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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이동권 이야기] 통합예약시스템은 모든 장애를 고려해야한다
2024-09-19 10:47:16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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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 이야기] 통합예약시스템은 모든 장애를 고려해야한다

 

휴대폰 통화 버튼 사진

▶장애인콜택시 예약을 전화로만 받게 될 경우, 언어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은 스스로 예약 접수가 어려워진다.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얼마 전 발표된 내년 장애인 예산안에서 장애인콜택시 쪽을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장애인콜택시 통합예약시스템의 시범운영이 그것이다. 현재 전국의 각 지역마다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콜택시는 예약시스템이 동일하지 않고 각기 다르게 갖춰져 있다. 그래서 장애인이 원하는 지역의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지역의 장애인콜택시 이용 및 예약 방법부터 상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

 

장애인콜택시 예약 방법은 전화, 문자, 앱, 홈페이지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어떤 지역은 위 네 가지 방법으로 모두 예약이 가능한 반면 다른 지역은 앱을 통해서만, 또 다른 지역은 전화를 통해서만 접수가 가능한 곳이 있는 것처럼 지역마다 예약 시스템이 다르다. 여기서 예약 방법이 오직 전화로만 이루어지는 경우, ‘장애인’콜택시임에도 불구하고 통화가 어려운 언어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은 스스로 예약을 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매일 오전 9시가 땡 하는 순간부터 전화로만 장애인콜택시 예약 접수를 받는 지역은 언어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이 누군가에게 대리 접수를 부탁하기도 쉽지 않다. 과거 대학생들이 인기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오전 9시에 전쟁처럼 해당 과목을 수강신청하지만 ‘튕겼다’는 말이 많은 학생들에게서 나올 정도로 접수가 어려운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교통약자지원이동수단인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예약 방법이 장애유형을 고려하지 않아 어려움과 불편함을 겪는다면 명백한 차별이다. 또한 예약 방법이 장애유형에 맞지 않아 다른 누군가에게 접수를 부탁한다면, 장애당사자는 본인의 의사에 상관없이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다른 사람에게 공개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서 혹자는 언어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이용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다. 언어나 청각에 장애가 있더라도 독립 보행을 통한 이동, 시각적인 정보를 활용한 이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굳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이나 기차, 택시 등의 이동수단을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리’의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충분히 인지할 것이다. 안내방송을 듣지 못해서 기차가 지연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다른 기차를 탈 수도 있고, 택시기사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목적지까지 불안한 마음으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언어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이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활동지원서비스 심사대상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청각에 장애만 있을 뿐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누군가와의 의사소통에 통역이 필요할 경우 활동지원서비스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충분히 통역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통역서비스를 살펴보면 ‘무제한’은 찾아보기 힘들다. 돈을 내야 하거나, 무료로 받더라도 일정 시간으로 제한이 있다. 즉 이 제한을 넘어선다면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조차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무엇보다도 청각장애인은 통역만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 소리의 정보처럼 일상에서 듣지 못해 겪는 어려움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를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것도 자립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에 비해 불편함이 없다는 이유로, 보행과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접근하면 장애에 대한 포괄적 접근에 있어 아쉬움이 생기게 된다. 이는 언어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부정적 또는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내년부터 시행할 장애인콜택시 통합예약시스템이 절대 ‘전화’로만 통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언어 및 청각장애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통합해야 한다. 그게 바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법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출처: https://theindigo.co.kr/archives/58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