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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조주희 칼럼니스트】장애학생의 성은 종종 보호의 이름 아래 침묵 속에 머문다. 그러나 성은 인간의 발달과 관계 형성, 자기결정에 깊이 연결된 삶의 영역이다. 이것을 외면하는 순간, 학생은 정보와 선택에서 배제되고 위험에 더 취약해진다. 성교육은 통제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존엄을 지키고 안전을 설계하는 교육적 기반이다.
학교는 명시적 교육과정뿐 아니라 일상적 상호작용을 통해 규범을 전달한다. 교실의 언어, 복장 규정, 또래 관계에서의 승인과 배제는 ‘바람직한 몸’과 ‘적절한 관계’에 대한 기준을 은연중에 학습시키고 있다. 이러한 잠재적 교육과정은 특정한 정상성을 강화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학생을 주변화한다.
장애학생은 이 과정에서 ‘보호되어야 할 존재’로만 규정되거나, 반대로 문제행동의 대상으로 낙인찍히기 쉽다. 이때 성교육의 부재는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왜곡된 메시지를 고착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장애학생 성교육은 ‘금지’ 중심이 아니라 ‘이해와 선택’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첫째, 자신의 몸과 감각을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초적 문해력이 필요하다. 신체 명칭, 경계 설정, 동의의 의미를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둘째, 관계 맥락에서의 의사소통을 훈련해야 한다. 좋고 싫음을 말하는 방법, 타인의 신호를 읽는 방법, 온라인 환경에서의 상호작용 규칙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위험 상황에 대한 대응 역량을 길러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경로, 신뢰할 수 있는 성인과의 연결, 신고 절차를 실제 상황처럼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의 역할도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을 넘어,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안전하게 말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교사는 성에 대한 편견을 성찰하고, 다양한 발달 수준에 맞춘 교수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 시각 자료, 역할극, 상황 기반 학습 등 접근 가능한 방법을 활용하면 학습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보건, 특수교육, 상담 영역 간 협력이 이루어질 때 교육은 더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작동한다.
가정과 지역사회 역시 중요한 파트너이다. 보호자의 불안은 종종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다. 학교는 보호자 교육을 통해 성에 대한 대화를 금기가 아닌 일상으로 전환하도록 돕고, 지역사회 기관과 연계하여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책 차원에서는 장애학생 성교육을 선택적 프로그램이 아닌 필수적 교육으로 위치시키고, 교원 연수와 표준화된 자료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요구된다.
장애학생의 성교육은 ‘어떻게 책임 있게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이다. 학생이 자신의 몸과 관계를 이해하고, 동의와 경계를 분명히 하며, 위험을 인식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존엄은 실천된다. 교육은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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