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투쟁 끝 ‘장애인 층간 이동권’ 현실화
법상 계단만 설치 되도 충족, “독소조항” 12년간 진정
‘2층이상 승강기 의무화’ 법제처 채택…“개정까지 노력”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9-06 17:11:14
“지체장애인에게 계단은 공포의 대상입니다. 공공기관 청사가 2층 이상이면 엘리베이터 설치는 당연히 법에 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요?”
장애인 인권운동가 이자 공무원
조봉현 씨의 작은 의문으로 시작된 외로운 투쟁. 보건
복지부에 몇 차례 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정부기관,
장애인단체, 연구기관 등 수차례 호소해도 외면만 당했다. 그럼에도 조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12년간의 끈질긴 투쟁으로 ‘
장애인 층간
이동권 현실화’ 첫 단추를 꿰었다.
■장애인에게 계단은 ‘공포’, 편의증진법 걸림돌=12년 전인 당시 2005년, 직원 수가 300명이 넘는 규모가 큰 국가기관에 근무하던 지체
장애인 조 씨는 5층 건물이라는 이유로
엘리베이터가 없어 큰 불편을 겪었다.
20개 산하 관서에도
엘리베이터 있는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지체
장애인에게
계단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한적한 육교에도
엘리베이터가 있던데 왜 공공기관엔 없을까?” 관련 법령을 찾아봤다.
‘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건물에 대해 ‘
장애인 등이 건축물 1개 층에서 다른 층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그 이용에 편리한 구조로
계단을 설치하거나 장애인용 승강기, 장애인용 에스컬레이터, 휠체어 리프트 또는 경사로를 1대 또는 1곳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
장애인 등이 이용하는 시설이 1층에만 있는 경우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담겨있다.
즉,
계단이나
승강기 중 하나만 설치하면 되도록 규정,
계단만 있어도
장애인 편의시설의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보는 ‘독소조항’으로 이뤄져 있었다.
■복지부, ‘법령개정 불가능’ 시정 거부=“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계단을 오르라는 것이 맞는 말인가” 그 날로 조 씨는 보건
복지부에 법령개정을 요구했다.
공공기관의 건물에
승강기 설치 의무화와 함께 1층에만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출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삭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복지부는 법령의 모순점을 인정하면서도 건축물에
승강기를 의무화 하는 것은 규제영향평가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법령개정이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
다시 조 씨는 ‘규제영향 평가는 특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하는데 국가기관의 건물에
승강기를 의무화 하자는데 관계도 없는 규제심사를 핑계로 국민의 권리를 외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규제영향 분석이 필요하지 않다’는 국무조정실의 질의회신까지 첨부해 또
복지부에 2차 탄원서를 보냈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현실적으로 5층 이하의 규모가 작은 건물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시정을 거부했다.
“휠체어를 타고 공공청사의 계단을 오르내리라는 엉터리 법령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바로 잡을 수 없다는 답변이 기가 막혔습니다. 수많은 관공서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장애인이 출입하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12년간의 외로운 투쟁, 층간 이동권 첫 발=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복지부 등 정부기관에 진정을 제기했고,
장애인당사자 국회의원을 찾아갔다. 국책
장애인문제연구기관도 수많은
장애인단체 등도 문제점은 인정했지만, 법령개정 추진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그럼에도 조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법제처 국민행복 법령정비 아이디어 공모전에 ‘
장애인 등 이동약자 공공건물 층간
이동권 보장에 관한 제안’을 제출, 지난 8월말 채택통지를 받아냈다. 12년간의 외로운 투쟁 끝 비로소 첫 단추를 꿰게된 것.
하지만 아이디어 채택으로서 끝은 아니다. 조 씨는 지난 2013년에도 법제처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무대접근성 개선’을 제출, 우수상까지 받았지만, 3년이나 지난 올해 5월에서야 개정된 바 있다.
조 씨는 “이번 제안 채택이 법령개정이 곧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첫 단추를 꿰게되서 기쁘다. 실제 법령 개정까지 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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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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