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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뒷모습(기사 내용과 무관).ⓒ에이블뉴스DB
장애인의 삶의 만족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성별과 장애 유형, 감정 표현 방식, 경제적 여건, 사회적 지지 수준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장애 수용을 높이기 위한 지원과 장애인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과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등 장애인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 개선과 제도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사회연구에는 최근 ‘사회인지적 요인이 장애인의 삶의 만족도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종단연구’(연구책임자 국민대학교 유승희)가 게재됐다.
개인적 특성·행동·환경의 상호작용에 따라 결정되는 삶의 만족도
삶의 만족도는 자신의 일상생활 전반에 만족하는 정도로서 자신이 살아온 생활 전반에 관하여 갖는 기대, 목표, 욕구가 얼마나 충족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주관적 평가다.
장애인은 신체적 혹은 정신적 손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장애로 인해 사회적 편견과 차별, 사회·경제적 배제를 경험할 수 있기에 삶의 질이 비장애인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장애인이 경험하는 다양한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삶의 만족도는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이 될 수 있다.
사회인지 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미래 행동과 정서는 개인적 특성, 행동, 환경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결정된다. 개인적 특성은 한 사람의 인지, 정서, 생물학적 특성으로서 기대와 신념, 자기인지, 사고, 느낌을 비롯해 성별, 연령, 인종, 신체조건 등이 해당된다.
행동은 개인이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에서 취하는 태도, 행동수행력, 자기 조절 등을 의미한다. 환경은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객관적 요소로서 가족, 친구, 동료와 같은 사회적 관계를 비롯해 공간, 시설, 경제 여건과 같은 물리적·물질적 환경도 포함한다.
이러한 사회인지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장애인의 삶의 만족도는 장애인의 성별, 연령, 학력, 장애 관련 특성과 같은 인구학적·생물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와 사회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장애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며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와 같은 행동적 요인과 가족이나 타인의 지지, 주거환경, 경제 형편 등의 환경에 따라 장애인의 삶의 만족도가 달라진다.

‘사회인지적 요인이 장애인의 삶의 만족도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종단연구’ 연구 모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시간이 흐르며 높아지는 삶의 만족도‥장애 수용·감정 억제·환경 요인 영향
장애인의 삶의 만족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 개 시점의 장애인 삶 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장애인은 시간이 지나며 자신의 장애와 생활 변화에 적응하고 사회적 지원 체계가 확대되면서 삶의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내면적 가치에 더 집중하는 경향 역시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개인적 요인에서는 성별과 학력,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에 따라 삶의 만족도 수준에 차이가 나타났다. 초기에는 남녀 간 큰 차이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성 장애인의 삶의 만족도가 여성장애인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여성장애인이 여성과 장애인이라는 이중 차별 속에서 교육, 취업, 사회참여 기회에서 불리한 조건에 놓이는 현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학력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 초기 수준이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교육이 자원과 기회를 확대하는 기반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뇌병변장애인은 이동과 의사소통, 일상생활 수행에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삶의 만족도 초기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청각·언어장애인이나 지적·자폐성장애인의 경우 초기 삶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의사소통 보조수단의 발달이나 환경적 안정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다만 발달장애인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점차 감소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심리적 요인 또한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장애를 수용하고 자신의 장애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수준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 초기치가 높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향력은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수용이 초기에는 중요한 심리적 자원이 되지만 고령화, 건강 악화, 돌봄 부족 등 현실적 제약이 누적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행동 요인에서는 감정을 억제하는 경향이 강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 표현이 제한될 경우 분노나 좌절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누적되면서 심리적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장애로 인한 한계를 넘기 위해 더 노력하려는 태도를 가진 장애인의 경우 삶의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나 적극적 대처와 자기효능감이 심리적 안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적 요인의 경우 가구소득이 높고 거주지역의 이동·생활 환경이 편리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았으며 가족과 주변인의 지지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가족의 정서적 지지는 시간이 지나도 그 효과가 유지됐으나 주변인의 지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영향력이 다소 완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장애인이 사회로부터 분리돼 있다고 느낄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변인 지지 강화·거주지역 편리성 향상·자기결정 역량 강화’ 등 제언
보고서는 “장애인의 장애 수용과 자신의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비슷한 경험을 가진 장애인 간의 교류를 촉진하여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며 정서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동료 상담, 자조 모임 등의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애의 개념 및 특성, 장애인의 권리, 자기관리, 사회참여 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장애 유형별로 개발해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장애인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과 제도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많은 장애인이 일상에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억제하는 경향은 개인의 성향 때문이라기보다는 감정 표현에 대한 부정적 인식, 사회적 낙인, 감정 표현 이후의 부정적 반응 등 구조적 환경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장애인이 심리적 안전감과 수용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감정 표현을 통해 자신이 존중받고 타인과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음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애로 인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노력하는 태도가 고무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장애인이 삶에 대한 목표 설정, 의사결정, 선택, 책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상된 자기결정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의 사회적 분리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공공시설과 프로그램 설계 시 분리가 아닌 통합을 전제로 한 보편적 접근이 실현돼야 한다”면서 “이외에도 장애인에 대한 주변인 지지 강화, 장애인의 거주지역 편리성 향상, 여성장애인에 대한 생애주기별 지원체계 마련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