사가 가족과 외식한 이야기나 자녀에게 받은 선물에 대해 무심코 이야기할 때 더 외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일상적인 대화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는 점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복지관과 자립생활센터, 활동지원사 등 장애인과 가까이에서 만나는 현장에서는 독거 중증장애인의 정서적 고립 문제에도 보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거창한 지원이 아니더라도 안부를 묻는 말 한마디,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가정의 달 5월이 가족이 있는 사람들만의 시간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홀로 살아가는 이웃들의 외로움까지 함께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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