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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네가 엄마로서 학부형이 될 준비가 됐냐고?”
2025-01-31 17:30:54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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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최선의 선택이었어, 잘 한 거야! 남은 1년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는 거야. 나는 슈퍼 맘이잖아. 안 그래? 후회하지 마! 넌 잘하고 있고, 잘해왔어! 울지마! 예준이 엄마!’  주민센터 유리문에 비친 제법 여전사 같은 나는 입장도 하기 전부터 자기 최면 중이었다.

‘친어머니 되세요? 신분증과 가족관계 증명서 보여주시고, 아래 사유서 작성하세요. 올해 첫 접수자시네요. 001 양예준 입학유예접수 완료되었습니다.’ 주민센터 직원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크고 명쾌했다. 내가 문을 나설 때, 빨갛게 변한 눈동자는 무겁지 않은 발걸음 덕분에 다행히 직원에게 들키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이맘때면 나와 같은 결심을 하는 발달 장애 부모들을 위해 응원의 화살기도를 올리곤 한다.  1월 말 백화점, 혹은 대형할인점을 찾은 학부모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입학생들을 위한 새 학기 가방과 새 옷, 학용품 코너는 지나가는 학생들과 부모의 시선을 붙잡고 끝내 지갑을 열게 하지 않는가?

8년 전 나도 그랬다. 내 아들이 비록 장애가 있지만, 여느 아이들의 부모들처럼 8세, 제 나이에 입학시키고 싶은 맘은 간절했다. 그런 내 맘도 모른 채 예준이는 자신만의 발달 속도로 가고 있었고, 여전히 집에서 손에 잡히는 물건은 계속 흔들어 주시며 알 수 없는 혼잣말 비슷한 래퍼 행동은 계속 진행 중이었다.

예준이가 7세 가을쯤 되었을까, 마음이 다급했던 나는 단기 프로젝트를 감행했다. 고작, 그 해결책이라고 겨우 찾은 건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인지 치료사를 초빙해 1:1 가정방문지도였다니. 지금 생각해도 손 안 대고 코 풀어보기, 딱 놀부 심보, 한심함, 그 자체였다.

‘그래, 예준이도 저런 전문가의 지도라면 한글 떼기 꼭 가능할 거야!’라는 얕은 생각에 비용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고, 남편의 월급통장의 돈은 빛보다 빠르게 치료사의 통장으로 이동이 시작됐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김장철이 가까워질 무렵, 우리 집 방문을 나서던 치료사는 결혼준비를 이유로 더는 볼 수 없었고, 예준이의 한글 읽는 소리도 방문 너머로 더는 들리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라는 노래 가사와 닮은 눈빛을 두 사람 모두 보냈건만, 미련을 못 버린 건 정작 ‘나’ 장윤경뿐이었다.

그렇게 나의 아드님은 명품 가방 하나 정도를 가볍게 치료사 통장으로 이동시켜 주셨지만, 7세 마지막까지 한글을 떼지 못하자 ‘후회 없음’이라는 답도 만들어주셨다. 다시 생각해봐도 오롯이 엄마인 내 문제점과 마주한 대가로 치른 깨달음의 비용이었다.

12월 초. ‘혹시 취학 통지서 현관 앞에 벌써 왔으면 어쩌지? 통반장님이 직접 가지고 오시려나?’ 아침이면 아파트 일층 우편함을 바라보며 문 앞을 나서는 습관적 불안이 나를 찾아와 있었다.

‘얘, 밥은 먹었니?’ 혼자 방안에 우두커니 누워 있는 나를 친정엄마의 한마디가 일으켜 세웠다.

‘윤경아, 예준이가 8살이던, 9살이던 언제 입학하는 그 시기가 뭐가 중요해? 비장애아이들 속에 있으면 언제 입학해도 그 애들과 똑같아지긴 힘들어. 일반 학교 가면, 네가 다른 아이들과 비교 하는 순간순간이 괴롭겠지. 그래도 예준이는 자신만의 속도로 잘 살아갈 거야. 그게 예준이의 운명이야! 중요한 건 바로 너야! 너 자신! 이라고. 바로, 네가 엄마로서 학교 보낼 준비 됐니? 너 자신에게 물어봐! 혹시 입학유예, 네 잘난 자존심 때문에 남의 시선 신경 쓰느라 아직도 결심하지 못한 거 아냐? 내 보기엔 예준이보다, 네가 엄마로서 학부형이 될 준비가 됐냐고? 그 준비가 된 때가 진짜 예준이 입학 시기야!’

