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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휠체어 육상 트랙 훈련 모습. ©채지수
휠체어 레이싱 육상 종목을 준비하던 장애인이 공공 체육시설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트랙 이용을 금지당했다. 퇴근 후 하남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하던 채지수(40세, 지체장애) 씨의 이야기다.
지난해 8월 저녁 하남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육상 트랙 1번 레인에서 운동을 하던 채지수 씨는 시설관리 담당자로부터 ‘위험할 수 있다’, ‘5인 이상 집단 운동 금지’를 이유로 트랙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받았다.
현장에서 다투고 싶지 않았던 채 씨는 자진 퇴거했고 이후 하남종합운동장에 전화해 ‘레이싱 휠체어를 이용해 운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담당자의 대답은 단호한 거부였다. “레이싱 휠체어는 속도가 빨라서, 선생님이 천천히 달려도 다른 사람이 와서 부딪힐 수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니까요. 앞으로 트랙 이용을 전면적으로, 포괄적으로 금지합니다. 선생님께서 양해해 주십시오.”
본지와의 통화에서 하남종합운동장 관계자는 “저녁 시간대의 경우 하남종합운동장 육상장을 보통 300~400명이 이용한다. 육상트랙에서는 걷기나 러닝을 하고 축구장에서는 축구를 하는 이용객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만 아니면 통제할 이유가 없는데 운동장 인근에 아파트 등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이용하고 있으며 이어폰을 끼는 경우가 많다. 또한 레이싱 휠체어는 일반 휠체어와 달리 속도가 매우 빨라 사람들과 충돌할 경우 위험할 수 있어 제재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남종합운동장 육상트랙 안내문. ©하남종합운동장
이에 채지수 씨는 하남도시공사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금지 조치의 법적·행정적 근거와 내부 결정문, 공신력 있는 기관의 안전 평가 보고서 등을 요구했다.
하남도시공사는 ‘오토바이, 킥보드, 드론, 전동차 등 타인에게 안전사고 발생이 예상될 때에는 입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된 ‘하남시 체육시설관리 운영규정’ 제24조 제7항 제8호를 근거로 제시했다.
채 씨는 하남도시공사가 제시한 규정에 열거된 오토바이, 킥보드, 드론, 전동차 등은 모두 동력으로 움직이는 기계지만, 레이싱 휠체어는 장애인이 자기 팔의 힘으로 굴리는 수동 장비라고 반박했다. 특히 휠체어는 장애인의 신체 일부이자 다리와 같은 존재인데 이를 오토바이와 같은 범주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장애인의 체육 보조기구에 대한 근본적인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남종합운동장 관계자는 “장애 자체를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레이싱 휠체어라는 특수 장비의 안전상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하남종합운동장은 같은 이유로 자전거, 인라인, 킥보드 등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반 휠체어의 경우 수영장 건물을 가기 위해 육상트랙을 통행로로 이용하는 분들이 계신 데 당연히 제재하거나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육상트랙에서 산책을 하시는 경우 이용객이 많아 충돌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사고 예방을 위해 육상트랙 사이드나 산책로를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이싱 휠체어 롤러 훈련 모습. ©채지수
이처럼 레이싱 휠체어의 출입이 금지되는 상황은 비단 하남종합운동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 하남도시공사 답변서의 경기도 내 공공체육시설 레이싱 휠체어 허용 현황에 따르면 26개 시·군 중 20곳이 레이싱 휠체어 이용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답변서에 제시된 표를 살펴보면 레이싱 휠체어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지자체 중 ‘입장한 사례 없음’, ‘레이싱 휠체어 이용 사례는 없으나 막지는 않음’, ‘허가 받으면 이용 가능’, ‘공문을 통해 보조 트랙 별도 오픈’, ‘추돌사고 이후 출입 지양’ 등 단순히 사례가 없거나 사전 허가 및 공문을 통해 개방하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별도의 규정은 없으나 안전상 금지하는 곳이 4곳, 일반 휠체어를 포함한 바퀴 달린 것을 전면 통제하는 곳이 3곳이나 있었다.
채지수 씨는 “휠체어는 장애인 신체의 일부다. 하지만 경기도의 많은 곳이 별도의 규정도, 안전성 평가도, 대안적 조치에 대한 검토도 없이 그냥 안 된다고 하는 지금의 현실은 공공체육시설 전반에 걸친 구조적·제도적 차별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기관은 차별을 금지할 뿐 아니라 시책을 마련하고 차별금지 조치를 해야 함에도 ‘안된다’라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동등한 대우를 받고 싶은 것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고 일방적인 배제를 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