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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정당‧후보 이름도 모른 채 번호로만 투표해야 하는 시각장애인 현실
2024-04-04 15:14:24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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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후보 이름도 모른 채 번호로만 투표해야 하는 시각장애인 현실

“점자보조용구 개선해 시각장애인 투표권 제대로 보장하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4월 10일)가 다음 주로 다가왔다. 장애인 유권자도 비장애인 유권자와 같이 각자가 원하는 정당과 후보에 투표한다. 이때 시각장애인은 점자보조용구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점자보조용구의 구성이 미비한 탓에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일한 정보를 접하지 못해서 문제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시각장애인이 받는 점자보조용구에는 정당 이름과 후보 이름이 없다. 숫자만 1번, 2번, 3번으로 적혀 있을 뿐이다. 각 번호가 어느 당의 어느 후보를 의미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시각장애인은 정당의 이름도 후보자의 이름도 모른 채로 번호만으로 투표하게 된다. 장애인 참정권의 제대로 된 보장이 맞는지 의문이다. 번호만 보고 찍는 투표 방식으론 장애인 기표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필자의 자택으로 배송된 점자보조용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용 점자보조용구에 번호만 점자로 표기되어 있고, 정당 이름과 후보 이름은 백지로 남아 있다. ©조현대

필자의 자택으로 배송된 점자보조용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용 점자보조용구에 번호만 점자로 표기되어 있고, 정당 이름과 후보 이름은 백지로 남아 있다. ©조현대

 

비례대표 선거의 점자보조용구에는 정당명을 간략화해뒀다.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은 ‘대한당’, ‘대한민국당’은 대민당 등으로 적는 식이다. 평소 정치 소식에 밝지 않다면 이러한 약자가 어느 정당을 의미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특히 군소정당은 거대양당에 비해 방송, 홍보 등에서 언급되는 빈도가 적어서 더욱 그렇다.

투표 의사를 볼펜으로 표시하는 방식도 문제다. 원하는 항목에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려야 하는데 시각장애인은 이러한 표시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이 어렵다. 필자의 경우는 볼펜을 살짝 눌러서 임의로 점을 만들어 해결했지만, 이렇게 추가적인 조치를 장애인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투표 환경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장애에 관한 고려가 부족한 투표 환경 탓에 시각장애인은 대개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아 선거를 치른다. 공직선거법 제157조는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자신이 기표하기 어려운 선거인은 가족이나 지명한 사람을 동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의 정치 참여 보장을 위한 제도로서 나름의 유효성이 있지만 직접선거와 비밀선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가족 또는 활동지원사와 지지하는 정당 및 후보가 같다면 괜찮다. 그러나 정치색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고 이런 때에 찜찜함을 느끼는 이가 필자 주변만 보아도 적지 않다. 자기가 원하는 후보와 정당을 자기 손으로 뽑는 일은 민주사회의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점자보조용구가 미비한 탓에 시각장애인의 투표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달성되기 어렵다. 정당 이름과 후보 이름을 생략 또는 축약한 이유가 투표용지가 작아서라면 용지의 크기를 키워서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조치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장애인의 의사를 올바로 반영한 선거가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기관은 장애인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이미 이뤄진 거소투표와 곧 진행될 사전투표 때에는 어쩔 수 없어도 다음 주에 있을 본투표 때에 참여하는 시각장애인은 개선된 환경에서 투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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