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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16 장애계 신년인사회] 안진환 상임대표 신년사
2016-01-11 13:20:38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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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신년인사를 전하는 안진환 상임대표

 

신  년  사

 

존경하는 장애계 선배님 그리고 동료, 후배님 여러분!

 

2016년 신년하례회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의 이런 새삼스런 반가움은 지난 2015년을 그 어느 때보다도 황망하게 보낸 탓입니다.

 

2015년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습니까? 저에게, 아니 우리 모두에게 지난해는 짧은 환호 뒤 엄습한 암흑의 그림자가 너무 짙었던 한해였습니다.

 

우선 전대미문의 ‘사회보장 정비’는 우리 장애계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순수 복지지출 규모’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조차 무시한 채 무지막지하게 강행되었던 ‘사회보장 정비’는 장애계는 물론이고 이른바 ‘사회적 취약계층’ 모두에게는 복지의 축소요, 변질이요, 왜곡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다음으로 터무니없이 낮은 ‘활동보조 수가’ 로 인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정부의 빈약한 장애인복지에 대한 인식수준에 좌절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아마도 활동지원기관은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낙인 찍혀 한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사업은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신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 된다면 활동보조서비스는 유사중복사업으로 확정되면서 중증장애인의 사회참여는 꽃을 피우기도 전에 전체적으로 위축될 것입니다.

 

 

우리를 가슴 시리게 했던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여성장애인의 희망과 꿈을 단숨에 박살내 버린 예산 삭감은 처참했습니다. 매년 예산 시즌만 되면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예산 삭감에 대해 “여성장애인들은 더 이상 졸라맬 허리조차 남아있지 않다”고 절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사회에 만연한 장애인차별의 ’막장 결정판’과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절망했습니다. 발달장애인직업개발훈련센터인 ‘서울커리어월드’ 착공이 님비현상과 부딪쳤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세계적인 도시의 한복판에서 공공연히 벌어진 참극이었으며, 동대문구 주민과 지역 정치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라는 견고한 장벽 그리고 합당한 논리도, 애당초 역지사지의 합리적 배려의 어떠한 흔적도 없는, 당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도 없는 막무가내식 반대에 우리 장애계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과 정면으로 마주했던 2015년이었습니다.

 

그나마 유일한 위안거리였다면 세밑에 통과된 ‘한국수화언어법’ 제정뿐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장애계 선배님 그리고 동료, 후배님 여러분!

 

이제 다시 우리 장애계의 정치적 역량을 보여줄,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발치 끝에 찾아왔습니다.

 

지금 이 시각, 우리나라 정치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습니다. 여당의 1당 독주 앞에 야당은 지리멸렬 분열하고 있으며, 그 사이 정부권력은 국회의 감시와 견제를 벗어나 독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현실은 ‘장애인의 정치세력화’라는 우리 장애계의 숙원을 다시 한 번 요원한 꿈으로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5년에 겪었던 정부권력의 복지축소 시도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서라도 우리 장애계를 대변하는 장애인정치세력을 키워내야만 합니다.

 

 

선거 때마다 우리 장애계는 분열했고, 대립했고, 불신했습니다. 우리 장애계를 대변해 정치의 한복판에서 당당히 맞설 싸움꾼 대신, 늘 눈치 빠르고 입에 발린 소리 잘하는 이른바 명망가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하늘에서 돕는, 이른바 낙하산 방식의 정치 진입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아주 특별하게 잘났거나, 잘 살거나 하는 소위 ‘개인적 기교’만이 자산인 구심점은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유력 정치인의 계파와 인맥에 달라붙어 정치활동을 펼치고자 하는 ‘이기적 꼭짓점’은 옳지 못합니다.

 

 

우리 모두 경험했듯이 기득권을 쥔 몇 사람이 장애계의 의견을 대표하는 제왕적 시스템은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이며, 무엇보다 독점적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全 장애계를 대변할 진정한 정치인을 찾아야만 합니다.

 

2015년의 그 암울한 고통과 두려움을 되풀이할 수는 없습니다.

 

장애대중의 의견을 대변하고, 장애대중의 인권을 지켜내며, 장애대중의 복지환경 개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오롯한 장애계 대표를 우리의 손으로 찾아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장애계는 힘을 합쳐 집중하고 건강한 정치세력으로 재탄생해야만 합니다.

 

 

장총련도, 장총도 기득권이 있다면 모두 내려놓고 머리를 맞대며 힘을 합쳐야 합니다. 모든 의견을 모으고 통합해 개인의 영달이 아닌, 장애대중 모두를 위하는 온전한 장애계 대표를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합시다.

 

현 상황에서는 이 길만이 장애대중의 인권신장, 보편적 복지, 노동권, 문화향유, 사회참여를 확장할 수 있는 가장 상식적인 통로라고 믿습니다.

 

 

신년하례회에 함께 해 주신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님, 국회의원 여러분, 장애계 내외빈 여러분! 특히 장애인당사자 여러분!

 

201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6. 1.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 안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