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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각장애인은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5호선 영등포시장역만 봐도 직원 호출 버튼을 누르면 바로 직원이 나와서 도움을 준다. 강남역까지 간다고 하면 영등포시장역에서 지하철에 태워주고, 다음 역에서는 미리 연락받은 직원이 대기 중이다. 강남역에 도착하면 또 다른 직원이 필자가 원하는 4번 출구까지 안내해 준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운영되니 걸을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이 많아서 밀리거나 문에 끼이는 사고가 생길 수도 있지만, 대체로 지하철은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좋은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버스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필자가 영등포시장역에서 강남역까지 버스를 타고 간다고 해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640번이라는 버스를 알아내고 그 노선을 찾는 거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어렵게 노선을 알아냈다고 해도 정류장까지 가는 길이 또 큰 문제다. 길을 물어 도움을 요청해도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도움받기가 정말 어렵다.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겨우 정류장에 가는 법을 익히고, 도착했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버스정류장에 동시에 두세 대씩 오면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몇 번인지 알 방법이 없다. 버스가 왔다고 해도 출입구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 버스에 올라타도 불편은 계속된다. 안내방송은 나오지만, 정류장이 가까워져도 승차 벨에 점자가 없어서 누르는 게 어렵다.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제대로 내리는 것도 큰 부담이다.
저상버스. ©서울시
서울시에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한 달에 5만 원씩 버스 요금을 사후 정산해 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버스를 타는 게 너무 어렵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안내방송은 부족하고, 점자 안내판도 없고, 도움받을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누가 쉽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겠는가?
시각장애인들이 지하철처럼 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려면 몇 가지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정류장에는 점자 안내판이 반드시 설치되고, 간단한 단말기를 조작하여 버스 도착 정보는 실시간으로 음성안내가 되어야 한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는 버스 자체에서 번호를 음성으로 안내하고, 노선과 정류장 정보도 간단히 방송해야 한다. 승차 벨에는 점자가 추가되어야 하고, 버스 기사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승하차할 때 간단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처럼 버스도 시각장애인들에게 친화적인 교통수단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버스를 타고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출처: 에이블뉴스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8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