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자료실 > 이슈와 칼럼

이슈와 칼럼

이슈와 칼럼 희희랑독, “녹음으로 여러분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2024-11-27 11:01:10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532
106.246.188.157

 

희희랑독, “녹음으로 여러분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희희랑독 멤버 단체 사진

▲ 희희랑독은 단순히 음성으로 녹음하는데 그치지 않고, 청각, 촉각, 미각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입체낭독극을 하기도 한다. ©희희랑독

 

◈ 이런 곳이 있습니다-희희랑독(喜戱朗讀)

◈ 시각장애인을 위해 10년 넘게 재능공유, 봉사활동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현대사회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라는 최첨단 산업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여러 가지를 사람이 하기보다 기술이 빠르고 편리하게 대체하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키오스크가 주문을 대신하고, 로봇 청소기가 등장했으며, GPS를 활용한 내비게이션이 길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은 어떤 면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장애인에게 더욱 불편함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소개하려는 ‘희희랑독’은 사회의 급변하는 흐름에서도 꾸준히 ‘마이웨이’를 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눈으로 책을 읽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을 녹음하는, 그것도 ‘일’이 아닌 ‘봉사’나 ‘사회공헌’ 활동으로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젠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읽고 싶은 책을 시각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음성지원으로 들을 수 있지만, 희희랑독은 지금도 시각장애인을 위해 녹음을 하며 소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민수 씨가 201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희희랑독은 올해로 11년차가 됐다. 2009년 시설에서 처음 시각장애인을 만났는데, 그 뒤로 꾸준히 만남을 가지면서 시각장애인들이 라디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듣는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오디오로 하는 희곡 작품과 같은 콘텐츠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희희랑독이라는 이름은 언어유희로 지었는데, 즐거움과 함께 읽자, 읽어서 전하자, 즐거움과 함께 같이 활동하자라는 뜻으로 한자를 좀 섞어서 지었습니다. 큰 단체는 아니고 고유번호증만 있는 비영리단체고, 동호회 같은 성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수제로 운영하고 음성 녹음이 가장 큰 활동이니까 멤버들이 시각장애인을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아요. 그래서 토요일처럼 쉬는 날 한 번씩 멤버들이 모여서 복지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봉사활동을 가기도 합니다.”

 

▲박민수 대표는 희희랑독은 각 영역별로 재능 있는 멤버들의 재능공유활동이라고 했다. 박민수 대표가 녹음실에서 녹음하고 있다. ©박관찬 기자

 

희희랑독이 음성 녹음을 한다고 하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책’이 전부가 아니다. 희희랑독을 처음 시작할 때 했다는 특정 사이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재밌는 글들을 시각장애인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녹음했고, 소설과 희곡 등 다양한 장르를 음성으로 녹음하고 있다. 또 올해는 ‘입체낭독극’을 두 번 했다고 한다. 입체낭독극은 시각적인 요소를 줄이고 청각•촉각•미각적인 요소들을 살려서 하는 낭독극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사회가 발전하면서 기술을 활용한다면 원하는 유형의 목소리, 그러니까 성별이나 연령대를 선택해서 읽고 싶은 텍스트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희희랑독이 꾸준히 음성 녹음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활동을 하는 희희랑독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보나 문화콘텐츠에 접근이 좋아진 건 맞습니다. 하지만 세대별로 보면 50대 이상이라든지 아직까지 스마트폰을 포함한 신기술 접근이 떨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 중에는 아직까지도 라디오나 기존의 카세트 테이프를 듣는 경우도 계십니다. 그래서 여전히 음성 녹음을 필요로 하는 분들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성우들이 내는 퀄리티만큼은 아니지만 문학작품 중 극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건 아직까지는 AI가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희희랑독의 매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AI가 읽어주거나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제작하는 음성도서는 대개 한 사람이 녹음을 하며 ‘내용 전달’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기수제로 10년 넘게 운영되어 온 희희랑독은 멤버가 여러 명인 만큼, 단순히 내용 전달에 그치지 않고 희희랑독 이름 뜻대로 ‘즐겁게 읽어서 전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여러 명이 있으니까 연기를 포함해서 효과음이라든지 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 문 삐그덕거리는 소리, 음료 마시는 소리 이런 것들을 넣어서 입체적으로 녹음합니다. 그리고 연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극적인 요소 등 재밌는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공연장에 가서 보면서 즐기기엔 상대적으로 어려운 작품들이 있는데, 이런 작품들을 희희랑독이 녹음실에서 연기와 효과음, 다양한 배경음악을 삽입해서 녹음하기도 합니다.”

 

박민수 씨는 따로 본업이 있고 희희랑독은 사회활동이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요즘 개인주의와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이렇게 오랜 시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희희랑독이 참 멋지게 여겨진다. 희희랑독을 관심 있게 찾아주고 연락하는 사람들이나 기관이 꾸준히 있는 것도 기자와 같은 생각이 아닐까.

 

또 박민수 씨는 봉사활동이라는 키워드를 쓰기는 하지만, 희희랑독 자체가 재능공유활동이라는 정의를 내린다고 한다. 박민수 씨 혼자 다 하는 게 아니라 바람 소리를 녹음하면 그것을 편집 잘하는 멤버가 있듯이 각 영역별로 재능 있는 멤버들이 각자 잘하는 것을 재능기부를 통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제가 희희랑독을 운영하면서 가지는 가장 큰 지향점은 동기부여인 거 같아요. 당신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어떤 사람들이 있다. 같이 즐거움을 나누고 한 번이라도 더 웃는 기회가 되고 응원이 전달돼서 자립할 수 있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와 같은 메시지가 큰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희희랑독을 통해 응원을 받으며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https://theindigo.co.kr/archives/59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