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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외부칼럼]①2010년 장애인당사자의 핵심 키워드 2010년 장애인정책
2010-12-20 15:13:00
관리자 조회수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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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장애인당사자의 핵심 키워드, 무한절망!

키워드를 통해 돌아본 2010년 장애가(街)

안진환(장애인사회연구소장)

매년 이맘 때 쯤이면 어김없이 한 해 동안 장애계를 들끓게 했던 갖가지 정책들과 사건들을 되짚어보게 된다. 물론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보는 일은 장애계 말석에서 일하는 우리로써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해 보다도 올해의 연대기를 새삼스럽게 꼼꼼히 톺아보고자 하는 이유는 장애계를 온통 설렘과 혼란,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했던 굵직굵직한 사실들이 유독 많았던 탓이다.

이 글은 속절없이 무너진 2010년 한 해의 장애인복지정책을 되돌아보는, 그러나 설레고 슬퍼하며 분노했던 순간의 기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소용돌이쳤던 감정의 질곡 속에서도 오롯이 남아 있던 반성과 성찰의 흔적이었으면 한다.

① 장애연금 및 장애수당

지난 7월 우리나라에서도 장애로 인해 일을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중증장애인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기초장애연금제도가 닻을 올렸다. OECD 국가와 비교해볼 때 뒤늦은 감이 있기야 하지만, 어쨌든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다.

장애연금제도는 2009년 12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가 여야 합의를 통해 당초 예산에서 최종적으로 반토막난 1천519억원으로 확정됐고, 기초장애연금 대상자 또한 41만명에서 9만명 줄어든 32만 여명으로 결정하여 등록장애인 250만명 중 12.8%정도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고치고 줄여 누더기가 된 장애연금제도는 2007년 4월 제정된 기초노령연금법에 비하면 연금제도로는 입에 꺼내기조차 부끄럽고 형편없는 ‘누더기 정책’이 되고 말았다.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2010년 현재 만 65세 이상 어르신의 70.0%인 375만명이 수급 대상자(선정기준액은 매년 고시되며, ‘10년 선정기준액은 노인 단독가구 70만원, 부부가구 112만원 이하)로 혜택을 받으며, 노인 10명 중 7명 정도가 월 최대 9만원의 혜택을 받고 있으나, 기초장애연금은 장애인 10명당 1.2명 정도에 불과하고 기초수급자의 경우 최고 15만원을 받게 돼 장애인들의 현실적인 소득보장을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기초장애연금은 근로능력의 상실 또는 현저한 감소로 인해 줄어드는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지급하는 기초급여와 장애로 인해 추가로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해 주기 위해 지급하는 부가급여를 합산, 지급된다. 정부는 기초노령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기초장애연금의 기초급여액을 기초노령연금액과 같은 9만원(2010년 4월 적용)으로 하고 중증장애인 본인 및 배우자의 소득 수준,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을 고려해 부가급여액을 정하고 있다.

과연, 기초수급자가 받게 되는 6만원 미만의 부가급여액이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을 고려했다고 할 수 있는가? 2008년도 장애인 실태조사는 1∼2급 중증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의 발생으로 인해 추가로 드는 생활비용으로 20만8천원이 소요된다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전혀 그렇지 않다. 게다가 부가급여는 인상 계획이 전혀 없고 고작 기초급여만 매년 1,000원씩 인상될 뿐이다. 그러니까 2011년도에는 151,000원이 통장계좌에 찍힌다는 얘기다.

더욱이 문제는 기존의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 비용을 보장해주기 위해 지급되던 장애수당은 폐지된다는 데 있다. 즉 연금을 받는 사람은 장애수당을 받지 못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물론 ‘착한 지자체장’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면 ‘장애수당 존치’ 여지는 있다. 따라서 기존 장애수당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장애인에게 월 2만∼13만원까지 지급됐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예산으로 추가로 수당을 지급하기도 했다는 점들을 고려할 때 단순히 ‘장애수당’에서 ‘기초장애연금’으로 이름만 바꿔 달았다는 장애계의 불만에도 정부는 여전히 손사래를 칠뿐이다.

② 장애등급 (재)판정

올해 대한민국 장애계는 연일 기적이 일어나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중증장애인이 하루아침에 경증장애인이 되는 장애등급의 하락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장애등급의 하락이란 손상을 입은 신체가 성성이(정상화)에 좀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겠고, 장애를 입은 신체의 정상화를 의료의 힘이 아닌 행정의 힘으로 실천하고 있는 정부정책을 장애계가 두 손 들고 환영해야 할 판인데도 오히려 그 반대이니 좀체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연일 기적을 불러오는 대한민국 행정의 무소불위 기적의 능력은 익히 알고 있는 예수님의 ‘오병이어 기적’보다 훨씬 전지하고 전능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알고 봤더니 이 빌어먹을 ‘행정의 기적’은 장애등급이 하락된 장애인의 활동보조서비스, 장애인연금 등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하는 덫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니, 참 고약할 따름이다. 더욱이 이 덫은 빈곤계층의 장애인들의 생존권마저 크게 위협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부터 신규로 등록하는 1~3급 장애인까지 장애등급심사를 확대하였고, 2011년부터는 1~6급 전체 장애인에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활동보조서비스, 장애연금, 장애수당 등의 장애인사회복지서비스를 신청하는 장애인은 ‘장애등급심사’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급기야는 2년 이상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도 시행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기존의 장애등급판정제도는 일관성과 형평성이 결여되어 있고 부적정한 장애판정 사례가 많아, 복지서비스 대상의 수요와 공급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야 하고 정확한 대상자에게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되뇌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장애등급심사의 목적이 예산의 절감이 아닌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항변하고 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번 복지부의 암수가 읽힌다. 2007년부터 시행된 장애등급심사로 무려 36.7%의 장애등급이 하향 조정된 결과를 언론에 흘리며 장애인들의 대단한 허위와 부정을 적발이라도 한 것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핵심을 교묘하게 비껴가고 있다.

