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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초점 장애인은 엄마 자격 없나요
2017-08-29 09:47:36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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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엄마 자격 없나요] '모성권보호 제도' 선진국과의 우리나라의 차이는 관점

최형창 입력 2017.08.24. 20:06 수정 2017.08.25. 08:08
 
⑤ 〈끝〉 英, 임신 초 '미드와이프' 배정.. 출산 후에도 가사·육아 서비스 / 세심한 배려 속 맞춤형 지원 / 장애 여부 상관없이 관리사 이용 가능 / 6개월 이상 현지 체류 외국인도 무료 / 병원선 휠체어 이동 편한 큰 병실 줘

“간절히 원했던 임신이었지만 솔직히 주위에서 어떻게 볼지 걱정도 됐습니다. 그러나 모두 기우였어요. 부정적인 시선이나 수군거림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적극 도와줬어요. 국가에서도 ‘미드와이프’(Midwife·임산부 관리사)를 지원해 임신부터 출산 후까지 도움을 줬습니다.”

영국인 라우라 힐리커(Laura Hilliker·척추갈림증 장애인)는 24일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중증장애에도 건강하고 예쁜 딸을 낳을 수 있었던 데는 국가와 의료진, 직장 등 지역사회의 세심한 배려와 지원 덕이 컸다며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영국, 임산부별 맞춤형 지원서비스 설계

힐리커는 1년 전 임신사실을 알고 자연분만을 잘 하는 세인트조지병원을 이용했다. 친절하게 여러 검사를 진행한 병원 측은 그의 척추가 굽어 태아가 자랄 공간을 걱정해주면서 단계별로 어떤 의사들과 상담을 받는 게 좋은지 알려줬다.

이후 의사들은 그의 몸 상태 전반을 꼼꼼히 점검하고 나서 출산에 문제가 없다며 안심시켰다. 병원 측은 물리치료사를 통해 출산 전후 받을 수 있는 도움을 안내하고, 복부 압력 저하 방지를 위해 누워서도 몸을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특별 침대를 제공했다. 입원실도 휠체어 이용에 불편이 없고 사적인 공간이 보장된 큰 방이었다. 일반적으로 추가 비용이 많이 드는 병실이지만 장애인에겐 반드시 필요한 병실인 만큼 무료라고 했다.

소개받은 미드와이프는 장애유전 가능성 여부 등 힐리커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상세히 알려주면서 필요할 경우 언제든 연락하라고 비상연락처를 건넸다. 그는 자연분만을 원했지만 아기가 반대 쪽으로 위치해 결국 한 달 반가량 일찍 제왕절개로 낳았다. 병원에 5일 동안 머물렀는데 미드와이프가 곁에서 잘 보살펴줘 안심이 됐다. 퇴원한 후엔 미드와이프가 2∼3일마다 집에 들렀고, 건강관리 전문가들이 찾아와 모녀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적절한 조언과 조치를 해줬다.
2015년 영국 런던 인근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힐리커 부부가 식장에서 두 손을 꼭 잡은 채 서로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이 지난해 생후 2주가 된 딸을 안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얼마 전 온 가족이 공원에 나들이를 가 찍은 기념 사진.
지역사회도 도왔다. 한 복지기금은 부드러운 유아용 침상을 갖추고 리모컨으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이동식 트롤리(카트)를 만들어줘 육아 불편을 크게 덜 수 있었다. 그는 “이웃들은 우리 가족을 응원해주면서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 썼고 직장에서도 내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했다”며 만족스러움을 표시했다.

미드와이프는 영국의 대표적인 모성권 지원 제도다. 영국에서는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임신한 여성들에게 지역별 주치의가 전담 미드와이프를 배정한다. 심지어 6개월 이상 영국에 체류한 외국인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미드와이프들은 3년짜리 관련 학위 과정을 이수하거나 간호사 경력이 있는 전문 인력들로 임신 초기부터 출산 후 한 달 정도까지 임산부 건강 관리와 가사·육아 활동 등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임산부별 욕구와 도움이 필요한 영역을 상의한 뒤 적절한 서비스 내용을 설계한다.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현지 여성과 결혼해 4년 전 아들을 낳은 최모(34)씨는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임산부별 건강 상태와 형편에 맞춰 제공해주는 공적 서비스 수준이 높아 정말 놀랐다”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도 이런 부분은 본받아서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주요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관점 문제

물론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다. 다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법률과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때 최대한 장애인의 입장과 관점에서 접근하고 정책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시스템이 촘촘하다는 게 우리와 차이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컨대 아일랜드는 보건의료 및 사회서비스 지침 주요 내용을 정하면서 임산부의 특성과 욕구에 맞는 모성서비스 제공을 우선시하도록 했다. 가족과 보조인이 있더라도 서비스 이용자 본인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게 하고, 의료현장에는 장애 유형별 특성에 맞춰 진료하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다.

미국도 여성장애인과 중증질환을 앓는 여성용 민간 의료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제정, 편견과 정서적 결핍 등을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와 여성장애인이 고려해야 할 피임법, 임신 중 주의해야 할 합병증 정보 등을 제공토록 하고 있다. 장애인 보호·지원 법률 자체는 번지르르한데 행정편의주의적이거나 기계적·형식적으로 지원사업을 펼치는 우리나라와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여성장애인 임신·출산·양육 지원 조례’ 제정에 앞장섰던 조승현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전국에서 여성장애인이 가장 많이 살고 조례까지 만든 뒤에도 모성권 향상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경기도 사례에서 보듯 결국 (우리나라는) 정책 책임자들의 철학과 의지가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