‘엄마가 뭘 알아, 자폐 아이를 키워보길 했어! 엄마도 내가 발달 장애였으면 그렇게 유예를 쉽게 말했겠어! 됐어! 됐다고! 다 필요 없어! 엄마, 왜 아침부터 와서 잔소리야….’ 나는 못내 내 맘을 들킨 게 속상해 방으로 숨어들었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엄마가 가셨다는 걸 알았다.

그땐 몰랐다. 내 설움에 소리는 지르고 있었지만 내가 예준이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 곧 80세를 앞둔 친정엄마는 울고 있는 40 춘기의 딸과 자폐장애가 있는 손자,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계신다는 걸. 

나는 예준이의 엄마였지만, 나도 아직은 엄마가 필요한 철부지 딸에 불과했다. 친 형제자매가 있어도, 장애 자녀를 키우고 있는 자는 오직 나뿐이었고, 그들이 보내는 응원의 말과 시선이 때론 고마움도 있었지만 절대 공감할 수 없으리라는, 내 안의 날 선 감정들이 ‘장애도’라는 외로운 섬으로 더 밀어 넣을 때도 있었다.

차라리 이럴 때면, 텔레비전, 인터넷광고에서 ‘발달 장애 엄마 전용 자격증 취득 속성반 과정! 후회 없이 지금 바로 선택하세요!’라는 광고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장이라도 전화해 ‘무엇이 최고의 방법이죠? 라고 질문하고 조언도 들으련만 ’내 눈에는 치매, 암보험 광고뿐이고, 텔레비전 속 유명한 정신과 의사를 오랜 기다림 끝에 세 번 만났을 때도 동치미 같은 속 시원한 답변은 그 어디에도 들을 수 없었다.

방문 넘어 식탁 위 친정엄마가 두고 가신 김장김치를 보고 나서야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나’ 에게 조용히 말 걸기 시작했다

‘예준이가 입학 준비된 거 같아?’ ‘아니,’ ‘그런데 왜?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 입학시키는 거야?’ ‘그럼 넌, 학부형 될 준비는 됐어?’ ‘아니’ ‘그럼 됐어! 너 자신이 준비된 때 보내면 되는 거야! 그리고 네가 한글 직접 가르쳐! 넌, 엄마잖아, 포기가 어딨어! 넌, 할 수 있어!’

그렇게 맞이한 다음 날 아침, 일찌감치 주민센터를 다녀온 후 예준이는 8세인 듯 8세 아닌 7세 같은 만 나이 살이는 시작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마음을 위로하고 안아준 건 명품 가방도 화장품도 아니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너, 충분히 잘 했고, 괜찮아’라는 남편의 말 한마디와 손에 들린 한글 쓰기 노트, 구구단 놀이, 시계 놀이, 색칠 공부책, 잠들기 전 하늘에 올린 기도였다.

나는 이제 세상을 향해 말하고 싶다. 아니 말할 수 있다. 세상에 그 어떤 부모도 자신의 인생계획에서 장애아이를 낳게 해달라고에 기도한 자는 없을 것이다. 어떠한 원망도 두려움도 없이 하늘을 향해 묵묵히 ‘감사합니다~. 아멘!’ 이런 식으로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부모가 정말 몇이나 있을까? 이 길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만의 몫이며 십자가다.

나와 같은 부모들만이 오랜 기도와 침묵의 시간을 통해 자녀의 장애 모습 있는 그대로 소중한 자녀로 받아들이고 품어주며, 그렇게 되기까지 부모들만의 고뇌의 시간과 형태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분명한 건, 친정 부모도 형제자매도, 심지어 발달 장애를 키우는 부모들 각자도 저마다 경우가 다르기에 결코 나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대신할 수 없다.

그나마 친인척과 형제자매가 할 수 있는 건, 묵묵히 장애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고 때론 힘들고 지쳐서 기댈 곳이 필요할 때, 말없이 늘 그 자리에서 기다려 주고 안아주는 것?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장애 자녀는 분명 성탄절 산타의 선물처럼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 부모들에게 참된 삶의 지혜와 깊은 깨달음을 주는 천사이며 스승들이다! 그 맛! 이란…. 우리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만 느낄 수 있는 신이 주신 선물이다.

나는 감히 말한다. ‘발달 장애 부모는 온 마음으로 키우라는 하늘의 사명을 부여받고 그 뜻을 전하기 위해 선택된 자들’이다. 단지 ‘천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하늘이 선택한 운명의 ‘특사’들이며 천국이 보장된 사람들이라고.’ 그러니 자녀의 미래를 두려워 말자! 라고.

7세 두 번 살기로 한 여름의 중심 무렵,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어머니, 예준이가 오늘 손 떨림이 좀 있었는데 제가 보낸 영상 빨리 확인하세요.” 아들이 어린이집 등원한 지 한 시간 만에 특수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출처: 에이블뉴스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8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