장애계는 그동안 장애등급재판정은 모든 장애인의 생존권과 직접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며 기본적으로 누려야하는 사회서비스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장애등급재판정 문제점과 재검토 요구를 끊임없이 복지부에게 요구하였다. 하지만 복지부는 강화된 장애등급재판정을 고집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장애인의 장애등급이 하향조정 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장애등급심사로 인한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가당찮은 기적의 이유가 다름 아닌 가짜장애인 색출과 예산의 합리적인 집행이라니, 고소를 금할 수 없겠다.

장애계의 ‘분노의 폭발’을 자초한 셈인데,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아예 구시대의 유물인 '장애등급제 폐지‘를 공론의 장으로 들고 나왔다. “장애등급제는 사람의 몸을 저울에 달아 낙인을 찍어 분류하는 정신적 외상의 절정판이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전형적인 반인권적 제도다”라고 정의하며 비인간적 요소를 더 키우고 치유불능의 지경으로 내몬다고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장애등급제는 의학적 기준으로만 장애의 정도를 구분할 뿐, 개별 장애인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소득보전이나 사회서비스의 필요도는 애초부터 측정할 수 없다. 그러니 이참에 한우등급 매기듯 하는 장애등급제도는 폐지하고, 활동보조서비스나 장애연금과 같은 사회복지서비스가 필요로 한 장애인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의학적으로 정해져 있는 장애판단뿐만 아니라, 장애인 각 개인의 현재 상황과 환경소득을 함께 고려하여 장애 정도와 상태에 따른 사회적 지원체계의 장애판정체계로 방향성을 잡아야 하며 의료 및 사회서비스, 소득지원, 근로지원, 재활지원, 직업교육지원 등 종합적인 판단으로 장애판정 시스템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연계방안을 강구하여야만 할 것이다.

③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지난 9월 17일 정부의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마침내 남루한 모습을 드러냈다. 잘한 일은 잘했다고 칭찬해야 한다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부대결의에 따른 장애인장기요양제도에 대해 정부의 제도화 노력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어수선한 상황 안에서 세상에 나온 이 놈의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활동지원법’)이 어쩌면 장애인연금제도처럼 장애계를 우롱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우려를 낳게 한다. 딱 ‘장애연금제도’의 ‘판박이’다.

마치 장애인연금제도를 빗대 손으로는 ‘장애인연금제도’라고 쓰지만 눈으로는 ’장애수당‘이라고 읽는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는 것처럼 활동지원법도 활동보조서비스의 이름만 바꾼 제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이렇듯 장애인자립생활 기반 조성에 대한 비뚤어진 숭배가 절정에 달하면서 낙담하는 일도 잦아졌다.

숭배 대상인 자립생활이 엇나가면, 혹은 정부의 고약한 의도가 밝혀지면 장애대중은 ‘쓰레기’ ‘껍데기’가 되었다며 애도했다. 한편으론 이율배반스럽게도 장애대중은 자립생활의 축소와 번드르르한 이용에 절망하면서도 작은 이익(장애연금, 정계 진출, 예산 총량 확대 등)과 거대집단(사회복지시설)의 연대 제의에 환호했다. 공무원들과 재벌 복지법인들이 벌이는 ‘사랑의 향연’에 전에 없이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장애인의 무덤이 될 법한 장애연금 도입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사회서비스 시장 문호개방을 정부가 커밍아웃하자 낙담했고 곧이어 활동지원법 제정 및 시행 예고까지 터지자 절망했다. 공청회를 무산시키며 몸부림쳤지만, 정부는 모르쇠요, 일방통행이다. 장애인 입장에서 보면 때는 이미 늦으리다.

장애인당사자의 집단 감성은 대개 보통은 조용히 실망하지만 정부의 악랄한 저의를 확인하면서 악다구니처럼 따져 묻는 일종의 ‘근성’이라는 게 있다. 복지부와 메이저 장애인단체의 한결 같은 반응은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고전적인 정답,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었다. 결국 복지부는 자립생활과 이혼하고 재활에게 새장가간다며, 메이저 장애인단체는 ‘마담 뚜쟁이’ 역할을 하면서 자립생활을 비정하게 버렸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이번에 발표된 입법예고안은 기존 활동보조서비스에서 제공되던 신체활동, 가사활동지원, 외출지원 등의 서비스 외에 노인장기요양서비스에서 제공되고 있는 방문간호, 목욕, 주간보호 등의 서비스를 추가하여 장애인들에게는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에게는 장애인가족구성원을 ‘돌보는 부담’을 즉 ‘가족의 짐’을 경감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우리가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것은 활동지원법이 현실적으로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인가 하는 것이다.

이미 장애계는 장애연금제도를 통해 허탈감을 느꼈고, 결국 장애등급재판정을 겪으면서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품으며 장애등급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활동지원법 또한 그 대상을 장애인복지법상의 1급 장애인으로 제한하고 있어 다시 한 번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활동지원법이 진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대상자 선정에 보편성을 담보해야만 한다. 불행하게도 이 제도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장애인은 아무도 없다. 그 이유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현재의 장애등급제도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한다는 점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활동보조 대상자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

또한 노인장기요양제도의 부대결의였다는 것을 감안하여 노인장기요양에서의 시행착오를 딛고 적합한 것들, 문제시되었던 것들을 분별하여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또 법안, 제도에 대해 더욱 깊은 고민을 장애계와 함께 해 나가야 했었다. 무조건 거부도, 무조건 수용도 아닌 치열한 논의와 합의만이 실효성 있는 활동지원법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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