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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젤리피쉬> 공연 포스터
동아연극상에 이어 백상예술대상까지 — 양대 권위상 동시 석권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
[더인디고 이창길 기자 jjangkil@theindigo.co.kr] 다운증후군 배우 백지윤이 주연을 맡은 연극〈젤리피쉬〉가 지난 5월 8일,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백상연극상을 수상했다.
백상연극상은 단체·작품·사람의 경계 없이 해당 시즌 가장 뛰어난 연극적 성과를 거둔 후보에게 수여되는 연극 부문 최고상이다. 이로써 〈젤리피쉬〉는 지난 1월 제62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에 이어 한국 연극의 양대 권위상을 같은 시즌에 동시에 거머쥐었다. 장애예술 기반 작품이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한국 연극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백상 연극부문 심사위원단은 “예술적 수월성과 대중적 확산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심사했다”며 “올해의 결과는 연극계의 지금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총평했다.
앞서 동아연극상 심사위원단 역시 “관객들이 강요받기보다 객석에서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수작이며, 공존과 인간의 선함을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두 시상식 모두 이 작품이 장애·비장애의 경계나 사회적 편견이라는 통상적인 메시지에 기대지 않고,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로 완성도 있게 다가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시상식 현장에서 배우 백지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원작자 벤 웨더릴과 동료 창작진, 그리고 관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젤리피쉬〉는 영국 극작가 벤 웨더릴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27세 여성 ‘켈리’가 사랑·관계·자립을 통해 자기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특히 다운증후군 당사자 배우 백지윤이 주인공 켈리 역을 맡아 2시간이 넘는 무대를 온전히 이끌고, 저신장 장애인 배우 김범진이 도미닉 역을 연기한다. 그동안 한국 연극 무대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배역과 배우의 결합이 작품의 근간을 이룬다.
작품은 2024년 쇼케이스를 거쳐 2025년 3월 모두예술극장에서 초연됐고, 같은 해 9월 국립극단 ‘기획초청 Pick크닉’에 선정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 바 있다.

▲ <젤리피쉬> 공연 사진 1
이번 수상은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2023년 10월 개관한 지 2년여 만에 이뤄낸 결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사장 방귀희)이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과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의 수상은, 단순히 작품 한 편의 성취를 넘어 장애예술 인프라가 한국 공연예술 생태계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귀희 장문원 이사장은 “장애예술은 인간의 소망과 사회적 응집력을 함께 담아낼 수 있는 중요한 예술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며 “앞으로도 모두예술극장을 중심으로 장애예술의 새로운 흐름과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젤리피쉬> 공연 사진 2
〈젤리피쉬〉는 오는 9월 부산 영화의전당을 시작으로 전국 지역 문예회관 11곳을 순차적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서울 모두예술극장에서 출발해 전국으로 확산되는 이 흐름은, 장애예술이 한정된 무대를 벗어나 한국 공연예술 생태계 전반으로 뻗어 나가는 선순환의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더인디고 이창길 기자 jjangkil@theindig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