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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장애인차별 시정명령 적극성 띤다
2021-06-28 17:28:08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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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 시정명령 적극성 띤다

법무부 개정된 직권 시정명령권 6월 30일 발효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6-28 10:18:14
국가인권위원회(이하 국가인권위)에서 진정사건이나 직권조사에서 장애인차별로 판단되어 권고를 하였음에도 지속적으로 차별이 행해지면 악의적 차별로 간주된다. 이런 경우 법무부가 시정명령을 하고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3년이 지나도록 시정명령은 단 두 건이었다. 하나는 구미에서 장애를 이유로 해고한 사건이고, 또 하나는 수원역 지하상가에 장애인 접근 가능한 엘리베이터가 없어 이루어진 것이다. 벌금이나 징역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법에서 국가인권위가 해결하지 못한 것을 행정지원을 하는 것이 법무부인 것처럼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12월 29일 법이 개정되어 법무부가 장애인차별에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개정된 법 제43조에서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피해자의 신청에 의하거나 법무부 장관의 직권으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가인권위의 요청이 아니라 피해자가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니 시정명령을 해 달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할 수가 있고, 그런 일이 없어도 법무부 장관은 직권으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법무부에 조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차별행위자에게 법무부는 행위자에게 진술의 기회를 주도록 법 제43조의 2에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차별 행위자의 권리도 보호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의견을 청취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한 것에서 사실상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법무부가 시정명령 이행 상황을 행위자로부터 직접 제출받도록 하였다.

국가인권위에 접수된 사건의 개인정보를 법무부에 제출하지 않고 사건만 보고하던 것을 직접 자료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독립적 활동을 하겠다는 의미다. 국가인권위는 권고만으로는 차별을 해결할 수 없어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법무부로부터의 독립적 처벌을 원하였고, 법무부는 국가인권위로부터 충분한 자료를 제출받지 못한다는 보이지 않는 대립이 있었다.

시정명령의 해당 사항으로 악의적 차별이 아니라 피해자가 다수인 권고의 불이행, 반복적 차별행위, 고의적 불이행, 그 외 시정명령이 필요한 경우로 정하여 악의적 차별에 해당하는 반복성과 고의성 외에도 보다 폭넓게 시정명령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다수인의 피해란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고,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판단 기준이 매우 애매모호 하고, 개인적 차별에 대하여는 소극적이거나 시정명령 등 적극적 구제를 받기 어렵다.

만약 한 개인이 장애인차별을 받아 문화적 참여나 사회적 참여에서 배제되었을 경우, 그것은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보기도 어렵고,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차별로 진정이 되면 정부가 중재를 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대리로 소송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개인이 손해배상을 법원에 호소해야 하거나, 국가인권위를 통해 법무부까지 사건을 가지고 와야 하고, 차별은 분명하나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거나 피해가 심각하다고 보기 어려우면 시정명령이란 적극적 행정조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개인의 권리침해 자체가 그 정도나 심각성과 무관하게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것이고, 모든 인권침해의 피해는 심각하다고 보는 시각이 필요하므로 앞으로 법무부는 이를 광의적이고 포괄적으로 해석해 주어야 할 것이다.

현재 영화관이 300석 이상이면 편의시설이나 편의제공 의무로 되어 있어 상영관을 열 개 이상 보유한 영화관도 각 실은 300석이 안 된다며 주장하는 것과 영화관 전체 객석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 되어 있고, 법은 명확하게 이를 해석해 주지 못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자막 서비스의 부재나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웹 접근성 등에서 차별을 받았다며 소를 제기한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법원은 장애인 즉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어 국가인권위나 법무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차별을 해석하고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법의 해석은 판례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악의적 차별이란 중복성이나 고의성의 기준에서 정해지는데, 이 기준에서 공익성과 피해 정도를 기준으로 시정명령을 명하는 기준으로 옮겨가는 것과 법무부가 직권으로 시정명령을 하고,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차별 행위자의 자료를 받아 판단하여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법의 개정은 법무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차별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이제 시정명령의 사례는 상당히 늘어날 것이다. 웹 접근성에서 접근성지침의 준수가 차별의 기준이 되지 못하고, 참고사항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최근에는 웹 접근성 인증기관의 심사평가 점수가 차별의 기준이 되어가는 경향도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된다.

장애인차별을 국가가 적극 나서서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수준에는 아직도 아쉬운 점이 있지만, 법무부가 적극적으로 시정명령을 행사함으로써 앞으로 장애인에게 편의제공을 함에 있어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운영상 적자라서 여유가 없다는 핑계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적극적으로 장애인차별에 대하여 대응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 6월 30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시정명령과 함께 벌금을 부과하기도 하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3천 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행사하는 등 적극적 행정조치를 기대한다.

피해 정도와 무관하게 장애인차별은 금지되어야 하고, 장애인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므로 권리는 모두 공익적인 것이고, 권리침해는 모두 심각한 것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개인적이라거나 피해가 적다는 이유 등으로 시정명령이 행사되지 않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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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