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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아쉬운 KBS '볼 빨간 당신' 휠체어 체험
2018-11-12 08:57:16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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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KBS2 ‘볼 빨간 당신’ 휠체어 체험

작가나 PD들의 장애인복지에 대한 무지 엿보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11-09 14:54:33
‘볼 빨간 당신’은 화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는 연예프로그램이다.
내용은 ‘부모님의 제 2의 인생을 응원하는, 자식들의 열혈 뒷바라지 관찰기’란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먹고 사는 일에 치여 정신없이 지나버린 세월.
그리고 그 세월이 내려앉은 부모님의 얼굴.
이제 시간은 많지 않다.

여기, 뒤늦은 깨달음으로 부모님의 인생에 뛰어들기로 한 아들, 딸이 있다!
평생 자식들 꿈을 위해 뒷바라지한 부모님!
부모님의 꿈을 위한 자식들의 뒷바라지가 시작된다!’
 
볼 빨간 당신. ⓒKBS 에이블포토로 보기 볼 빨간 당신. ⓒKBS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적어 놓고 하나씩 해 보기도 한다. 이를 소원목록 또는 소망목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를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고 한다.

‘볼 빨간 당신’은 자식들이 부모님의 ‘버킷 리스트’를 이루게 하는 내용이다.

‘볼 빨간 당신’은 오상진 이영자 홍진경 등 세 사람의 MC가 탤런트 등을 게스트로 초대해서 게스트 부모님의 ‘버킷 리스트’ 즉 소원을 이뤄주는 내용이다. 부모님의 소원풀이를 해 주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최대철의 어머니. ⓒKBS 에이블포토로 보기 최대철의 어머니. ⓒKBS
며칠 전 영화배우 최대철이 게스트로 나왔다. 아버지는 전직이 광부였고 어머니는 현재는 주부지만 안 해 본 것이 없다고 했다. 77세인 아버지는 운전면허가 소원이라 했고, 71세의 어머니는 그림공부가 소원이라고 했다.

최대철은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아버지를 운전학원에 등록시켰다. 그런데 아버지는 운전면허 학과시험 수업시간을 지루 해 하다가 두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한 시간 만에 강의실을 빠져 나갔다.

어머니는 그림공부가 소원이라고 했다. 어렸을 때는 그림그리기가 꿈이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계속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대철은 어머니의 소원풀이를 위해서 어린 아이들(딸과 아들)과 함께 근처 미술학원을 찾아보았다.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에서 제일 가까운 미술학원이 700m 거리에 있었다.
 
최대철과 아이들. ⓒKBS 에이블포토로 보기 최대철과 아이들. ⓒKBS
그런데 어머니는 다리가 불편했다. 집안에서는 바퀴워커 즉 보행보조기를 밀고 다니지만 밖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서 700m 쯤 되는 미술학원까지 가고 오는 게 문제였다.

최대철은 어머니가 미술학원까지 오가는 방법으로 휠체어 사용을 생각했는데 그 전에 먼저 자신이 휠체어를 타고 미술학원까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를 먼저 체험했다.

최대철과 아이들은 아파트 관리실에서 휠체어를 한 대 빌려서 최대철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미술학원으로 가 보기로 했다. 최대철의 아들과 딸이 휠체어로 다닐 수 있는 로드맵을 작성하기 위해 최대철의 뒤를 따랐다.

최대철이 혼자 휠체어를 타고 바퀴를 돌리며 가는데 아이들은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턱을 만났다. 최대철은 앞으로 나가보려 했지만 휠체어는 자꾸 왼쪽으로 돌았다. 일반적인 수동휠체어는 2cm 이상의 턱은 넘기가 어렵다.

뒤 따라 가던 아이들도 안타까워했고, 그 보다 더 안타까워했던 사람들은 이를 지켜보던 오상진 이영자 홍진경 등 세 사람의 MC였다.
 
일반형수동휠체어로 체험하는 최대철. ⓒKBS  에이블포토로 보기 일반형수동휠체어로 체험하는 최대철. ⓒKBS
이를 보고 있던 필자도 당연히 안타까웠다. 세 사람의 MC는 최대철이 끙끙대면서 휠체어를 타는 모습이 안타까웠겠지만 필자는 그런 휠체어를 타고 체험에 나서는 최대철을 비롯하여 ‘볼 빨간 당신’의 작가나 PD들의 장애인복지에 대한 무지가 안타까웠다.

왜냐하면 최대철이 타는 휠체어는 일반형수동휠체어인데 보통 환자용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검사실 등으로 이동하면 간호사가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 준다. 가정에서도 일반형휠체어는 누군가가 뒤에서 밀어 주어야 한다. 수동휠체어는 혼자서 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건강보험에서 나오는 수동휠체어도 일반형, 틸팅형/리클라이닝형, 활동형이 있다. 이같은 수동 휠체어는 활동형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기는 하지만 누군가가 밀어 주어야 한다. 얼마 전 필자는 파크골프장에서 활동형휠체어에 모터장치를 단 휠체어를 만나기도 했다.
 
활동형휠체어.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활동형휠체어. ⓒ이복남
최근에는 혼자서도 이동할 수 있는 전동휠체어도 있고 전동스쿠터도 많이 있다.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의 종류도 여러 가지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물론 건강보험 적용도 있고 아직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있다.

최대철의 어머니는 척수장애인은 아니고 오래 전 대퇴를 다쳐서 다리가 불편하다. 따라서 최대철 어머니는 혼자서 다닐 수 있는 전동스쿠터나 전동휠체어를 얼마든지 고를 수가 있고 척수장애인이 아니므로 접이식 전동스쿠터도 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휠체어는 아무나 무작정 타서는 안 된다고 한다. 우선 자신의 신체나 목적에 맞는 휠체어를 골라서 타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맞춤형휠체어라는 것은 잘 없으므로 기존 제품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휠체어를 골라서 타야 될 것 같다.
 
전동휠체어.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전동휠체어. ⓒ이복남
최대철이 ‘볼 빨간 당신’에서 어머니의 버킷리스트 중에서 그림공부를 위해서 휠체어 체험을 한 것은 좋은 일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최대철의 휠체어 체험은 인상적이었고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적어도 이동권이 보장되려면 휠체어를 스스로 움직일 수 있어야 된다. ‘볼 빨간 당신’에서도 요즘 나오는 접고 펼 수 있는 최신의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보여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얼마 전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척수장애인 휠체어 스킬 세미나’를 개최했다. 휠체어를 제대로 타려면 휠체어 스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스킬(skill)은 체육용어로 운동 기술, 또는 기술의 숙련을 말한다.

‘볼 빨간 당신’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계획했다면 작가나 연출자는 휠체어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관계기관에 자문을 구했더라면 장애인복지를 위해서도 금상첨화였을 텐데…….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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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