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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애매한 활동지원사 역할, 중증장애인 한숨
2019-05-07 08:52:46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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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활동지원사 역할, 중증장애인 한숨

단순 심부름 업무 인정 NO…"최중증 사각지대“

복지부 “상황 따라 허용 가능, 지침 개정 어려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5-03 13: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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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경북 경산시에 거주하는 최주현 씨. 인공호흡기를 착용하는 와상장애인으로,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하다.ⓒ최주현 씨 제공 {C} 에이블포토로 보기 {C} 경북 경산시에 거주하는 최주현 씨. 인공호흡기를 착용하는 와상장애인으로,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하다.ⓒ최주현 씨 제공 {C} {C} {C} {C} {C} {C}
{C}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 장애인의 삶의 질 증진을 목적으로 합니다.

2007년 활동보조서비스로 최초 시행된 후, 시범사업을 거쳐 2011년 10월 제도화가 됐죠. 현재 8년이 흐른 지금, 활동지원 제도는 취지대로 장애인의 삶의 질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을까요?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목적이 무엇인가요? 최중증장애인은 애매한 규정에 숨이 막힙니다.”

경북 경산시에 거주하는 최주현 씨(만 49세, 지체1급)가 에이블뉴스에 SOS를 청했습니다. 최 씨는 진행성근이양증으로 24시간 인공호흡기를 착용하는 와상장애인으로, 활동지원사 없이는 먹는 것도, 신변처리도 할 수 없습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약 10시간 정도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습니다. 보통 남편의 퇴근 시간은 오후 10시로, 활동지원사가 없는 공백은 종교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를 통해 메웁니다.

“작년까지는 계속 활동지원사랑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서 병원에 다녔는데, 이제는 휠체어도 못 타요.”

최 씨는 지난 2017년 교통사고 이후 건강이 많이 악화돼 휠체어조차 못 타는 상황인데요. 매달 1시간여 정도 떨어진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왕복 24만원의 사설응급차를 이용해야 합니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했을 때 약 4400원이던 가격이 약 55배나 뛰니 바깥 외출이 더 힘들어졌습니다.

문제는 병원 외출 입니다. 최 씨는 이번 달에는 검사도 없고, 약만 받아오면 되는 것이라서 활동지원사만 보내려 했지만, 장애인이 동행하지 않으면 ‘부정수급’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혹여나 싶어 제공기관과 구에 문의했던 것이죠.

결국 활동지원 단말기를 끊고, 활동지원사가 홀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활동지원사의 왕복 2시간여정도의 활동지원 급여는 최 씨 사비로 지출했습니다.

그는 “몇몇 부정수급하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 같은 최중증장애인이 피해를 입어야 하냐”면서 부정수급자를 막을 방법을 찾아내야지, 무조건 장애인이랑 함께 가라는 것은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토로했습니다.

“우리 같은 최중증장애인활동지원사들이 기피하는데 시장 보러 갈 때 혼자가면 1시간정도 걸릴 일을 와상장애인을 데리고 외출 준비하는 데만도 1시간은 더 걸립니다. 저는 면역력도 약해서 목숨 걸고 밖에 나가야 하는데, 이러면 똑같은 단가를 받으면서 누가 우리를 케어 하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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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2019년도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안내’ 속 활동지원급여 종류. 서비스 제공시 장애인과 동행해야 하는 내용.ⓒ보건복지부 {C} 에이블포토로 보기 {C} ‘2019년도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안내’ 속 활동지원급여 종류. 서비스 제공시 장애인과 동행해야 하는 내용.ⓒ보건복지부 {C} {C} {C} {C} {C} {C}
{C}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활동지원사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요?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9년도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안내’ 속 활동지원급여 종류에 따르면, 크게 ▲신체활동 지원 ▲가사활동 지원 ▲사회활동 지원 ▲그 밖의 제공서비스 등 총 4개로 나뉩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신체활동 지원에는 목욕, 체위변경, 식사 차리기, 실내 이동 도움 등이며, 가사활동에는 청소, 세탁, 취사 등이 포함됩니다.

