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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용 배려 키오스크 설치 현장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화의 유예기간이 종료됐다. 이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은 장애인과 고령자도 이용 가능한 무인정보단말기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이번 제도는 2022년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치로, 정보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첫 전국 단위 시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시행 초기 현장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현장의 벽, ‘가격’
가장 큰 쟁점은 비용이다. 일반 키오스크 가격은 200만~300만 원 수준. 반면 음성 안내, 점자 키패드, 화면 높낮이 조절 기능 등을 갖춘 배리어프리 모델은 최대 700만 원에 이른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매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수백만 원의 추가 지출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원 사업을 마련했지만, 실제 신청과 심사를 거쳐 지원금이 집행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의무는 시작됐지만 지원은 체감되지 않는다’는 현장의 불만이 나온다.

장애인 이용 배려 키오스크 세부 모습

장애인 이용 배려 키오스크 세부 모습
“설치=접근성 보장”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를 비용으로만 볼 수는 없다. 장애계는 “기계 교체가 곧 접근권 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시각장애인은 매장마다 다른 화면 구성에 적응하기 어렵고, 휠체어 이용자는 기기 앞 동선 확보가 되지 않으면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일부 매장은 호출벨이나 직원 대면 주문을 대체수단으로 운영하지만, 바쁜 시간대에는 실질적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보접근권은 선택이 아닌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단순 예외 조항 확대는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제도의 실효성, 어디에 달렸나
최근 보건복지부는 현장 점검에 나서 제도 이행 상황을 직접 확인했다. 정부는 소상공인 부담 완화 방안과 표준모델의 현장 적합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보다 구조적인 접근을 주문한다.
첫째, 기기 가격 인하를 위한 기술 표준화.
둘째, 스마트폰 연동 주문 시스템 등 대안 기술 개발.
셋째, 단속 중심이 아닌 지원 중심 행정 전환이다.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그 전환이 또 다른 배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복지의 본질을 묻는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다. 그것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라는 선언이다. 하지만 선언이 현장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장애인과 소상공인 모두를 고려한 균형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의무화는 출발점일 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효성이다. 복지의 이름으로 세운 제도가 또 다른 장벽이 되지 않도록, 세밀한 보완과 지속적인 현장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속 ‘정보격차’ 현실
키오스크는 이제 식당과 카페를 넘어 병원, 은행, 영화관, 공공기관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인건비 상승과 비대면 소비 확산이 맞물리면서 무인 주문 시스템은 일상이 됐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정보 접근 취약계층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고령자는 작은 글씨와 복잡한 화면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시각장애인은 음성 안내 기능이 없으면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휠체어 이용자는 화면 높이가 맞지 않으면 주문 버튼을 누를 수 없다. ‘키오스크 앞에서 포기하는 경험’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회 참여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장애계는 이를 “디지털 장벽”이라고 부른다. 물리적 계단을 없애는 것만큼, 정보 접근의 계단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장애인 이용 배려 키오스크 설치 현장
법은 시작됐지만, 현장은 준비됐나
이번 의무화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이 신규로 키오스크를 설치할 경우 배리어프리 인증 제품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몇 가지 현실적 공백이 지적된다. 첫째, 인증 제품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둘째, 기기 교체 외 매장 구조 개선 비용은 별도로 발생한다. 셋째, 소규모 점포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와 컨설팅이 부족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단속 기준과 적용 범위에 대한 세부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혼선을 겪고 있다. 과태료 부과 기준과 시정명령 절차 역시 현장에서는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시행 초기 단계에서 행정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호출벨로 충분한가” 대체수단의 한계
시행령은 소상공인의 부담을 고려해 일정 요건 아래에서는 호출벨 설치나 직원 직접 주문 등의 대체수단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는 이 방식이 ‘보완’이 아닌 ‘우회’로 작동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예를 들어, 휠체어 이용자가 매장 한쪽에서 직원 도움을 기다려야 한다면 이는 동등한 접근이라고 보기 어렵다. 시각장애인이 매번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면 자율적인 소비 경험과는 거리가 멀다. “차별은 의도가 아니라 구조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장애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접근권은 ‘도움을 받는 권리’가 아니라 ‘혼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대체수단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술 대안은 없나…‘스마트폰 연동’ 해법 부상
전문가들은 기기 교체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기술 융합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대표적인 방안은 스마트폰 연동 주문 시스템이다.
이용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매장 내 단말기와 연결해 주문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화면 구성과 음성 안내, 글자 확대 기능 등을 개인 설정에 맞춰 사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미 일부 해외 매장에서는 QR코드 기반 주문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모바일 결제 인프라는 충분히 구축된 상태다. 문제는 제도 설계다. 법이 기기 교체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기술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 정책의 방향성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 사업을 통해 기기 도입 비용을 보조하겠다고 밝혔지만, 단기 지원에 그칠 경우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보완책을 제시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공동 구매 체계 구축, 기술 표준화로 제조 단가 인하, 매장 구조 개선 비용 일부 지원, 접근성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 이다. 특히 지원은 ‘의무 이행 보조금’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 동반 정책’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나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공공시설의 무인 단말기에 대해 접근성 표준을 의무화하고, 기술 개발 단계부터 장애 당사자를 참여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접근성은 사후 보완이 아니라 초기 설계 단계에서 반영돼야 비용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경험적 교훈이다. 국내 역시 제도 시행 이후 보완이 아닌, 설계 단계에서부터 장애계·소상공인·제조사·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의무’와 ‘공존’ 사이에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장애인과 고령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다. 동시에 소상공인에게는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풀 것인가’에 있다.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정책이 현장에서 실행 가능해야 지속된다. 제도 시행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권리를 후퇴시키지 않는 해법을 찾는 일이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디지털 사회가 누구를 중심에 둘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다.
출처 : 웰페어뉴스(https://www.welfare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