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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외부칼럼] 장애인 정치참여와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①
2010-03-17 10:26:00
관리자 조회수 2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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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정치참여와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①

 

안진환(장애인사회연구소장)

 

이제, 70여일 후면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6·2지방선거는 8개선거(광역단체장·광역의원·비례대표, 기초단체장·기초의원·비례대표, 교육감·교육의원)가 동시에 실시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유권자가 선택해야 하는 선출직 공무원이 무려 8명이나 된다. 도합 3,991명의 지역일꾼을 뽑는 매머드급 선거라는 점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선거가 될 전망이다. 우선 이번 선거는 좋든 싫든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보일게 분명하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대부분의 전국규모 선거의 성격상 그렇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의 결과가 우리 장애계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 장애계 모두가 선거에 참여하여 실제적인 정치세력화를 이뤄낼 수 있는가? 이와 같은 고민은 지난 선거철마다 내내 우리 장애계를 괴롭혔던 해묵은 숙제이다. 또한 올해는 여느 때와는 달리 ‘장애연금’과 같은 미래의 우리나라 장애복지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사회적 의제들이 정책으로 입안되고 시행되는 해이기도 하다. 또한 국가의 복지 패러다임이 ‘시혜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이미 지방정부로 이관된 많은 복지정책의 기조에도 예측하기 힘든 변화가 생길 지도 모르겠다.

이미 각계각층에서는 저마다 이번 지방선거의 판도를 점검하고 예측함으로써 자신들의 실익과 선거결과를 어떤 식으로든 연계하기 위한 합종과 연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장애계 역시 각 단체별로 선거대응을 위한 연대를 모색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아무려나 한국 사회에서 모든 길은 정치로 통하니 어쩔 도리가 없기는 하다. 이러한 논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허울 좋은 명분에 휘둘리지 않고 실익을 따져 장애계가 현실적인 정치파워를 지닌 정치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 논의의 첫걸음은 당연히 지난 2년간 MB정부가 시행했던 장애복지정책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장애인의 정치참여와 장애계의 선택!

 

디딤돌 복지, 능동적 복지, 친서민정책…. MB정부가 지난 2년 동안 복지와 관련해 외쳤던 구호다. 2년이 지난 지금 MB정부의 ‘능동적 복지’는 거짓과 기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이미 실패의 길을 걷고 있다. 장애계를 향해 내뱉었던 그 수많은 약속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MB정부의 복지정책을 떠올리면 실제적 정책이 아닌 그저 말의 성찬으로만 끝난 슬로건들만 기억날 뿐이다.

지난 2008년 MB정부 출범 초기를 잠깐 되짚어 보자. 그 당시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본 것은 복지정책 기조였다. 직업교육을 강조한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내걸었고, 지역사회공동체를 강조한 노무현 정부는 ‘참여복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이 모든 슬로건들은 복지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화려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고, 실망감만을 안겨주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하하며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복지정책을 이끌어낼지 기대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MB정부의 복지 정책기조는 ‘능동적 복지’이다. 능동적 복지는 ‘복지 수혜자들이 필요로 하는 욕구들을 찾아가서 서비스 해 주겠다’는 뜻이란다. 수혜자라는 말이 귀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일단 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고, 찾아가서 서비스를 해 주겠다고 하니 반가운 소리여서 어떻게 전개되나 지켜보기로 했다.

예상이 이렇게 빨리 빗나갈 줄은 몰랐다. 기대가 실망으로 전이되는 시간은 몇 개월이면 충분했다. 2008년 4월 말 MB정부가 첫 번째로 추경 편성을 하면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 기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간 복지재정이 너무나 빠르게 확대되었으므로 더 이상의 복지재정 확충은 없다. 다만 효율화를 통해 수혜폭을 늘릴 수 있다. 나아가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 것은 좌파정부가 너무나 복지 예산을 많이 쏟아 부은데 있다”라고.

순간 5년이 암담하게 느껴졌다. 대다수의 선진국가들이 GDP의 4분의 1가량을 쏟아 부어 국민의 삶의 안전망을 공공 영역으로 관장하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국가의 복지 정책 확대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밑바닥 서민들의 욕구를 능동적으로 찾아가서 파악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이런 걱정은 현실로 나타났다.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려다 강력한 반대로 좌절되었으나 이후 일반 복지 영역에서 시장과 경쟁, 민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환하기 시작해 사회 취약계층이나 필수적인 생활서비스의 공급이 영리 추구자들의 손에 줄줄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2010년도 장애인예산안을 보더라도 MB정부의 기만술이 얼마나 ‘추하고 뻔뻔한지’ 알 수 있다. 숫자상으로 볼 때 장애인복지 예산은 8,8178억 원으로 전년대비 20.8% 늘어났다. 물론 이 안에는 중증장애인기초장애연금 예산 3,239억이 신규로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기초장애연금 예산 전부가 순수하게 신규로 편성된 것이 아니다.

