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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나이만 보고 돌보면, 장애는 다시 사라진다
2026-05-04 10:05:25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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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식의 재활공학과 사회복지

나이만 보고 돌보면, 장애는 다시 사라진다

통계가 말해주는 통합돌봄의 사각지대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우리나라의 노인 대상 통합돌봄은 고령자가 병원이나 시설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의료, 요양, 주거,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려는 제도다.

정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거쳐,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핵심 돌봄 체계로 이를 확대해 왔다. 쉽게 말해 통합돌봄은 노인을 ‘시설로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한 서비스를 지역 안에서 묶어 제공함으로써 익숙한 삶의 터전을 유지하게 하려는 정책이다.

그 방향 자체는 옳다. 고령사회에서 돌봄은 더 이상 가족에게만 맡길 수 없고, 병원과 시설 중심의 대응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문제는 이 제도가 실제 삶의 차이를 얼마나 세밀하게 반영하느냐에 있다. 특히 ‘노인’이라는 연령 기준이 지나치게 앞설 때, 그 안에 존재하는 장애노인의 현실은 쉽게 가려진다.

통계는 이 문제를 보다 분명하게 보여준다. 65세 이상 노인 중 장애를 가진 사람은 결코 예외적 집단이 아니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노화와 장애가 중첩된 장애노인은 통합돌봄의 주변부가 아니라 핵심 대상이 된다. 그러나 같은 노인이라도 비장애 노인과 장애노인의 생활 조건은 크게 다르다.

비장애 노인의 돌봄은 대체로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둔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근력이 약해지고, 만성질환이 늘어나며, 일상생활 일부에 도움이 필요해진다. 따라서 방문요양, 건강관리, 식사 지원, 낙상 예방 같은 서비스가 중요해진다.

반면 장애노인의 삶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이들에게 노화는 새롭게 찾아온 어려움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장애 위에 덧씌워지는 또 하나의 조건이다.

휠체어를 이용해 살아온 사람이 노인이 되었을 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생활 보조가 아니다. 문턱 없는 집, 접근 가능한 화장실, 몸에 맞는 보조기기, 이동을 보장하는 교통수단, 장애 특성을 이해하는 돌봄 인력이 함께 필요하다.

여기서 핵심 차이가 드러난다. 비장애 노인의 돌봄이 주로 ‘기능 저하의 보완’이라면, 장애노인의 돌봄은 ‘신체와 환경의 불일치’를 조정하는 일이다.

비장애 노인에게 계단은 위험하거나 불편한 시설일 수 있지만, 휠체어 이용 장애노인에게 계단은 출입 자체를 막는 장벽이다. 좁은 화장실, 높은 세면대, 손이 닿지 않는 수납장, 턱이 있는 현관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일상의 중단이다.

소득과 건강에서도 격차는 더 깊다. 장애노인은 비장애 노인보다 의료비 부담, 이동 제한, 사회적 고립, 돌봄 의존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주거 개조나 보조기기 구입은 쉽지 않고, 이동수단이 보장되지 않으면 병원 진료와 사회참여도 제한된다.

외국 사례는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스웨덴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 개인별 지원과 활동보조, 주거환경 개선을 중시해 왔다.

영국은 성인사회돌봄에서 연령보다 개인의 필요를 평가하고, 개인예산제 등을 통해 당사자의 선택권을 넓히려 해 왔다.

일본 역시 개호보험과 장애인 지원제도를 함께 운용하면서, 노인이 되었더라도 장애 특성을 완전히 지워버리지 않으려는 구조를 갖고 있다.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나이만 보지 않고, 그 사람이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를 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통합돌봄도 이제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장애노인을 노인복지 안의 일부 대상자로만 처리해서는 안 된다. 장애노인은 노인이면서 동시에 장애인이다. 이 두 조건은 분리되지 않고 결합되며, 더 복합적인 돌봄 필요를 만든다.

따라서 통합돌봄은 장애노인의 주거환경, 보조기기, 이동권, 의료 접근성, 의사소통 방식, 돌봄 인력의 전문성을 함께 보아야 한다. 손잡이 몇 개를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집 안에서 침실과 화장실, 부엌과 현관까지 실제로 이동 가능한지 살펴야 한다. 병원에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있는지, 휠체어를 탄 채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돌봄 인력이 장애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통합돌봄의 목적은 사람을 한 제도 안에 묶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삶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존엄하게 살아가도록 제도를 맞추는 것이다. 그러려면 ‘노인’이라는 이름 아래 장애를 덮어서는 안 된다.

고령사회에서 돌봄은 더 이상 시혜가 아니다. 그것은 시민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장애노인의 삶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통합돌봄은 통합이라는 이름과 달리 또 하나의 배제를 만들 수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몇 살인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통합돌봄은 비로소 진짜 ‘통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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