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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외부칼럼]②2010년 장애인당사자의 핵심 키워드 2010년 장애인정책
2010-12-21 16:33:00
관리자 조회수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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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장애인당사자의 핵심 키워드, 무한절망!

키워드를 통해 돌아본 2010년 장애가(街)

안진환(장애인사회연구소장)

매년 이맘 때 쯤이면 어김없이 한 해 동안 장애계를 들끓게 했던 갖가지 정책들과 사건들을 되짚어보게 된다. 물론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보는 일은 장애계 말석에서 일하는 우리로써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해 보다도 올해의 연대기를 새삼스럽게 꼼꼼히 톺아보고자 하는 이유는 장애계를 온통 설렘과 혼란,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했던 굵직굵직한 사실들이 유독 많았던 탓이다.

이 글은 속절없이 무너진 2010년 한 해의 장애인복지정책을 되돌아보는, 그러나 설레고 슬퍼하며 분노했던 순간의 기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소용돌이쳤던 감정의 질곡 속에서도 오롯이 남아 있던 반성과 성찰의 흔적이었으면 한다.

④ 6․2지방선거 장애인 당선자 대거 배출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하며 유권자들을 기쁘게도 슬프게도 했던 6.2지방선거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연대의 넉넉한 승리로 끝이 났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한나라당이 약간 밀리긴 했지만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수성했고, 전국 총득표 수에서는 여전히 범야당보다 한나라당이 많은 것으로 집계되어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패배로 보기에도 무리는 있다. 어찌됐든 야당의 승리 탓인지는 몰라도 장애인당사자 후보들도 대거 당선됐다.

하지만, 장애인당사자 당선자를 양적으로 많이 냈다는 사실이 장애인당사자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장애를 갖고 있거나 장애인관련 경력을 가진 후보자들을 집계했더니 200명 조금 넘는다. 이중 당선된 사람은 106명이다. 역시 민주당이 가장 많아서 약 60%에 해당하는 61명의 장애인당선자가 나왔다.

한나라당은 두 번째로 많아, 30명의 당선자를 냈다. 이밖에 무소속은 7명, 민주노동당은 6명, 자유선진당과 국민참여당에서 각각 1명씩 장애인 당선자가 나왔다.

세분하면, 장애인당선자 106명 중 21명이 비례대표로 당선되었다. 비례대표는 장애인계 대표성을 인정받아 발탁되는 경우이다. 그런데 비례대표 당선자 중에는 외려 한나라당이 가장 많은 11명이었으며, 민주당은 7명이었고, 민주노동당, 자유선진당, 국민참여당이 각각 1명이었다.

비례대표 장애인당선자 21명 중 광역의원은 총 7명이었고, 나머지 14명은 기초의원이었다. 광역의원의 경우, 서울특별시의원이 눈길을 끄는데, 한나라당은 고만규 곰두리봉사협회장, 그리고 민주당은 이상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연합회 이사가 당선되었다. 두 당선자 모두 소위 ‘장애운동’ 판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었고, 철저하게 ‘장애애인당사자성’으로 무장한 활동가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점은 이상호 서울특별시의원 당선자이다. 특히 이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활동을 시작한 ‘2010지방선거장애인연대’가 각 정당들에게 장애인당사자를 비례대표 당선권 내에 배정하라는 강력한 요구를 민주당이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화답하여, 장애계의 추천으로 서울특별시의회에 진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보편적인 참정권 대책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다. 지체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투표소가 버젓이 자태를 뽐내는가 하면, 점자형 선거공보는 면수 제한까지 강제하여 시각장애인의 ‘제한적 참정권’만 보장하고 말았다. 실제 투표 현장에서는 투표소 입구의 높은 턱 때문에 투표를 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일도 벌어졌으며, 편의시설의 미비로 다른 사람에 의해 짐짝처럼 들려서 투표를 하는 광경도 왕왕 목격됐다.

이번 선거부터 장애인당사자 후보자들이 활동보조인 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진일보한 정책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등록된 장애인후보자가 선거운동기간 동안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았다면 그 비용을 지자체로부터 보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중요한 사실이 있다. 과연 이번 선거에서 장애인당사자들은 승리한 것일까? 이번 선거에서 106명의 장애인당선자를 냈으니 외형적인 숫자로만 보면 장애인당사자의 승리로 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 장애인을 많이 추천한 정당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과 중증장애인 후보자가 활동보조인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정책적 배경 위에서 이뤄진 결과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장애인당사자들의 면면을 보면, 정작 장애인을 위해서 일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그들이 과연 장애인을 대표할 수 있는 역할을 했는지, 당체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장애인당사자의 정치세력화는 장애인당사자 당선자의 숫자의 많고 적음으로 인해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장애인당사자의 정치세력화 전제는 생물학적 장애인당사자 당선자의 숫자 늘리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해서 일해 왔으며, 앞으로 일할 정치일꾼이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 ‘장애인당사자주의’를 포개면 금상첨화이고. 장애인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면 장애가 있든 없든, 장애관련 경력이 있든 없든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이제 선거는 끝이 났다. 장애인 참정권 대책이 후퇴한 것과 관련해서는 우선적으로 개선 방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⑤ 장애아 살해

가족에 의한 장애인 살해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생활고를 비관하며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농약을 먹이고 남은 농약을 먹고 자신도 함께 죽으려 했다가 자신만 살아난 아버지도 있었고, 23살 난 딸이 '소리를 지른다'는 이유로 목을 조르고 주먹으로 얼굴 등을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도 있었다. 그야말로 장애인의 ‘생명권’이 위태위태한 지경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장애인을 살해한 친족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며 관용을 베풀고 있다.

