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자료실 > 이슈와 칼럼
지인의 초대로 한 아파트를 방문한 적이 있다. 장애인콜택시에서 하차 후, 출입구로 향했지만, 길 앞에는 단차가 있었다. 경사로가 따로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는 “자신도 처음 이사 왔을 때 그랬다”고 말했다.
설계에서 배제된 이동, 반복되는 불편, 일상이 된 포기
그 아파트에는 단차를 낮춘 별도의 보행로가 없었다. 장애인주차장의 폭이 넓다는 이유로, 그 옆 공간을 보행로처럼 이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내게 그 환경은 불편함을 넘어 안전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 집에 거주하는 또 다른 전동휠체어 이용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겪고 있었다. 장애인주차장에 차량과 오토바이가 함께 주차되어 있으면, 외출을 시도했다가도 다시 집으로 돌아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내가 겪은 불편함이 그에게 이미 일상이었다.
변화는 가능했지만, 또 다른 장벽
보행환경이 왜 불편하고 위험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그 결과 장애인주차장이 아닌 공간에 비교적 안전한 보행로가 새로 만들어졌다. 환경은 바뀔 수 있었고, 실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도 곧 나타났다. 그 보행로 앞에 차량이 주차되기 시작한 것이다. 좁은 틈으로 지나가다 차량에 부딪힐 것 같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차량 연락처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었지만 연락처는 없었다.
집으로 찾아온 항의, 외출이 두려움이 될 때
어느 날, 현관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고, 그는 “휠체어 타는 사람이 어디 사는지 물어물어 찾아왔다”며 차량 주차가 왜 문제인지 따져 물었다. 통행로를 막지 말아 달라는 요구는, 개인을 찾아와 항의하는 일로 번졌다.
그 일 이후, 그는 큰 두려움과 혼란을 느꼈다고 했다. 차량이 주차되어 있을 때마다 외출 자체가 막막해졌고, 통행로를 요구하는 일이 또 어떤 상황으로 이어질지 걱정하게 되었다.
장애인당사자가 함께한 권익옹호, 이것은 배려가 아니라 권리
안내방송을 요청하고, 해당 공간이 주차장이 아닌 보행로임을 분명히 알릴 수 있도록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이후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안전표시가 설치되었다.
주거공간으로 찾아와 항의하고 위협적으로 행동한 태도는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아파트는 누구나 안전하게 살아야 할 공간이며, 이동의 안전은 양보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하는 일은 특혜가 아니라 권리다. 우리가 요구한 것은 배려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안전과 존엄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