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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이용자의 민원에 따라 경사로가 설치되었지만, 휠체어가 접근하기에는 너무 가파른 경사로가 설치되었다. ©이경희 화성시장애인누림인권센터 대표
휠체어를 이용하는 A 씨는 문화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높은 턱으로 인해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한 것을 발견하고, 민원을 넣어 경사로를 설치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방문했을 때 민원 덕분인지 경사로가 설치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경사로에 대한 반가움도 잠시, A 씨는 인상을 찌푸려야만 했다. 경사로가 설치되긴 했지만, 휠체어의 접근이 상당히 위험해보이는 경사로였기 때문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휠체어 경사로의 최대 기울기는 1:12, 즉 8.33%로 제한된다. 계산하면 경사로가 1cm 올라갈 때마다 12cm의 길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사로의 유효폭은 최소 1.2m 이상이어야 하며, 경사로가 굴절되거나 방향을 바꿔야 하는 경우에는 1.5m X 1.5m 이상의 평지 구역이 있어야 한다. 휠체어 사용자가 회전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불편함 없이 통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사로의 표면 재질은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어야 하며, 표면에는 휠체어 바퀴가 경사로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최소 5cm이상의 추락 방지턱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민원을 통해 설치된 경사로는 기울기부터 법에서 정한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음을 금방 짐작할 수 있다.
A 씨의 민원을 통해 설치된 경사로 사진을 본 다른 휠체어 이용자 B 씨는 “기울기가 너무 높아서 휠체어가 어떻게 접근하란 말이냐”고 반문하면서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이 부분(경사로)을 고려했어야 했는데, 민원이 들어오니까 그제서야 임시방편으로 처리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B 씨는 “경사로는 휠체어뿐만 아니라 유모차나 어르신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면서도 “그런데 이렇게 가파른 경사로를 설치하면 유모차도, 어르신도 경사로를 통해 내려올 때 많이 위험할 텐데, 민원의 취지를 알았다면 제대로 고려하고 경사로를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휠체어 경사로 설치 의무 등을 관련 법에 제대로 규정하지 않아 장애인들의 접근권이 제한된다면, 국가가 당사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바 있다. 그만큼 이젠 어떤 곳이든 휠체어의 접근성이 제대로 보장되어야 할 시기다.
B 씨도 “이제 의미있는 대법원 판결도 났던 만큼 전국적으로 휠체어 접근에 대해 인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더 이상 이런(사진) 경사로가 등장하지 않고 휠체어 이용자, 임산부,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어디든지 접근이 가능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출처: 더인디고 https://theindigo.co.kr/archives/6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