최 씨 사례에 부합하는 ‘외출 시 동행’을 보면, ‘산책, 물품구매, 종교활동, 병원 등 방문 및 귀가 시 부축 또는 동행, 외출 시의 신체활동지원’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사업수행기관인 국민연금공단 본부에 문의한 결과, “단말기를 끊고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서비스 시간을 결제한 상태로 활동지원사 혼자 장을 보거나,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오는 것은 안 됩니다. 단말기를 끊은 상태로 단순한 심부름은 가능합니다. 결제 상태에서는 활동지원 수급자가 동행해야 가능합니다.”

즉, 서비스 시간을 결제하지 않고 ‘무급’으로 단순 심부름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결국 활동지원사의 업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인데요. 어쩌면 활동지원사에게도 당연스럽게 ‘무급 노동’을 강요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최 씨와 같이 외출준비에만 1시간이 걸리며, 동행이 어려운 최중증장애인을 위한 활동지원사의 역할 지침에도 융통성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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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고위험희귀난치근육장애인생존권보장연대소속 근육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 등 총 65여명이 지난해 10월 10일 대한문 앞에서 출발, 청와대 앞 사랑채까지 ‘shouting on the bed’ 캠페인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DB {C} 에이블포토로 보기 {C} 고위험희귀난치근육장애인생존권보장연대소속 근육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 등 총 65여명이 지난해 10월 10일 대한문 앞에서 출발, 청와대 앞 사랑채까지 ‘shouting on the bed’ 캠페인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DB {C} {C} {C} {C} {C} {C}
{C} 신세계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현식 소장은 “제도 취지가 일상생활을 돕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단순 심부름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최 씨의 사례는 안타깝다. 제도에 애매한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지침에도 융통성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근육장애인 당사자인 함께가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보민 실장도 “제도 취지상 단순 심부름 내용이 맞지 않지만, 단순히 병원에서 약만 타오는 것이라면 부정수급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지 않겠냐”면서 동의를 표했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장애인서비스과는 “원칙상 동행하는 게 맞지만, 상황에 따라 허용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침 상 장애인과 같은 공간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곁에서 서비스 제공하는 것이 원칙적이지만, 수급자 상황에 따라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서비스와 필요성을 고려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허용할 수 있습니다. 부정수급이 아니라는 것을 소명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면 가능합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식사준비를 하다가 식재료가 없어 급하게 장을 보러가는 경우가 있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하나하나 세부적인 지침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거리가 멀 수도, 가까울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 그때 그때 판단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지침 개정에는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또한 만약 불기피한 사정으로 활동지원사만 외출이 필요하다면, 지자체나 활동지원기관에 우선 문의를 해보라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외출 시 마다 인공호흡기를 낀 와상장애인이 지자체, 복지부, 활동지원기관, 국민연금공단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제보자인 최 씨 또한 구청에 전화했지만 각기 다른 답변에 혼란스러워 결국 단말기를 끊고 사비로 지출한 것이고요.

또 지자체 또는 복지부 문의를 통해 활동지원사의 외출 업무를 인정받았어도 ‘혹여나 부정수급 의심을 받을까’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답이 나오지 않는 활동지원제도. 복지부는 올해 1조원으로 예산이 대폭 확대됐다고 하지만,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완전히 보장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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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4월 25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다시 처음부터 고민해달라는 상소문을 낭독한 후 소각하고 있다.ⓒ에이블뉴스DB {C} 에이블포토로 보기 {C} 4월 25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다시 처음부터 고민해달라는 상소문을 낭독한 후 소각하고 있다.ⓒ에이블뉴스DB {C} {C} {C} {C} {C} {C}
{C} 지난 4월 25일 서울지역장애인소비자연대와 한국근육장애인생명권보장연대는 비가 내리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활동지원제도를 다시 처음부터 고민해 달라”며 상소문을 낭독한 후 소각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바 있습니다.

“정부가 시키는 대로가 아닌, 장애인 당사자가 선택권을 갖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자립생활운동 이후 활동지원제도는 다 우리 장애인 동지들이 만들었지만 지금은 전부 노조, 제공기관 속에 장애인이 물건 취급당하고 있다. 제도 속 우리가 없다.”

과연 활동지원제도의 주인공은 장애인이 맞습니까? 장애인 소비자들의 지적이 유난히 아프게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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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