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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발달장애인이 조수석에 앉으면 위험하다”는 잘못된 규칙
2025-06-19 17:30:15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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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석 사진

발달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 조수석에 앉는 것을 거부하는 건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박관찬 기자

기자는 중학생이 되어 스쿨버스를 타고 통학하게 되었다. 기자가 타면 스쿨버스 안은 대부분 자리에 학생들이 앉아 있어서 버스 중앙 통로에 서서 학교까지 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루는 그날도 등교길에 버스를 탔는데, 먼저 탄 학생들을 따라 버스 뒷쪽으로 갔다. 앞으로 학교까지 몇 번 더 학생들을 태워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뒤쪽으로 가 있는 게 좋았다.

버스 맨 뒷좌석은 다섯 개의 의자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고, 다른 자리보다 약간 높게 위치하고 있다. 뒤쪽까지 가 보니 맨 뒷좌석의 구석 창가자리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비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기자의 앞에 있는, 그러니까 그 빈 자리와 더 가까이에 있는 학생들은 아무도 빈 자리에 가서 앉으려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겼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서 있는 그들을 지나쳐 빈 자리에 냅다 앉았다. 등교길 버스에 ‘앉아서’ 갈 수 있는 경우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다음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학생들 중 한 학생이 버스 통로에 이미 가득 서 있는 학생들을 비집고 버스 뒤쪽까지 다가왔다. 그리고는 기자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눈을 부라리는 게 아닌가? 기자는 영문도 모른 채 “뭐?”라고 대답했다. 어차피 그 학생이 뭐라고 말한들 듣지 못한다.

그 학생이 화가 났는지 성난 얼굴와 때릴 기세로 가까이 다가오자 기자의 옆에 앉아 있던 학생이 웃으며 그 학생을 뜯어 말렸다. ‘한 번만 봐 주자’라는 식으로 토닥거리며 그냥 넘어갔는데, 덕분에 기자는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무사히 앉아서 갈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스쿨버스 맨 뒷자리는 3학년 자리다’라는 것이다. 그것도 모른 채 1학년 신입생이 맨 뒷자리에 버젓이 앉아서 왔던 것이다. 그 뒤로는 3학년이 될 때까지는 한번도 뒷자리에 앉아보지 못했다. 다른 자리보다 약간 높게 디자인된 버스 맨 뒷자리는 3학년 학생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그 ‘규칙 아닌 규칙’은 고등학교 스쿨버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고등학생 때의 ‘맨 뒷좌석은 3학년 자리다’라는 규칙 아닌 규칙이 유독 요즘 종종 떠오른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 관련하여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발달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조수석 탑승 거부다. ‘발달장애인은 조수석에 앉으면 안 된다’는 규칙 아닌 규칙이 일부 장애인콜택시 기사와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는 회사로부터 제기된 것이다.

그들은 발달장애인이 조수석에 앉으면 운전이 방해되고,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걸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는 막연한 추측일 뿐이며 그들의 막연한 생각이 만들어낸 규칙 아닌 규칙일 뿐이다.

장애인콜택시를 탑승해본 경험이 있는 장애인이라면 많은 장애인콜택시의 조수석이 어떤 형태인지 알 것이다. 장애인콜택시 기사가 근무 중에 작성해야 하는 서류로 추측되는 것들이 조수석에 있기도 하고, 심지어 조수석 등받이가 아예 앞쪽으로 숙여 있어서 ‘앞에 말고 뒤에 앉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발달장애인이 아닌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도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때 앞보다는 뒷좌석에 앉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조수석에 앉았을 때 어떤 상동행동으로 인해 운전이 방해된다거나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애초에 발달장애인이 그런 위험을 야기한다면 보호자가 앞좌석이 아닌 뒤좌석에 탑승하도록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고의 위험이 있는데 굳이 앞좌석에 앉게 할 보호자가 어디 있을까.

발달장애인은 클라이언트로 꾸준히 만나는 치료사 A 씨는 “그냥 발달장애인이 조수석에 앉는 걸 좋아해서 앉고 싶은 경우일 텐데, 장애인콜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혹시나 하는 막연한 생각에 조수석 탑승을 거부했을 수도 있다”면서 “이 문제는 발달장애인이 조수석에 앉고 싶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도 하지만, 많은 장애인콜택시 기사들이 조수석에 장애인이 앉지 않았으면 하는 무언의 생각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수석도 하나의 좌석이다. 개인 차량이 아닌 택시라면 더욱 모든 좌석이 고객의 선택과 자기결정권의 대상이 된다. 그런 만큼 ‘조수석은 앉으면 안 된다’, ‘장애인은 조수석에 앉으면 안 된다’와 같은 잘못된 규칙을 만들어서도 안 되며, ‘발달장애인이 조수석에 앉으면 사고가 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이 조수석에 앉으면 위험하다’와 같은 막연한 규칙 아닌 규칙을 만들어서도 안 될 것이다.

출처: 더인디고 https://theindigo.co.kr/archives/63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