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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추석이 됐네요~! 꽃 시 한편 올려봅니다
2020-09-29 16:22:58
오히랑 조회수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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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해바라기는 해가 없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황달 돈 눈동자로 고층 아파트를 올려다 본다.
키 작은 풀잎들도 바람을 틀어쥐고 함께 본다.
저 흔들리면서 조용한 함성에
나는 잔뜩 고개를 움추리고 좌석버스의 차창을 닦아낸다.
비가 오려는 것일까 울컥 눈물이 난다.
목동 해바라기는 비가 와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떠내려갈 그 무엇이 두려울까
몇 장의 꽃잎이 빗물에 떠내려가면서도
꼿꼿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저 어두기만 한 하늘 아무도 없는
어디로들 갔을까 빗물처럼 스며들은
해바라기 씨앗 같은 사람들
쓰레기를 치우듯 거리는 말끔해졌어도
잎맥으로 남아 있는 아스팔트 위에
보도 블록 위에 깨어진
꿈일까 파편으로 튀어올라와 내 눈이 아프다.
해바라기 해바라기 너무나 키 큰 해바라기
병아리같이 토실한 아이들이 지나간다.
목동 해바라기는 밤이 되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달빛으로 견디어내는 하루하루
어두운 그림자의 꿈 밟고서
찬란한 네온 사인 번쩍여도
눈부시게 서 있는 목동 해바라기 아래서
나의 키가 너무 작다.
나의 꿈이 너무 작다.
목동 해바라기 원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