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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통합교육 실패 원인, 학교 일상생활에서 찾아야 한다”
2018-05-15 13:40:39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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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수정 순천향대학교 외래강사가 발표하고 있는 모습엄수정 순천향대학교 외래강사가 발표하고 있는 모습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유형·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

 

장애학생의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2008년 시행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명시된 ‘통합교육’에 대한 정의다. 한국의 통합교육은 지난 10년간 물리적 통합을 넘어선 사회적 통합을 지향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장애학생은 여전히 학교에서 소외당하고, 차별받으며 분리를 경험한다. ‘특수학교 설립하게 해달라’며 장애부모들이 무릎 꿇던 ‘강서구 특수학교’ 사태에서 드러나듯 특수학교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 통합교육은 왜 실패 한 걸까.

 

11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학회의 2018년 춘계 학술대회 ‘분리와 통합을 넘어 함께 삶으로’ 중 첫 번째 섹션으로 준비된 ‘통합교육, 그 이후 : 학교에서의 분리와 통합에 대한 탈관습적인 접근’에서 통합교육의 실패 이유를 짚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엄수정 순천향대학교 외래강사는 통합학급 현장에서 행해지는 ‘분리의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통합교육 실패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거시적 차원의 정책, 자원 등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일상’이라는 미시적 차원에 주목하자는 뜻이다. 학교의 일상이 학생들의 ‘다름’을 어떻게 생성하고 해석하는지, ‘다름’을 보이는 ‘비정상적’이고 ‘타자화된’ 장애학생을 어떻게 ‘주체화’ 시키는지, 이 과정에서 장애학생의 분리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상의 인물인 ‘혜민’의 이야기를 꺼냈다. 초등학교 3학년인 혜민은 선천성 뇌병변과 시각장애를 가졌다. 그런데 장애로 국어와 수학에 어려움을 느껴 그 두 과목만 다른 교실인 지원반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혜민을 ‘지원반’이라고 놀리기 시작했고 담임선생님이 장애이해를 돕기 위한 수업을 했다. 그 날 이후 일부 친구들이 가방을 들어주고 휠체어도 밀어주는 등 특별하게 대했지만 혜민은 친구들과 다른 자신과 그 특별대우가 싫었다. 또한 혼자 지원반에서 공부해야 하는 것도 싫어 친구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도 했지만 수업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결국 혜민은 다시 지원반으로 돌아가야 했다.

 

 한국장애학회 2018년 춘계 학술대회 '분리와 통합을 넘어, 함께 삶으로' 세션 중 '포스트 통합교육 : 학교에서의 분리와 통합에 대한 탈관습적인 접근,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의 탐색'에 대해 토론자들이 이야기 하고 있다.한국장애학회 2018년 춘계 학술대회 '분리와 통합을 넘어, 함께 삶으로' 세션 중 '포스트 통합교육 : 학교에서의 분리와 통합에 대한 탈관습적인 접근,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의 탐색'에 대해 토론자들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는 통합교육의 대상이었던 혜민이 가진 ‘장애학생’이라는 주체성에 물음을 던졌다. 엄 발표자는 “장애학생’으로 분류된 혜민은 단순히 장애를 지녔기 때문에 장애학생이라는 주체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혜민을 장애학생으로 식별한 특수교육대상자, 지원반 등의 인식, 행위 자체가 혜민을 장애학생이라는 주체로 만들어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혜민이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돼 국어와 수학시간에 특수학급으로 이동하는 분리행위, 혜민이 비장애 또래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교육적 욕구를 지녔다는 가정 등이 혜민을 장애학생으로 ‘주체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 속 교사가 혜민의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비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행한 장애이해 교육에 대한 의견도 꺼냈다. 엄 발표자는 “보통 장애이해 교육은 장애를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관용의 담론은 혜민의 ‘다름’을 부각시키며 실재화 했고 ‘타자’로서의 위치를 강화시켰다. 또한 혜민을 관용의 수혜자로, 반대로 다른 학생들을 관용의 시혜자로 주체화함으로써 기존의 권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들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음에도 혜민은 자신의 다름이 부각되는 이 사실을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통합교육’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엄 발표자는 교육자 등의 자기반성과 새로운 담론의 유입을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라는 공간에 익숙하고, 학교에 대한 과한 친숙도는 학교를 새로운 변화가 어려운 곳으로 만든다”며 자신이 가진 ‘상식적’ 지식을 점검하며 현재 짜여진 통합교육 틀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을 권유했다. 학교에 편재해있는 세계관, 감정, 태도는 우리가 현실이라고 여기는 것과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 우리가 통합교육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세심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엄 발표자는 “현재 통합교육 담론은 ‘장애학생의 일반학교 또는 일반학급 배치와 관련해 정의된다. 그런데 이는 장애학생을 기준으로 설정하면서 ‘일반학생’ 또는 ‘정상학생’이라는 허구의 집단을 형성해낸다”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그는 “포스트구조주의 장애교육학이 정의하듯, 통합교육은 학생의 인지적/사회적/행동적 ‘다름’을 생성하고 그러한 다름을 ‘비정상성’과 결부지어 해석하는 현 학교 체계 전반에 대한 급진적 개혁으로 재개념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