지난 2004년, 중증장애를 가진 손녀에게 극약을 먹여 숨지게 한 할머니에게 재판부는 '피고가 자기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모든 가족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범행이 이뤄졌고 그동안 살아온 인생 자체가 형벌 이상의 고통이었다'는 이유를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또 최근에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생후 2개월 된 딸을 죽이고 경찰에 자수한 여성에게 재판부는 ‘장애를 지닌 딸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생명을 빼앗았지만 자수했고 남편 등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 모(某씨)가 피해자의 장애를 비관해 범행한 점과 본인의 죄를 뉘우치고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의 존재는 철저히 부정당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장애인들의 ‘죽임당함’은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여, 아니 장애인을 친족으로 둔 사람들이여. 결코 두려워하지 마시라. 대한민국이라는 이 땅은 장애를 가진 자식을, 형제, 자매를 죽일 권리를 법원에서 인정하는 곳임을 잊지 마시라. 손에 친족의 피를 묻힌 장애아의 부모, 혹은 형제, 자매의 사연에 귀 기울이고, 함께 눈물 흘리며 기꺼이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는 법관들이 있으니까. 이제 당신들의 선택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⑥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사태

지난 6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에 이명박 대통령 참모 출신인 양경자 전 의원이 임명되자 장애인단체들이 크게 반발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관련 단체 51곳은 즉각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양 이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양 이사장 임명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공단 설립 목적에 비춰볼 때 분명 적절한 인사는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낙하산 인사’ 단행이야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라 치더라도 의식 있고 실력 있는 사람 좀 내려보내지. 양 이사장을 ‘무적의 낙하산 요원’으로 보기에는 훈련과 학습이 너무 부족했다. 공단이 이명박 정권의 ‘전리품’은 아니지 않나. 공단은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장애인 고용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이사장의 첫 번째 자격은 임명권자와의 친분이 아닌 전문성이어야만 한다.

이사장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정록 한국지체장애인협회장은 “양 이사장이 심사 과정에서 장애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장애인연금 액수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더해 연계고용제도나 더블카운트제도 등 장애인 고용과 관련한 기본적인 정책마저 전혀 모르고 있거나 동문서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정책에 대해 미리 공부하려는 일말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련 경력도, 전문성도 없고, 장애인 관련 업무파악에 대한 의지조차 의심스런 인사가 이사장이 된 이유는 물론 그의 이력을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대통령과 같은 대학을 나왔고 현재 고려대 여성교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또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을 치를 때 특보·홍보 부위원장을 맡아 그를 도왔다. 이번 인사가 대통령 측근 챙기기라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비장애인한테는 공단 이사장이 수많은 기관장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장애인들한테는 ‘상징성’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자리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장애인일자리 문제, 그리고 철옹성 같이 굳건한 장애인 차별을 허물기 위해서는 의지와 전문성을 갖춘 기관장의 존재가 필요하다. 정치인에게 제발 부탁한다. 이런 자리는 정치적 논공행상의 대상에서 빼주셨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양씨에게 경고한다. 장애인을 위해 제대로 일할 사람이 이사장을 맡을 수 있도록 스스로 물러나는 게 노추(老醜)를 드러내지 않는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말이다.

다행히 지난 11월 19일 여당 내부에서조차 사퇴 압력을 받아온 양경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은 장애인고용공단 내부 직원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이다. 나는 여기에 고약한 비장애인의 ‘우월주의’가 도사리고 있다고 본다. 장애인당사자는 공단 직원들의 휘하 또는 영향권내에 두어야 할 대상이지 모시고 함께하는 집단은 아니라는 ‘집단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을 사시로 보는 경험에 익숙한 비장애인들은 하염없이 상념에 빠지며 언짢겠지만,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의 초고속 성장은 외려 우매한(?) 장애대중을 네트워크화함으로써 장애인사회의 중요한 문제는 일련의 현장성을 공유할 정도로 성장시켰다. 여기에 장애인당사자주의의 팽창은 ‘소외와 배제’의 트라우마를 겪은 집단인 장애대중들을 장애인사회의 주체적 소비자로 둔갑시켜 점점 더 거대한 장애 군중을 양산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복지 현장의 일각(특히, 비장애인 전문가 그룹)에서는 이 엄청난 자발적 장애대중에게서 장애인복지 발전을 위한 규율된 동원의 에너지를 연상하는 흐름이 없지 않다. 또 같은 맥락에서 사회 통합과 소통의 가능성을 찾기도 한다. 번지수가 다른 이 같은 상상력과 예단이 장애인의 감시와 견제를 통한 적극적 세대, 즉 자립생활의 세대에게 비장애인의 우월주의의 굴레를 덧씌우는 일로 보이는 것은 나만의 걱정인가?

나는 장애인복지를 맡은 분, 특히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사회 변동에의 감수성을 크게 높였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장애인복지소비자 중심을 구호가 아니라 현실로 만들려면 일상에서 드러나는 모순적 현상을 포착하고 그것에 적응적인 장애인복지정책(고용 또는 노동) 전망을 세워야 한다. 별 실력도 없이 급여만 축내고 장애인 일자리의 질을 한 없이 추락(연봉 2,400만원짜리가 연봉 240만원짜리 장애인 노동자 양성하며 환호작약, 장애인을 싸구려 일꾼으로 전락)시키는 일등공신이어서 안쓰럽기까지 한 공단 직원들이여! 이러한 과제에 어둡거나 애써 눈을 감으면서도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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