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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국내 첫 장애당사자 장애학 박사 탄생…“연구의 대상에서 주체로”
2025-10-01 17:30:54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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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장애당사자인 김영민 씨가 대구대학교 장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장애 연구의 대상에서 주체로 나서는 전환점을 보여주었다.

▲국내 최초로 장애당사자인 김영민 씨가 대구대학교 장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장애 연구의 대상에서 주체로 나서는 전환점을 보여주었다. @ ChatGPT 이미지

국내 대학원에서 처음으로 장애당사자가 장애학(Disability Studies)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는 장애시민이 연구의 대상에서 머무르던 기존 학문 구조를 넘어, 연구 주체로 나서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한국장애인심리지원센터 이사로 활동 중인 김영민 박사(지체·안면장애)는 최근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장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학위논문 제목은 『장애정체성과 경계넘기: 패싱과 가장 전략의 사용에 관한 연구』(Crossing Boundaries of Disability Identity: A Study on the Use of Passing and Masquerading Strategies)다. 이 연구는 장애가 있는 시민이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 속에서 어떻게 구성하고, 상황에 따라 장애를 숨기거나 드러내며 사회적 관계를 조정하는지를 심층적으로 탐구했다.

장애당사자로 국내 첫 장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영민 박사

▲장애당사자로 국내 첫 장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영민 박사

김 박사는 연구를 통해 장애인은 단순히 사회가 규정한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장애 패싱(Passing, 장애를 숨기거나 비장애인처럼 보이는 전략)과 가장(Masquerading, 장애를 드러내거나 과장하는 전략)을 능동적으로 활용하여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주체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장애가 있는 시민이 사회적 상황을 해석하고 조정하는 행위자로 자리매김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성취는 학문 연구 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김 박사는 “장애 관련 연구지만 실제 당사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경우가 많았다”며, 연구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학문에 반영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장애학 연구에 참여한다는 것은 더는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된다는 의미”라며 “이는 곧 학문과 사회를 동시에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장애학은 단순히 학문적 연구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사회를 새로운 방식으로 읽어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장애학이 단순히 장애시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당사자와 비당사자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장애학이 지닌 실천적 성격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앞으로의 학문적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장애학은 장애를 의학적·개인적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문화적·정치적 맥락에서 바라보는 학문이다. 즉, 장애시민의 경험과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차별·권리·사회적 배제 문제를 다룬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장애인 이동권 투쟁’,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장애인 교육권 보장 운동’ 등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 특히 대구대학교는 2018년 국내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일반대학원에 장애학과를 개설,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며 장애학 연구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장애학과 학과장은 “당사자의 경험이 곧 학문적 자산이 되는 것이 장애학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신입생들이 지원해 학문적·사회적 논의를 함께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김영민 박사의 박사학위 취득은 단순한 개인의 학문적 성취를 넘어, 장애 연구가 ‘연구의 대상에서 연구의 주체로 이동하는 역사적 전환점’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장애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이 한국 사회에서 더욱 확장되고, 장애당사자들이 스스로를 해석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목소리를 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은 오는 2025년 10월 15일부터 약 일주일간 2026학년도 장애학과 석·박사 과정 신입생을 모집한다. 학과 사무실(053-850-5094)을 통해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출처: 더인디고 https://theindigo.co.kr/archives/646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