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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초점 복지국가에 관한 시민적 각성이 필요하다, 의료서비스 등 사회서비스의 확충 필요
2017-09-20 08:08:33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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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에 관한 시민적 각성이 필요하다
의료서비스 등 사회서비스의 확충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9-18 14:55:071
 
 
2주전 계단에서 굴렀다. 그것도 딸아이와 함께. 다행히 딸아이는 약간 찰과상 정도이고 나 역시 뼈는 부러지지 않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엉치부터 발목까지 피멍에 까이고 혈종까지 생겨 한동안 끙끙 앓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움직일 때마다 욱신거린다.

내 상태를 보면 꽤 많은 수의 계단을 구른 것처럼 보일 것이다. 사실 우리가 구른 계단은 5개 정도 밖에 안되는 낮은 계단이었다. 정안인이었다면 미끄러졌다는 말로 수습되었을 정도의 상황이었다. 그래서 딸아이도 두 칸 정도만 미끄러졌고 많이 다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앞을 보지 못하는 나에게는 몸을 방어하기 위한 어떤 정보도, 상황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로 계단을 끝까지 구를 수밖에 없었고 그 만큼 많이 다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언제인가 시각장애가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죽는 줄 알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주말에 활동바우처 선생님과 등반 모임에 갔다가 산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것이다. 활동바우처 선생님과 동반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큰 일이 생겼냐며 걱정스레 물었다.

지인의 말인즉슨 자신은 분명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풀숲을 굴렀고 그러다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 의식을 차리고 상황을 들어보니 자신이 떨어진 곳은 낭떠러지가 아니라 산책로와 풀숲의 경계진 턱 부분이었던 것이다.

산길이다 보니 비탈지고 울퉁불퉁 했겠지만 실제 떨어진 높이는 5Cm 정도 밖에 안된 것이다. 정안인의 입장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전혀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에게 그 순간은 죽음을 떠올릴 만큼 공포스럽고 두려운 것이다.

우리는 시각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외부의 자극을 인지하고 그것에 따라 우리 몸은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길을 걷다 턱이 있으면 그 턱 높이만큼 우리 발은 적당히 들려 올려지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뜨거운 찻잔을 잡을 때는 반사적으로 손을 천천히 조심스레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시각적으로 위험 요소에 대해 인지할 수 없는 우리는 사고에 노출되기 쉽다. 그리고 사고가 났을 경우 상황 파악을 할 수 없는 관계로 어떤 방어도, 대책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기 때문에 상해 정도도 커진다. 그래서 상해 사고로 인한 병원 출입도 잦아질 수밖에 없다.

과거 필자는 민간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여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병을 얻고 그 후유증으로 실명한 후 막대한 병원비를 부담하게 되었을 때야 비로소 의료실비보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앓은 병 때문에 번번이 모든 보험사에서 가입을 거부당했다. 그러다 올해 초 다시 한 번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설계사와 상담하였고 다행히 딱 한군데에서 가입 심사에 통과하여 실비보험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는 상해부분에 대한 치료비나 입원에 대해서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이유는 내가 장애가 있는 관계로 상해 사고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었다.

사실 국가보험도 아니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손익을 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보장성 의료실비보험의 경우 불입액의 대부분이 환급 없이 소멸하는데도 불구하고 목돈이 들어갈 중병이나 사고를 대비해서 가입하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에게 보험은 경제적 이익보다는 심리적 안정을 위한 예방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처럼 많은 장애인들이 보험가입에 제약을 받거나 특정 부분의 보장을 거부당한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 녹내장으로 실명하신 분이 계신데 그분은 보험사에서 녹내장 외에 눈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질병에 대한 보장을 거부당했다고 한다. 비장애인일 때 보험가입을 해두었다면 관계없지만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는 심사 기준도 까다롭고 높은 보험료에 비해 보장받는 혜택도 제한적이다.

그런데 만약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을 경우 부모가 임신 상태에서 태아보험을 가입해두지 않았다면 새로운 보험가입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며 그로 인한 의료비 부담은 장난이 아닐 것이다.

외국 이민자들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이 잘되어 있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큰 병이 났거나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일부러 국내에 들어오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 중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100% 국민건강보험만을 대비책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건강염려증에 관한 성향도 한 몫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의료서비스가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하기도 한다. 실상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보험료에 비해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성비 좋은 의료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의료에 대해서는 가성비가 아닌 어떤 조건, 어떤 상황에서라도 모든 국민이 대등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함으로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같은 병을 앓더라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는 어쩔 수 없이 치료 방법이나 수준이 달라지고 치료방법이 있는데도 비싼 수술비나 약값으로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살기 위해 치료는 받았지만 막대한 의료비로 빚더미에 앉아 생계를 위협 받으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또한 필자처럼 보험가입을 거부당하고 늘어날 의료비에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병원 갈 일이 없고 경제력이 있어서 보험가입이나 치료방법에 선택의 여지가 있다하여 안심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다. 이는 살아갈 시간은 많아지고 부양할 생산 인력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 수명이 이제 80세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120세까지도 생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할 거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80세 혹은 그 이상을 살아갈까?

경제 침체로 젊은층의 부양 능력 뿐 아니라 부양 의무에 대한 인식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녀들만 믿고 노후를 기다릴 수는 없다. 결국 지원금이나 연금으로 남은 노후를 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은 35만원이라고 한다. 한편 독일의 경우는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이 159만원이다. 이렇게 높은 연금액을 수령하기 위해서 독일은 월 74만원을 납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납입액을 늘려 높은 수준의 연금을 받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노후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당장의 생계를 생각하면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의료비는 어차피 가정에서 민간보험료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있으므로 이를 국민건강보험으로 납입한다면 모든 국민이 더 폭넓고 질 높은 그리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렇듯 사회서비스가 잘 갖춰진다면 연금이 좀 적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연금은 줄이고 사회서비스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복지에는 돈이 든다. 즉, 국민의 부담 없이는 복지를 늘릴 수 없다. 이제는 복지를 누릴 권리와 납세할 의무를 함께 생각하는 복지국가에 관한 시민적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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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경미(kkm75@kbuwe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