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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권명길 칼럼니스트】30대 때만 해도 친구들을 만나면 “어디 예쁜 카페 갈까?”, “이번 주말엔 어디 놀러 가지?” 같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40대가 된 지금은 자연스럽게 건강 이야기가 대화의 중심이 된다. 누가 어느 병원을 다니는지, 무릎이 아프다더라, 혈압약을 먹기 시작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
주변 지인들의 연령대가 50대, 60대이다 보니 건강은 더 이상 특별한 주제가 아니라 일상이 되었다. 급하게 응급실을 찾는 통증보다, 만성질환으로 정기 진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가 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와 노화의 증상인데도,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쉽게 “장애”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질병인 전신경화증으로 지체장애 진단을 받았고,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지도 어느덧 20년 가까이 되어간다. 긴 시간 동안 병원의 외관도 바뀌고 내부 인테리어도 달라졌다. 장애당사자인 나는 ‘이 공간이 누구에게나 안전한지’, ‘정당한 편의 제공은 잘 되고 있는지’르도 살펴보게 된다.
예전보다 좋아진 점들도 분명 있었다. 병원 곳곳에 휠체어 대여와 반납 장소가 생겼고, 장애인콜택시 승하차 구역도 마련됐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주출입구의 변화다.
예전 병원 입구에는 큰 회전문이 있었다. 공간 자체는 넓어서 전동휠체어로 지나갈 수는 있었지만, 내가 들어가면 뒤에 있는 사람들의 흐름이 끊겼다. 회전문이 잠시 멈추는 순간마다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고, 혹시라도 다리가 문에 부딪히지 않을까 겁이 나기도 했다. 그렇다고 옆문이 편했던 것도 아니다. 회전문 옆에 있던 여닫이문은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혼자 밀고 들어가기엔 너무 무거웠다. 결국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병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병원의 회전문은 자동문으로 바뀌었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고, 사람들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부담감도 줄었다. 단순히 문 하나가 바뀐 것이었지만, 내게는 물리적인 장애를 덜 느끼게 해주는 큰 변화였다.
그런데 최근 울산의 한 종합병원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회전문을 설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존 여닫이 출입구는 폐쇄되고 주출입구 위치도 바뀌었다고 했다.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남아 직접 병원을 찾아가 보았다.

울산의 한 종합병원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회전문을 설치했다. ©권명길
입구 앞에 잠시 서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입원 중인 수동휠체어 이용자, 어르신들, 일반 방문객들까지 대부분 회전문 옆 여닫이 출입구로 몰리고 있었다. 회전문은 멈춰 서 있는데도 아무도 선뜻 이용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병원에 회전문을 설치했을까?’
회전문은 냉난방 효율이 뛰어나고, 외부 공기와 먼지, 소음을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건물 관리 측면에서는 충분히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병원은 일반 건물과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병원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이다. 휠체어 이용자,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는 어르신, 수술 후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회전문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혼자서는 지나갈 수 없는 문’이 되기도 한다.
그 회전문 앞에서 다시 장애를 크게 느꼈다. 안전하지 않다는 감각은 나를 위축시켰고,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은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환경은 사람을 배려할 수도 있고, 반대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출입문 하나, 경사로 하나 같은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다.
병원은 누구나 불편 없이 드나들 수 있어야 하는 공간이다. 효율과 기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사람의 안전과 접근성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출입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움 없이는 통과할 수 없는 벽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병원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눈치 보지 않고, 겁내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들어갈 수 있는 환경. 그런 변화가 앞으로의 병원에는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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