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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마로니에공원에 장애-비장애 구분 없는 ‘통합놀이터’ 만들어요!
2018-03-21 10:54:40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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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놀이기구를) 어렸을 때 어머니를 졸라서 한번 탄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고꾸라졌죠. 그 이후로 무서워서 못탔구요. 어렸을 땐 정글짐도 타보고 싶었고, 철봉에도 오르고 싶었는데요. 마로니에공원에 놀이터가 생겨서 휠체어 그네가 설치된다면 큰 자랑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소장)


지난주부터 서울시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 놀이터 설치 공사가 진행중이다. 종로구는 주말 가족 단위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 유아용 놀이터가 생기면 대학로가 아이들과 함께 찾아오기 더욱 편안한 공간이 될거라며 마로니에공원 남쪽 예술가의집 입구쪽에서 공사를 진행중이다.

 

마로니에공원 내에 조성중인 유아놀이터 공사 현장.마로니에공원 내에 조성중인 유아놀이터 공사 현장.


이 공간이 장애-비장애 유아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통합놀이터가 될 수는 없는 걸까?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20일 마로니에공원 놀이터 공사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중인 이 놀이터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통합놀이터’로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도 근래 들어 통합놀이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성악가 조수미 씨가 2012년 호주의 한 특수학교에서 휠체어를 탑승한 채 이용할 수 있는 휠체어그네를 접하고, 2014년 사비를 털어 장애아동시설에 휠체어그네를 기능하면서 통합놀이터에 대한 관심이 촉발됐다. 또한, 2016년 1월, 서울어린이대공원에는 높은 턱과 계단 등을 없애고 다양한 놀이기구를 장애아동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꿈틀꿈틀 놀이터’가 개관하기도 했다.


이처럼 휠체어그네 등 장애아동도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지만 이를 위한 법적 지원체계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국민안전처는 위탁 안전 검사 결과 휠체어그네는 놀이기구 안전 인증 대상이 아니어서 인증을 내어 줄 수 없다고 통보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에 일부 특수학교들은 휠체어그네를 설치하고도 과태료를 낼 처지에 몰려 결국 그네를 철거하기도 했다. 산업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도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에 장애 아동용 놀이기구 시설에 대한 안전인증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기존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 기준은 장애인용 놀이기구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이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아동 특성에 적합하게 제작된 놀이기구 설치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고 △이 같은 놀이기구 설치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일부개정안 발의했다.


또한,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도 국가 또는 지자체가 장애어린이를 고려한 놀이시설 설치와 유지 및 보수 등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담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일부개정안을 지난해 1월 발의하기도 했다.

 

발언 중인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사진 오른쪽)발언 중인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사진 오른쪽)


기자회견에서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어려서는 그네를 한 번도 못 타봤는데, 2년 전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에 설치된 휠체어그네를 처음 타봤다”며 “마로니에공원이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이곳에도 휠체어그네가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휠체어그네를 그저 장애인 용품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면서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어린이 제품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통합놀이터가 일반 놀이터와 구분된 놀이터의 한 종류가 아니라 모든 놀이터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에 앞서 단체들은 종로구청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휠체어그네 등 장애유아도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 설치를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종로구청 측은 마로니에공원 놀이터는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라 여러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휠체어그네 등의 설치를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