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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들이 박수 대신 응원봉의 불빛을 켜서 흔들어 주면 잔존시력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관객들이 “앵콜!”이라고 부르는 소리나, 첼로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은 응원봉의 불로는 표현이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느낄 수 있을지 고민이다. ©이관석 작가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평소 강의나 연주를 할 때는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고 듣지 못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시청각장애가 있기 때문에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의나 첼로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강단이나 무대에서 마이크나 첼로의 활을 잡을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그런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사업으로 2023년 첫 독주회를 하게 되었을 땐 그렇지 않았다. 공연장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박관찬이라는 시청각장애인 첼리스트의 첼로연주를 보고 들으러 오는데, 누가 오는지, 누가 어디에 앉아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박수치는지, 첼로 연주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는 건 아닌지 등을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밀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야광 응원봉이었고, 공연장에 오는 모든 관객들에게 공연장 입구에서부터 응원봉을 나눠 드렸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싶을 때 박수 대신 응원봉의 불을 켜서 흔들었고, 박관찬이 누군가 어디에 앉아 있는지 궁금해서 이름을 부르면 호명된 관객이 응원봉의 불을 켜기도 했다. 잔존시력이 조금 남아 있는 덕분에 가능한 소통 방법이었다.
하지만 응원봉의 불빛만으로 모든 것을 만족시켜 주지는 못했다.
작년 첫 연주회 앵콜곡이 ‘사랑으로’였는데, 첼로 연주에 맞춰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고 한다. 물론 듣지 못하기 때문에 연주 중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연주회가 끝난 뒤 지인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연주 중에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기쁠까? 연주에 더 집중할 수도 있고, 가슴 한켠이 뭉클해질 것 같다. 하지만 연주를 관객들이 따라 부른다는 사실은 응원봉의 불빛으로는 확인할 수가 없다.
또 ‘사랑으로’는 앵콜곡으로 준비했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관객들로부터 ‘앵콜’을 받지 않고 스스로 연주회를 진행하면서 “다음은 앵콜곡으로 ‘사랑으로’를 연주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마지막 곡을 연주했다. 관객들이 “앵콜!”이라고 외치거나 말하는 걸 듣지 못하고, 그 “앵콜!”을 어떻게 전달받을지에 대한 고민만 하다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연주회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첼로 연주에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는 사실과 관객들이 “앵콜!”이라고 외치는 걸 자연스럽게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찾아내지 못했다. 후자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두긴 했는데, 이번 연주회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생각하고 있는 방법을 아직 공개하기엔 그렇지만, 야광 응원봉처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닌 ‘일회성’이라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첼로를 알게 된 것도, 첼로를 연주하게 된 것도 시청각장애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결국 첼로 연주에는 ‘시청각장애가 있어서’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니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잘 연주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시청각장애가 있어서 이렇게밖에 연주하지 못한다’라는 말보다 ‘시청각장애가 있어도 충분히 이만큼 연주한다’는 말을 더 듣고 싶다.
한편으로는 연주에 대한 실력적인 부분 못지않게 공연 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느끼고 싶다. 관객들의 반응,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 연주에 뜨겁게 호응한다거나 마지막 곡 연주가 끝난 뒤 떼창하듯이 “앵콜!”을 외친다는 사실까지…. 보고 들을 수 있는 연주자에게는 아주 소소한 부분이겠지만, 시청각장애가 있으면 갈망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연주회가 열리는 날까지 아니, 어쩌면 평생 고민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의 반응과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잘 느낄 수 있을까? 시청각장애가 있기 때문에 하는 고민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출처: https://theindigo.co.kr/archives/59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