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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32년간 지적장애인에 노동 착취한 승려에 경찰은
2019-07-11 07:48:30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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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간 지적장애인에 노동 착취한 승려에 경찰은 "폭행만 인정"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장애계 4개 단체, 10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경찰 부실수사 규탄하는 기자회견' 진행
32년간 지적 장애인 '노동력 착취와 폭행, 명의도용 등 피해봤지만... 경찰, 폭행만 기소'
장애계 "사찰에 남아있는 2명의 지적장애인에 조속한 공권력 개입과 공정한 수사 요청"

 

 장애계 단체들은 10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사찰 내 장애인 노동착취 고발 및 경찰의 부실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계 단체들은 10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사찰 내 장애인 노동착취 고발 및 경찰의 부실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김광환, 이하 장총련)는 장애계 단체들과 공동으로 10일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사찰 내 장애인 노동착취 고발 및 경찰의 부실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적장애 3급 장애인 A씨(피해자)가 1985년부터 서울 노원구 소재 ㅎ사찰에서 32년간 주지승려(피고발인)로 부터 노동력 착취와 폭행, 명의도용 등의 피해를 입은 사건에 대한  규탄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A씨에 따르면, 쉴틈도 없이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일만 하였고 일을 잘 하지 못한다고 툭하면 때리고 괴롭힘을 당한다고 사찰 주변 지구대 등에 수차례 호소했지만 수사기관은 피해 장애인을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했다.

오랜시간 피해를 본 A씨는 2017년 12월 극적으로 사찰을 탈출하여 동생에게 도움을 청하게 됐고, 피해 사실을 전해들은 동생은 ㅎ사찰 주지를 폭행, 노동력 착취, 명의를 도용한 금융 및 부동산 거래 의혹에 대해 고발했다.

사찰 내 장애인 노동착취 고발 및 경찰의 부실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취재하는 기자들 모습
사찰 내 장애인 노동착취 고발 및 경찰의 부실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취재하는 기자들 모습 ⓒ 소셜포커스

그러나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에서는 12건의 ‘폭행’ 에 대해서만 약식기소 재판을 진행하여 500만원 벌금만 부과했을 뿐,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또 가족들에 의해 A씨 명의를 도용하여 아파트 2채를 매매한 사실과 피해자 명의로 49개의 계좌가 개설되어 수억원에 달하는 돈이 펀드에 투자되었던 사실이 뒤늦게 발견되여 수사기관에 수사요청을 하였으나 수사기관은 명백한 증거를 확인하고도 불기소처분(각하) 했다.

장애계 단체들은 10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사찰 내 장애인 노동착취 고발 및 경찰의 부실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계 단체들은 10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사찰 내 장애인 노동착취 고발 및 경찰의 부실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계 단체들은 수사기관이 공정하게 수사하지 않고 장애인을 차별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찰이 피해자 A씨가 제기한 노동력착취 및 명의도용 수사과정에서 지적장애인 피해자의 지적장애와 그에 따른 진술의 특성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장애인 문제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14년 신안군에서 발생한 염전 섬노예 사건의 최근 확정 판결에서는 ‘도움을 청한 장애인을 염주에게 되돌려 보내기까지 하고 이미 실종자로 등록된 피해자에게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져 경찰의 수사관행에 경종을 울린 바 있다.

김강원 국장
김강원 국장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국장은 “경찰이 2019년 서울에서 발생한 끔찍한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에 대해 가해자의 범죄를 방치하고 공정한 수사를 펼치지 못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전하며 "종교계가 운영하는 시설은 국가의 감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여 조계종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고 주지스님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원한다"고 요구한다.

이어 연대발언에 나선 장총련 이용석 정책실장은 "피해 장애인을 지켜줘야 할 법원은 법의 이름으로 가해자를 용서하고, 피해자를 보호조치하고 있으며 착취와 폭력을 막아야 할 경찰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수사당국은 끔찍한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의 가해자를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하고, 아직도 ㅎ사찰에 거주하며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있는 2명의 지적장애인에 대해서도 충분한 ‘장애인 사법지원’을 제공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계 단체들은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며 ㅎ사찰에 거주하고 있는 지적장애인 2명에 대한 조속한 공권력 개입과 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하고 노동을 착취한 주지승려에 대해 공정하게 재수사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장총련을 비롯하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이 함께했다. 기자회견 후 장애계 단체들은 또 다른 장애인 노동착취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하는 모습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