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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산다는 건 혼자 조용히 닳아져 가는 것”
2022-09-07 09:29:04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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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과 그 부모의 삶에 관하여’ 책 표지. ⓒ소셜포커스

 

김영임, 중증장애인 부모 애환 다룬 소설 펴내

정부의 탈시설 일방추진 위험과 문제의식 담아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중증장애인 부모가 겪는 삶의 질곡과 애환을 담은 책이 나왔다. 사회 편견 속에 자녀를 키워야 하는 외로움과 아픔을 묘사했다. 또, 부모 사후 혼자 남겨질 자식을 향한 애잔한 슬픔도 그려냈다. 특히,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탈시설 일방추진 문제를 함께 짚었다. 중증장애인을 시설에서 내쫓아 애초 불가능한 자립을 강요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리더북스는 김영임의 소설 ‘중증장애인과 그 부모의 삶에 관하여’를 펴냈다. 몸은 성인이지만 인지능력 2~3세의 중증장애인 아들을 둔 부부 얘기다. 실제, 32세 중증장애인 아들을 둔 그의 자전적 내용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영훈은 병으로 아내를 잃고 홀로 장애인 아들 선우를 키워 왔다. 아내 은혜는 뇌출혈로 중환자실로 옮겨진지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한 뒤였다. 당시 그녀는 시설폐쇄 반대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뇌출혈로 쓰러졌다. 아들 선우가 있던 시설이 인권사태로 당장 문 닫게 되면서 나선 자리였다.

반면, 정부는 기존시설 정원을 줄이거나 없애고 사회자립만 강조하던 터였다. 인지 2~3세 장애인에게 거주시설을 나와 훈련받고 자립하라는 요구다. 이런 사정에서 은혜를 비롯한 중증장애인 부모 수 십명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슬픔 속에 아내를 보낸 영훈은 수 많은 좌절 끝에 자살까지 결심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치킨, 피자, 과자를 연발하는 아들 선우가 눈에 아른거렸다. 누가 뭐라해도 영훈에게 아들 선우는 세상 최고의 선물이고 행운같은 존재였다. 집 안 여기저기 똥을 누고 마구 어지럽혀도 금쪽같은 아들이다. 결국, 영훈은 마음을 고쳐먹고 아들과 둘이서 다시 꿋꿋하게 살아갈 용기를 낸다.

그러던 어느 날 영훈은 암 말기 판정을 받고 눈 앞이 캄캄해진다. 자신이 죽은 후 혼자 남겨질 아들 선우에 대한 걱정과 불안뿐이다. 당장 3개월짜리 단기보호센터라도 아들을 맡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별 수 없이 선우를 센터에 두고 참담한 심정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그리고 남은 생을 정리할 생각으로 어머니가 계신 요양원으로 향한다.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어느새 작별인사를 하는 그였다.

이후 부모님 본가로 가던 중 영훈의 손이 놀라움에 부들부들 떨린다. 어릴 적 잃어버려 죽은 줄만 알았던 장애인 동생 영호가 눈 앞에 보여서다. 삐쩍 마른 몸에 허리가 구부정하고, 거북손에 흙이 가득 묻은 맨발 행색이다. 악덕 농장주를 만나 감자, 옥수수, 벼 농사에 돼지사육까지 한평생을 머슴으로 살았단다. 30여년간 먹고 자며 지낸 곳도 돼지 축사 한켠의 좁디 좁은 창고였다. 하지만, 동생 영호는 형을 알아보지 못하고 집 밖으로 떠밀기만 했다. 영훈이 농장주를 흠씬 두들겨 패도 영호가 막아서며 형을 밀쳐냈다. 그렇게 영호는 30여년 만에 해후한 영호를 두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리고, 하늘에서 비가 내리치며 무척 쌀쌀한 어느 날, 영훈은 아들 선우가 있는 단기보호센터 담벼락에 기댄 채 생을 마친다.

김영임 작가는 “중증장애인 아들과 함께 걸어간다는 건 어깨가 무겁다기보다 가슴이 무거운 것이고, 산다는 것은 혼자 조용히 닳아져 가는 거라는 걸 묵시적으로 가르쳐 준 게 장애인 아들”이라며 “생의 아픔이고 슬픔인 천방지축 아들을 향한 애잔함으로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시설 소규모화와 탈시설의 위험성을 짚었다. 소정의 교육·훈련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접근에 대한 지적이다. 그는 “두 세살 어린애 수준의 중증장애인들이 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센터에서 2~4년 훈련만 받으면 취업도 하고 스스로 생계도 꾸릴 수 있다는 생각부터가 어불성설”이라며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애초 자립이 가능한 지 여부를 가려 당사자에게 각자 거주선택권을 보장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현실을 왜곡하는 일부 단체에 더 이상 현혹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직접 당사자인 중증장애인과 부모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탈시설지원법안과 탈시설로드맵을 전면 재검토 또는 폐기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Tag#중증장애인과 그 부모의 삶#김영임#탈시설#거주선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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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민 기자

출처 : 소셜포커스(SocialFocus)(http://www.socialfoc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