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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국가가 최중증·중복장애인 방치하고 있어” 장애부모들 인권위 진정
2019-10-16 17:47:17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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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최중증·중복장애인 방치하고 있어” 장애부모들 인권위 진정
최중증·중복장애인 부모들 인권위에 101건에 대한 차별 진정
5개 정부부처 장관을 향해 “최중증·중복장애인 정책 마련하라!”
 
등록일 [ 2019년10월16일 17시47분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들이 병원, 학교, 복지관, 직업재활센터, 콜택시 등에서 최중증·중복장애인을 배제하는 사례를 낭독하며, 차별의 벽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우리 아이는 최근에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 특수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일반학교 다니면서 아이가 너무 행복하게 지냈지만, 체육시간에는 거의 사회복무요원과 단둘이 있어야 했습니다. 교사들도 노력했겠지만, 우리 아이는 휠체어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국어와 수학 이외에는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교과서로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모든 교육이 비장애학생을 위해서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특수학교에서도 특수교사 인력 부족으로 아이의 인권은 지켜지지 못합니다. 아이는 사회복무요원이 근무하는 시간에 맞춰 소변을 봐야 합니다. 수업도 사회복무요원 근무시간에 맞춰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증·중복장애학생 부모, 조경미 씨)

 

의료, 교육, 복지, 문화, 고용 등에서 최중증·중복장애인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며 부모들이 복지부·교육부·문체부·노동부·국토부 등 5개 정부부처 장관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16일 오후 1시 인권위에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 사실을 알렸다. 최중증·중복장애인 부모들의 눈물 섞인 발언에서 삶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이들이 제출한 진정서에는 전국 최중증·중복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237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30건), 복지(24건), 고용(10건), 활동(16건) 등 5개 분야 총 101건의 차별사례가 담겼다.

 

부모연대가 제시한 차별사례에 따르면 최중증·중복장애인은 침을 흘리고 기저귀를 착용한다는 이유로 재활치료를 거부당하기도 하고, 의자에 눕지 못하고 장애아동이라는 이유로 치과 진료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교육현장에서도 특수학교로 전학을 강요하거나 입학을 직간접적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또한 수학여행, 학교행사 등에 참여하지 말 것을 강요당하기도 했다. 최중증·중복장애인은 복지기관, 직업훈련센터, 비행기 탑승, 장애인콜택시 이용도 제한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16일 오후 1시, 인권위에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교육부·문체부·노동부·국토부 등 5개 정부부처 장관에 대한 진정 사실을 알렸다. 사진 허현덕

 

부모연대는 “이처럼 광범위한 차별은 복지부·교육부·문체부·노동부·국토부 등 5개 정부부처가 최중증·중복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가 차원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피진정인을 5개 부처 장관으로 정했다”고 진정 취지를 밝혔다.

 

기자회견에서는 정부의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최중증·중복장애인 딸을 둔 김신애 부모연대 부회장은 “그동안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들이 많이 마련됐지만 그럼에도 최중증·중복장애인들의 삶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며  “현재 최중증·중복장애인들의 삶은 차별로 점철돼 있는데, 이것은 정부가 동정과 시혜라는 수준 낮은 인식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정근 부모연대 전남지부장은 “지방에서는 간단한 진료라도 받으려고 3~4시간 버스, 기차,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데 그마저도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다”며 “기관 중심으로 이뤄지는 서비스가 아니라 최중증·중복장애인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중증·중복장애인 정책은 가족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순경 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제 아들은 최중증·중복장애인의 누나를 뒀다는 이유로 ‘어떻게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어야 할지’를 걱정하고 있다”며 “최중증·중복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당사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부모와 형제를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고 힘줘 말했다.

 

부모연대 활동가들은 병원, 학교, 복지관, 직업재활센터, 콜택시 등에서 최중증·중복장애인을 배제하는 사례를 낭독하며, 차별의 벽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어 진정인 48인의 이름으로 인권위에 5개 정부부처에 대한 차별 진정서를 접수했다.

 

부모연대 회원들이 인권위에 5개 정부부처에 대한 차별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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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