이 예산 안에는 그동안 기초수급 중증장애인들에게 지급되던 장애수당 1,158억, 기초생활생계급여 775억, 내년부터 완전 폐지되는 LPG지원금 1,105억 등을 합해 총 3,038억 원의 절감된 비용이 중증장애인기초장애연금 예산으로 흡수된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실질적인 신규 연금예산은 고작 201억 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며, 장애수당과 LPG지원금을 없애고 그 자리에 ‘장애연금’이란 푯말만 슬쩍 바꿔치기 한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는 장애인들의 눈과 귀를 교묘하게 속여서 전체 장애인복지 예산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눈속임을 했다.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이러한 기만적 행위가 고도의 정치행위 혹은 통치행위로 치부되고 여론의 감시망에도 걸려들지 않았다.

 

 

디딤돌 복지, 능동적 복지, 친서민정책 등의 실체는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이 더욱 살기 힘든 나라’

 

결국 ‘장애연금’은 기초생활수급예산의 삭감으로, 또한 LPG제도의 전면폐지로 이뤄진 것이므로 전체 수급자의 약 20%를 차지하는 빈곤층 장애인세대의 최소한의 생존비용을 갉아먹고 잉태된 기형적 복지정책에 다름 아니다. 또한 정부 입장에서는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장애연금(91,000원)’이 공적소득으로 인정된다면 도리어 775억의 복지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마저 얻을 수 있는 부수익을 챙겼다. 흔히 하는 얘기로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정부는 기초장애연금제도 예산 3,239억을 신규 편성 해놓고 LPG지원금 삭감, 장애수당 폐지 등을 통해 장애인복지예산의 전체 규모를 늘리지 않고 마치 늘어난 것처럼 현실을 호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 반해 부유층에게는 감세안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0.7%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감해 주고, 2%만이 부담하는 종부세를 깎아주며, 전체 세액의 80%를 담당하는 법인세에 대한 부담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말하자면 MB정부는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 부유층에게 ‘감세'라는 정책을 통해 보은을 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는 걱정을 넘어 불안으로 치닫고 있다. 능동적 복지는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말 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능동적으로 찾아가서 들어보기나 한 것일까. 진정 누구를 위한 ‘능동적 복지’인가?

정부가 능동적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내세웠음에도 이를 실천하고 있지 못하다면 방법은 한 가지이다. 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욕구를 능동적으로 드러내고 요구해야 한다. MB정부가 자신들이 주장하고 내세웠던 복지 정책기조조차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채 표리부동을 일삼는다면 우리 장애계는 스스로 장애정책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살벌한 무한경쟁의 정글 속에서 장애인의 삶은 궁핍으로 치닫고 있고, 자립생활·주거·노동·노후 등 삶의 기본 토대마저 무너져 내리고 있는 이 ‘치명적인 불안감’에서 여전히 MB와 한나라당이 구원과 해방을 안겨 주리라 믿는가?

현재 장애인에게 가장 시급한 정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립생활과 주거권에 천착할 수도 있고, 장애인의 건강권과 노동권의 권리 실현을 우선과제로 여길 수도 있다. 아니면 문화권 및 이동권의 실현에 방점을 찍고 있는 장애대중도 있겠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능동적으로 욕구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각자가 어떠한 욕구가 있는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 어떠한 실효성이 있는지 등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자,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 장애계의 과제는 ‘능동적 복지를 위해 대상자에서 주체가 되어 대처하자’로 모아져야 한다. 우리는 준비하고 있는가?

보수 정권이 장애인복지를 백안시하는 기막힌 상황에서 장애인으로서 누리며 살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받고, 또한 그런 상황이 일시적이지 않고 오래 지속될(보수정당의 재집권이 유력하다고 보면) 가능성에 대비하여, 몇 가지 권리를 세우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실제 법은 아니지만, 앞으로 법제도를 비롯한 정책들을 세울 때 기본 방향이 될 권리들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질적인 ‘정책수요’와 ‘정책요구’의 기본적인 구상과 대략적인 뼈대라도 새롭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생기지 않는다’는 간명한 교훈을 곱씹을 시기이다.

장애인사회연구소는 이번 6·2지방선거가 지역마다 다른 경제사회적 조건들 속에서 지역사회(경제)와 장애인을 잇는 ‘지역별 장애인정책’을 더 많이 고민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의제’란 주제로 <6·2지방선거 장애정책 5대 주요 어젠다>를 순차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모쪼록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장애인의 정치세력화와 정치적 파워를 높이는 데 실낱같은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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