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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외부칼럼]①건강권-6·2지방선거 장애인정책 5대 주요 어젠다
2010-06-04 09:16:00
관리자 조회수 2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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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의제

6·2지방선거 장애인정책 5대 주요 어젠다 - ①건강권

안진환(장애인사회연구소장)

'장애인 대상화‘를 기축으로 한 장애인정책 노선은 광복 이후 한 번도 근본적인 교정 없이 계속되었고, 이 나라의 정책과 여론을 좌우하는 엘리트들과 시설장들은 오로지 ’시설의 보호‘와 ’재활‘만이 살길이라는 강박관념에서 조금도 벗어나본 적이 없다.

한국의 장애인복지가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장애인당사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 나갈지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암흑일지 모른다. 당체 무엇을 해서 먹고 살지, 우리가 그렇게 외치고 있는 지역사회 정착과 자립생활은 가능이나 한 건지 확신이 없다. 장애인을 거리로 내모는 현실이 너무 팍팍하고 버티기 힘든 삶의 연속일 수도 있다.

주저앉을 것인가? 21세기 한국이라는 무대에서 장애인의 기본권을 일종의 선언이나 권리 같은 형태로 다시 한번 설정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출발점이 필요하다. 소위 ‘장애인의 보편적 권리’에 대한 재정립을 위해 장애인당사자, 즉 우리 손으로 다시 다듬을 필요가 있기는 하다.

장애인 권리선언을 한다면, 과연 몇 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물론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권리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기는 할 것 같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요구에 부합하고, 장애인의 삶의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는 공통분모와 실천지침을 개발하면 좋겠다.

장애인계는 사실 ‘바닥부터 시작한’ ‘맨 땅에 헤딩한’ 게 맞다. 장애인복지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장애인이 사회에서 활동하며 얼굴 내민 게 고작해야 10년 남짓이다. 당연히 장애인당사자 진영의 선수층도 얇고 그렇다고 딱히 파워풀한 리더가 있는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장애인권리선언은 내용보다도 도대체 누가 이 글을 쓸 것인지가 더 풀기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현재의 상황이 어렵기에 특정 장애인이나 걸출한 장애인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짠’하고 나타나거나 삼국지의 제갈량처럼 ‘동남풍’이라도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장애인당사자들의 총의를 모을 수도 없을뿐더러 폭발력을 가질 수도 없다. 설령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누더기’처럼 보이더라도 수많은 보이지 않는 장애인당사자들의 힘을 합친 글이 더 나으리라 생각한다. 대원칙은 장애인들이 가지는 보편적 권리를 담으면 된다. 모쪼록 장애인당사자들의 건투를 빈다.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생기지 않는다’는 간명한 교훈을 곱씹으면서 장애인사회연구소가 장애인당사자 3,0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중심으로 다시 써야 할 장애인의 기본권과 세부공약에 대한 <6·2지방선거 장애인정책 5대 주요 어젠다>를 제시하고자 한다.

유효 응답자 2,966명 가운데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 중 765명이 건강권 (25.8%)을 첫 손에 꼽았고, 인권 21.1%, 자립생활권 15.3%의 비율로 응답하였다. 그 뒤를 노동권 12.2%, 이동권 11.5%, 주거권 10.6%, 문화권 3.58%의 순이었다. 건강권의 1순위 등극은 50대 이상 세대의 40%를 넘는 참여율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3~5순위 까지는 근소한 차이었으며, 하위에 처진 주거권의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권리, 즉 건강권은 천부적인 인권의 하나이다. 따라서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많은 사회적 논의들과 정책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로서의 건강권 확보에 대해서는 매우 미흡하다. 비록 한 개인에게 장애가 생겼다 할지라도 국가는 이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의 건강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다.

UN은 장애인들이 예방 및 일차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권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보건의료기본법에도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 이러한 일련의 권고나 법규정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장애인은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고, 게다가 건강검진 참여율이 떨어지므로 당뇨합병증, 뇌졸중, 신장장애, 심장장애, 폐질환 합병증 등‘이차적인 장애’발생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정부의 예방과 적절한 조기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08 장애인 실태조사」, 2009)의 평소 건강상태에 대한 주관적 인식을 물은 결과를 살펴보면, 건강이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이 51.9%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보통 25.7%, 좋음 22.4%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부장애인일수록 상대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더 나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이므로 당연히 ‘건강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사실 우리사회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삶을 의미하는지는 입 아프게 열거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장애인들의 의료 욕구에 비하여 의료혜택이 부족한 이유는 바로 경제적인 요인이다. 빈곤과 열악한 사회환경으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살아가야만 하는 수많은 장애인들은 기존의 장애뿐만 아니라 이차적인 질환의 발생,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장애인의 52.7%만이 건강검진을 받았으며, 장애유형별로는 지체(57.1%), 청각(55.9%), 시각(55.7%), 심장(53.4%), 간(52.3%) 순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국민건강보험 일반건강검진 참여율이 0.87배 낮다는 연구결과가 한 의료잡지에 발표(관련기사: 신년특집 '시각장애인 의사' 보도)되기도 했다. 국민기초생활기초수급자 장애인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데, 건강검진 지원이 형식적이고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각종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시에 치료하기 위한 건강검진의 기본의미마저 상실된 지 오래다. 특히 MRI 등 고가의 의료장비 혜택을 받는 일은 요원할 뿐이고, 이에 대한 불신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기 암검진조차 호응도가 매우 저조하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장애인 건강검진 참여율이 중증일수록 점점 낮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장애인 고령화사회의 신(新)사회문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장애인들이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건강의 문제’들을 드러내고 그 해결 방안들을 모색해 나갈 시점이다. 우리사회 장애인 가구당 월 평균소득은 108만원으로 도시근로자의 30.6% 정도에 불과하고, 15세 이상 장애인 실업율은 28.4%로서 전체 실업율 4.2%의 6.8배에 달하고 있다.

장애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재가장애인의 60.3%가 월평균 16만원 정도의 추가 지출을 감내해야 하는데, 의료비 8만원, 교통비 3만원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부족한 부분을 감당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장애인 개인과 그 가족들이 부담의 대부분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국가와 사회가 체계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여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장애발생으로 인한 전체 사회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이미 선진 복지국가들이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장애연금의 현실화, 장애인 의무고용의 외형적 확대뿐만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실현, 의료혜택을 확대하고 의료비 부담 경감을 통한 의료소외 계층 차단 등 종합적인 보건의료정책의 실행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고 하겠다.

UN이 1990년에 선포한 "장애인에 관한 세계행동계획"은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실현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으며, 이것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사회·경제적 발전의 소산인 생활의 향상을 함께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장애인관련법들도 그와 같은 이념을 추구하고 있다. 장애인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도 반드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고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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