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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초점 장애인등록증 장애 표기의 문제점과 대안
2019-06-12 07:36:01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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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등록증 장애 표기의 문제점과 대안

다양한 의견 있지만 픽토그램 넣는 정도가 적당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6-11 10:18:42
다가오는 7월부터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 시행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현시점에서도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기대는 찾아보기 어렵고 우려와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비스의 총량이 확대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급제만 폐지되는 것이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기존에 제공받고 있던 활동지원서비스조차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다.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등급제 폐지 정책이 ‘가짜 등급제 폐지’이며 ‘조삼모사’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7월부터 적용되는 장애인등록증 개편안만 해도 문제점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기존 장애등록증(복지카드) 이름을 '장애인등록증'으로 바꾸고, 등록증에 있는 장애등급을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표기한다고 한다.

이러한 구분은 애초에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제공하던 복지 혜택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장애인등록증에 버젓이 표기한다고 하니 장애인당사자들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이게 장애등급제 폐지의 현주소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인등록증에 장애를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표기하는 것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첫째, 장애등급제 폐지의 취지에 어긋나며 6등급을 2등급으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본래 장애등급제 폐지의 핵심은 장애등급이 아닌 ‘실제 서비스 필요도’를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해, 등급 제한 때문에 필요한 서비스를 신청조차 할 수 없는 문제를 방지하고 등급에 상관없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정도를 평가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등급에 상관없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정도를 평가하는 데 왜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의 구분이 필요한가?

둘째, 의료적인 관점에서 손상을 기준으로 장애인을 구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권리에 기반한 관점이 아니다.

장애는 차별의 문제이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손상이 심하다고 해서 반드시 중증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한 시각이다. 손상이 심해도 이동, 접근, 고용 등 제도만 갖추어져 있으면 직업적 혹은 사회적으로 장애를 크게 겪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

손상을 기준으로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표기할 경우 기존의 의료 관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권리는 요원해질 것이다.

셋째, 장애인을 그가 가진 장애로만 보고 두 부류로 나누는 것은 장애인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인권 침해이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어찌 두 부류만 존재할까? 장애인을 두부류에 집어넣으려는 시도 자체가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위라는 것을 정책 관련자들은 왜 모르는 걸까?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장애인도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장애인의 장애만 볼 뿐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 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무수한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장애인 개개인을 비인격화하고 몰개성화하는 새로운 구분이 적용될 경우 또 다시 개별 장애인은 사라지고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만 남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장애인도 존엄한 존재임을 존중한다면, 더 이상 이런 구분은 삼가야 할 것이다.

넷째, 장애인등록증에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한 번 표시하게 되면 그것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영구화될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제공하던 복지 혜택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적용하기로 했던 것인데 이런 식으로 고정되게 되면 장애등급제 폐지의 취지와 멀어져도 한참 멀어지는 것이다.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에도 여러 가지 할인제도는 여전히 시행되어야 하니 행정상의 이유로 구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왜 꼭 장애인등록증에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표기해야만 하는가? 그 등록증을 누군가에게 내밀 때 장애인당사자가 느낄 모멸감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더라도 장애인당사자에게 물어볼 기회는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왜 장애인당사자인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장애인등록증에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표기하려는 시도는 중지해야 마땅하다.

카드의 색깔을 달리 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이 역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3자에게 노출될 수 있으니 굳이 구분이 필요하다면 픽토그램을 넣는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이미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으므로 픽토그램으로 표현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면,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은 ‘◎’으로,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은 ‘○’로라도 표현해주기 바란다. 복지 정책에 있어서 최소한의 인권 감수성은 예외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선택사항도 아니며 필수이다.

*이 글은 장애여성네트워크 김효진 대표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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