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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인터뷰] "휠체어 위의 지휘자, 음악으로 삶을 지휘하다
2025-07-24 18:16:55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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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지휘자 정상일 (사진 : 한국장애인신문)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지휘자 정상일 (사진 : 한국장애인신문)

음악은 때때로 말보다 강한 위로가 되고, 노래는 희망의 언어가 된다.

세계 최초로 전원 휠체어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그 중심에는 자신의 장애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지휘자 정상일 씨가 있다.

그는 불의의 사고로 중도장애인이 되었고, 음악가로서의 삶에도 큰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절망의 시간 속에서도 그는 ‘다른 방식의 음악’을 고민했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장애인들에게 힘을 줄 수 없을까.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휠체어합창단이다.

“사고 후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야 했습니다. 제가 가진 이 달란트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랐어요. 주위의 만류도 많았지만, 결국 음악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죠.”

창단은 2016년 2월. 지금까지 단원은 100여 명, 국내외에서 46회의 공연을 이어오며 한 걸음 한 걸음 세상의 편견을 허물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단 이유에 대해 그는 "단순한 음악 동아리가 아니라, 국가를 대표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자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지휘자는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섬기는 자리였습니다”

사고 전, 그는 비장애인 음악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로 리더십을 발휘하며 관객을 사로잡았던 시절이다.

“그땐 지휘자가 보여지는 자리, 리더로 군림하는 존재였어요. 그런데 휠체어에 앉고 나서는 그 자리가 ‘섬김의 자리’로 바뀌었죠. 단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오히려 제가 더 많은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지휘자라는 역할은 여전하지만, 그 태도는 달라졌다. 그는 이제 ‘함께 걷는 사람’으로서 단원들과의 관계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

“카네기홀 무대에서 떨어졌던 그날, 포기의 순간이 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단연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초청 무대다.

그날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으로 남아 있다.

“리허설을 마치고 무대를 오르내리던 중, 턱을 넘지 못하고 그만 휠체어째 뒤로 떨어졌어요. 미국 119가 출동해 긴급 처치를 받고 다시 무대에 올라 지휘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서늘하지만, 그 긴장이 결국 감동으로 바뀌었죠.”

그에게 그날의 사고는 신체적인 아픔을 넘어, 세계 무대 위에서 장애예술인으로 서 있다는 실감,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으로 남았다.

“우리는 아마추어지만, 진심은 누구보다 뜨겁습니다”

합창단은 음악 전공자보다 비전공자가 훨씬 많다. 모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며, 대부분 음악은 취미 수준이었다. 하지만 매주 토요일마다 4시간씩 꼬박 모여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단원들은 모두 아마추어지만, 그 열정과 진심은 누구보다 깊습니다. 음악으로 나누는 감동은 그 어떤 기교보다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무대든, 어떤 관객이든 상관없다. 단원들은 음악으로 감동을 나누는 데에 최선을 다한다.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사진 : 한국장애인신문)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사진 : 한국장애인신문)

“지금껏 후원 없이 버텼지만… 이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창단 이후 지금까지 합창단은 단원들과 지휘자의 자비로 운영되어 왔다. 연간 6천만 원이 드는 정기 공연도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감당해왔다.

하지만 체력도, 재정도 점점 한계를 느끼고 있다.

“한 해도 쉬지 않고 정기공연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치고 버겁습니다. 이 합창단이 단순한 공연 단체가 아니라, 장애예술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의미 있는 공동체라는 점에서 지자체나 기업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합니다.”

그는 특히 장애예술인 고용 확대 측면에서도 이 합창단이 긍정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희망을 찾아가는 무대로, K-컬처의 주인공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앞으로 ‘찾아가는 공연’을 늘려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복지관이나 특수학교 등에서 장애인을 직접 찾아가 공연을 하고, 감동을 나누는 방식이다. 해외 공연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해외 공연도 단원들의 자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후원을 통해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도 자랑스러운 K-컬처의 일원이 되고 싶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음악을 사랑하는 장애인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새로운 용기를 가진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함께 노래하고, 함께 울고 웃으며 삶의 또 다른 빛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휠체어 위에서 지휘봉을 든 그의 손끝은 단순히 음악을 이끄는 것이 아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한계를 도전으로 바꾸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고 있다.

‘장애는 불가능의 증명이 아니라, 가능성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말처럼,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의 노래가 오늘도 우리 사회의 편견을 조금씩 지워가고 있다.

출처 : 한국장애인신문 https://www.koreadisabled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