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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누구의 것도 되지 않을 때
2026-01-26 18:39:06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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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누구의 것도 되지 않을 때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다기능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과 관련 통계가 함께 담긴 안내 이미지. 다기능 화장실이 일반 이용자에게 장시간 점유되어 휠체어 이용자가 기다리거나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설명되어 있으며, 기저귀 교환대가 접혀 있지 않아 출입이 어려운 사례와 ‘기다린 경험이 있다’는 비율(94%) 등의 그래프가 포함되어 있다.

다기능 화장실(장애인화장실)이 장시간 사용 중이거나 기저귀 교환대가 정리되지 않은 경우, 휠체어 이용자는 출입 자체가 어려워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일본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휠체어 이용자의 94%가 다기능 화장실 이용을 기다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일본 국토교통성

 

최근 일본 공공시설에서 흔히 사용되던 ‘다기능 화장실(국내의 장애인 화장실에 해당)’이라는 명칭이 ‘바리어프리 화장실’로 법적 용어가 변경됐다. 이는 단순한 명칭 정비를 넘어, 화장실이라는 공공 공간이 실제로 누구를 위해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장애인과 고령자, 유아 동반자, 오스트메이트(국내의 장루장애에 해당) 등 다양한 이용자의 필요가 하나의 공간에 집중되면서, 정작 대체 수단이 없는 이용자가 적시에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일본의 유니버설디자인 전문 기업인 미라이로가 제기한 논의에서도 확인된다. 미라이로는 ‘다목적’이나 ‘다기능’이라는 표현이 화장실의 성격을 모호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이용 우선순위를 흐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원래 이 공간은 여러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일반 화장실 이용이 어려운 사람이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보완한 시설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일본 정부의 정책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최근 배리어프리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다양한 기능이 한 칸에 과도하게 집중된 화장실 구조가 이용 대기와 혼잡을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넓은 회전 공간과 이동 동선이 필수적이지만, 오스트메이트에게는 세정 설비와 위생 공간이 중요하고, 유아 동반자에게는 기저귀 교환대와 보호자 동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서로 다른 요구가 한 공간에 모두 담기면서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이용 기회가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모든 기능을 한 칸에 담는 방식’에서 벗어나, 필요한 기능을 여러 공간으로 분산하는 방향의 설계가 논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화장실과 오스트메이트 설비를 갖춘 화장실을 구분해 설치하거나, 기저귀 교환대와 같은 유아 설비는 일반 화장실 영역에 별도로 배치해 이용 수요를 나누는 방식이다. 이는 공간을 무조건 확대하는 대신, 이용자의 특성과 실제 사용 행태를 반영해 병목 현상을 줄이려는 접근으로 평가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다기능 화장실 안내문에 “이 설비가 꼭 필요한 이용자를 위해 장시간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문구를 함께 표기하고 있다. 이는 시설 확충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이용 문화와 사회적 인식 역시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다기능 화장실이 넓다는 이유로 짐 정리나 휴식 공간처럼 사용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본래 목적과 다른 이용 방식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화장실 명칭과 표시 방식도 함께 정비하고 있다. ‘다목적’이라는 포괄적 표현 대신, 휠체어 이용 가능 여부, 오스트메이트 설비 유무, 기저귀 교환대 설치 여부 등 구체적인 기능을 픽토그램과 안내판으로 명확히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설비를 사전에 파악하고, 불필요한 이용 집중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접근성 정보 제공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도쿄도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는 배리어프리 화장실 위치와 설비 정보를 온라인 지도와 데이터로 제공하며, 이동 전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설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정확한 정보가 함께 제공돼야 실제 접근성이 완성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화장실 정책과 현장 논의는 단순히 장애인 화장실을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이용자의 필요를 인정하되, 대체가 어려운 이용자의 접근성을 우선 보장하기 위해 기능과 동선을 재배치하고, 명칭과 안내 체계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배려의 공간’이라는 모호한 개념에서 벗어나, 권리와 이용 가능성을 기준으로 공공 환경을 재설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장애인 화장실이 여전히 ‘다목적 공간’으로 인식되며 여러 기능이 한 칸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사례는 화장실 설치 여부를 넘어, 기능 배치와 이용 안내, 정보 제공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화장실의 이름과 구조,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출처 : 소셜포커스(socialfocus)(https://www.socialfoc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