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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초점 어설픔과 과함이 공존하는 안전 시설
2021-01-15 08:09:18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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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픔과 과함이 공존하는 안전시설

못 믿을 안전인증…연구원 한 사람이 좌지우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1-14 09:30:05
며칠 전 우연히 종로에 갔다가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한 건물 엘리베이터에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이니 보통사람은 절대 이용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용 시 처벌합니다.’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비장애인을 보통사람이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고, 장애인만 탈 수 있다고 하니 정말 특이하였다. 처벌은 누가 어떻게 할지도 궁금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른다.

장애인용주차장은 장애인만 이용하지만,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는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시설이지, 장애인용은 아니다. 이 건물은 장애인이 오지 않으면 절대로 가동되지 않겠구나 싶었다. 인식개선은 너무 과하게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장애인도 이용 가능한 피난설비가 있었다. 랙기어를 이용하여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하여 화재 시 서서히 타고 내려오는 피난기구였다. 안내문에는 분명히 ‘노약자, 어린이, 장애인, 반려동물도 안전하게 대피’라고 되어 있었다.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승강기라고 하면 기준이 정해져 있다. 일반 승강기에 청각장애인은 탈 수 있으니 장애인용 승강기라고 하거나, 장애인도 이용 가능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이 이용 가능하여야 하는데, 무슨 근거로 장애인이 이 설비를 이용하여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다는 것일까?

상술은 장애유형 중 어떤 한 유형만 충족해도 장애인용이라거나 장애인 이용 가능하다고 광고하고 싶을 것이다. 영업에 장애인을 팔수만 있다면 말이다. 실제로 장애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절대로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는데도 장애인도 대피가 가능하다고 하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를 의심하지 않고 장애인 설비로 인식할 수 있다. 마치 반려동물을 안고 타면 되니 반려동물까지 대피 가능하다고 선전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광고는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엄청난 경제적 낭비를 초래하면서 혼란과 인식에서의 고정관념을 만들어낸다. 요즘 세상에 반려동물이 탈 수 없는 것도 있던가!

이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지난해 6월 개발해 보도자료를 뿌렸는데 많은 언론사가 인용하여 기사화하였다. 국토부, 행안부 재난안전인증, 기술표준원의 신기술인증 등을 획득했고, 이로써 정부로부터 우선구매를 약속받았으며, 장애인 등도 이용 가능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발판을 밟으면 자가 구동방식으로 아래로 내려가는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발판을 어떻게 밟으며, 좁은 발판 위에 올라갈 수 있단 말인가? 사단법인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에서는 인증심사에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성능인증심사 기준에 부적합할 것으로 의심된다는 공문을 발송한 것이다.

소방청은 이에 대해 민원처리 결과를 지난달 초 보내어 왔는데, 비상제어장치 미설치가 확인되었다는 답변이었다. 아래로 내려오면서 갑자기 속도가 나거나 속도가 불규칙할 경우 제어하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랙기어 방식은 톱니가 난 판 위에 톱니바퀴가 왕복으로 구르는 것으로 톱니가 마모되거나 파손될 경우 미끄러지거나 속도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고, 모터의 속도 조절이 불완전할 수 있어 비상시 제어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소방청의 답변은 인증심사 기관의 한 직원이 기어로 서서히 내려오는 방식이라 위험하지 않아 제어장치는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고 편을 들어 그 말만 믿고 그냥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상층의 바닥이나 아래로 내려와서 하층의 바닥면에 닿았을 때, 바닥판의 높이 간격이 0.5센티미터 이상 나서는 안 되는데, 96개가 설치된 시설물을 전수해 보니 모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하였다. 바닥면 프레임에서 푹 꺼지거나 툭 튀어 나온 것이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한 직원이 기준점을 잘못 잡아 측정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잘못은 기술원의 직원 탓으로 해명하였다. 이 외에도 반복 실험의 경우 CCTV를 설치하고 모바일 앱을 통해 검증을 하는데, 이는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하여 앞으로 새로운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하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갈 경우 원상복귀가 정확하지 않으며, 바닥과 옆으로 유격도 오차를 넘어서고 있으며, 랙기어 방식에도 문제가 발견되었다고 하였다.

한두 가지가 아닌 결함이 어떻게 통과되고 무려 100개 가까이 이미 설치되었단 말인지,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안전이란 완장을 차고 국민 앞에 나서는지 알 수가 없다.

현재는 검사를 중단하였고 추후 조치는 논의 중이라는 답변이었다. 정부의 인증을 믿고 이미 설치된 곳의 건물주와 이용자의 불편과 손해는 어떻게 하고, 또 매우 우수한 제품으로 이미 대대적으로 홍보된 현장의 혼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 정도면 검사를 하거나 인증을 하는 그 제도를 인증 받아야 하고, 시험 기관이 시험을 받아야 할 것이다. 직원 한 사람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인증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하고, 자의적 판단이 배제되어야 한다.

정말 엄격하게 해야 할 안전시설을 이렇게 허술하게 처리하였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통과된 인증이 안전과는 무관하게 대대적으로 상술에 이용되고, 이러니 실제로 비상사태가 되면 많은 희생을 낳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술에는 실제로 장애인에게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으면서 장애인을 들먹인다. 이를 믿고 이용하려던 장애인은 또 상처를 받게 된다. 두 번 울리는 것 정도가 아니라 이제 대한민국은 믿을 수 없다는 포기한 해탈 경지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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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