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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일자리 안정자금’이 활동지원 수가 문제 해결책? 현장은 ‘난감’
2018-03-05 09:57:42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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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안정자금’이 활동지원 수가 문제 해결책? 현장은 ‘난감’
1인당 13만 원 지원으로 부족한 수당 메울 수 없어
최저임금 준수 위해 기관이 월 수백만 원 적자 안아야 하는 상황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수가 책정한 정부가 자초한 결과” 지적
 
등록일 [ 2018년03월02일 18시42분 ]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가 제공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활동지원기관도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1인당 최대 13만 원이 지원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통해서도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하기에는 부족해 미봉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8년 기준 활동지원수가는 시간당 10,760원으로, 이 중 기관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활동보조인에게 지급되는 시급은 대략 8,070원(수가의 75%)이다. 이는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보다 540원 많지만, 근로기준법상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지난 2월 7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윤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근거로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의 서비스 이용시간은 총 890만 시간, 활동보조인력은 6만 명, 1인당 평균 월 149시간으로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 지급요건이라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면서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박능후 장관은 “이런 일들을 작년 예산 과정에서 어느 정도 예상을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저희도 참 최선을 다했다”면서 “고용노동부와 상의를 해서 가능한 이 기관이 비록 정부로부터 보조금은 받고 있지만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협의를 했고 그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정부 홍보 영상 중 갈무리.'일자리 안정자금' 정부 홍보 영상 중 갈무리.


일자리 안정자금은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 대비 16.4% 인상됨에 따라 생긴 사업주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애초 규정대로라면 3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가 월평균보수 190만 원 미만인 근로자를 1개월 이상 고용한 경우에 신청할 수 있으며, 국가·지자체·공공기관 및 국가·지자체 등으로부터 인건비 등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사업주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규정대로라면 복지부 지원 예산으로 운영되는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은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달 고용노동부와 복지부의 협의를 통해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 운영규정’을 개정함에 따라 활동지원기관 및 노인돌봄기관도 지원 대상에 포함되게 됐다.


이에 복지부는 2월 말 세부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해 각 기관에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이 가능케 했다. 지원액은 해당 월 서비스 제공시간의 합을 종일 근무 종사자 수(주당 40시간, 월 174시간)로 환산하여 산출된 종사자 1인 당 13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구체적인 지원 방식을 보면, 해당 월의 사회보험료를 우선 상계한 후 잔액을 사업주에게 현금으로 지급하게 된다.


그러나 현장에선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 받더라도 법정수당을 채울 수 없는데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급 요건이 최저임금을 지급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부족한 법정수당을 각 기관이 적자로 떠안아야 한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관이 선뜻 신청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월 평균 15,000~16,000시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서울의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경우 법정수당 및 4대 보험료 인상분, 퇴직적립금 인상분 등을 포함해 추가 부담액을 계산했을 경우,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는다고 하더라도 월 400만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이 센터는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월 400만 원의 적자를 떠안을지, 적자 발생 없이 계속 법 위반을 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고 난 후 최저임금 이상 지급하지 않는 것이 적발될 경우 지원금을 환수해야 하기 때문에 기관 입장에선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박찬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올해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내년에도 계속 지원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선뜻 신청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올해에 한해 적자를 감수하고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한다 하더라도, 내년에는 안정자금이 지원되지 않거나 그만큼 수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활동지원인력 입장에선 반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우리 센터는 시간당 단가를 8200원을 주고 있는데,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 받아도 시간당 400~500원을 더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고 전했다.


활동지원기관들은 이처럼 난처한 상황에 놓였지만, 복지부는 더 이상 내놓을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경희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사무관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당초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활동지원기관을 포함시키면서 사업장 종사자 수 30인 미만 기준과 같은 문턱을 완화했고, 신청 절차도 간소화했다”면서 “(30인 미만 기준이 적용되는) 일반 사업장의 경우 최대 지급액 13만 원을 다 받는다 해도 총액이 500만 원이 안 되지만, 활동지원기관은 월 최대 4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더 이상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복지부가 애초에 고시한 수가가 부족했기에 발생한 문제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수가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기관별로 다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사업을 크게 하는 기관의 경우 이미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서 여유롭게 운영하는 기관도 있을 것이고, 이용자 수가 적은 기관은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모든 기관을 다 고려해서 단가를 책정할 수는 없는 재정 상황이다. 사업주 분들도 그 안에서 법적 기준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찬오 소장은 이와 의견을 달리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경우 IL센터로서는 비교적 큰 규모인 월 45,000시간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사업 규모가 크니 적자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하며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회계라든가 관리자 인건비도 여기서 다 줘야 하니까 실질적으로 이를 부담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활동보조인노동조합이 낮은 수가 책정과 활동지원기관의 노동법 회피로 고통받는 활동보조인의 문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연 모습.지난해 2월 활동보조인노동조합이 낮은 수가 책정과 활동지원기관의 노동법 회피로 고통받는 활동보조인의 문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연 모습.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로 구성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제공기관협의체’(아래 협의체)도 2일 성명을 내고, “ 「일자리 안정자금」은 장애인활동지원기관 800개 기관 6.2만 여명, 노인돌봄종합서비스기관 2,000개 기관 3만 여명을 대상으로 100%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다수의 기관이 아닌 소수의 기관만 신청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의체는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됨에 따라 법정 최저임금 준수를 위해서는 보건복지위원회 예비심사보고서 상에서도 활동지원 급여를 12,270원까지는 단가인상이 필요하다고 분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0,760원으로 정부예산이 확정됨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의한 주휴·연차·휴일·야간수당 지급이 더욱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만든 것이 정부가 자초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에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지원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뒤늦게 제도를 개선하여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일선 현장 기관에 전달한 지 3일 만에 현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되어 가고 있”다면서, △활동지원기관이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에 따른 최저임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지원방안 개선 △일자리 안정자금의 장기적 지원 가능 방안 마련 △추경예산 수립을 통해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이 근로기준법 준수 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협의체는 복지부가 각 기관에 2월 28일까지 신청할 것을 독려했지만 현 상황에서 섣불리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해 보류하고, 오는 6일 복지부와 관련 사항을 협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