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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초점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한 명 때문에 시설을 설치하느냐" .. 갈 길 먼
2017-04-20 16:02:53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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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한 명 때문에 시설을 설치하느냐" .. 갈 길 먼 '교육 평등권'
박찬준 입력 2017.04.19. 19:12 수정 2017.04.20. 00:29


(4회) 학교에서 외면받는 장애 청소년

“다 나으면 와.” 송모(20·여)씨는 4년 전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3개월 만에 질병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당시 학교의 교장은 송씨가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 나으면’ 학교에 돌아오라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등이 없어 휠체어를 탄 상태로는 학교에 다닐 수 없으니 그만두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송씨는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학교도 비슷할 것 같아 전학도 포기하고 자퇴를 택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만난 또래의 척수장애인들도 모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송씨는 “한국 사회는 척수장애인이 학교를 다니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송씨처럼 학교에 다니다 장애를 갖게 된 청소년 척수장애인들은 대부분 자퇴를 선택한다. 미흡한 편의시설과 장애를 향한 편견이 이들의 등을 학교 밖으로 떠민 것이다.


◆부족한 장애인 편의시설척수장애인은 팔이나 다리를 쓰기 어려울 뿐 인지능력은 척수 손상 이전과 다르지 않아 특수교육이 아닌 일반교육 대상자다. 시설만 잘 갖춰져 있다면 다니던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만난 척수장애인 중 청소년 때 장애를 갖게 된 이들은 모두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설 부족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2011년부터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교내에 휠체어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1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2200개 초·중·고교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85% 수준(2015년 기준)이다. 통계만 보면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는 통계적 착시다. 조사는 해당 학교에 편의시설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가 아닌, 해당 시설이 ‘있는지’만 고려하기 때문에 현장의 체감 설치율과 괴리가 있다. 예를 들어 경사로가 학교에 단 1개만 있어도 그 학교는 해당시설이 ‘설치된 곳’으로 기록된다. 편의시설은 특수학급 위주로 설치되거나 실효성 없게 설치된 것도 많아 척수장애인이 학교생활을 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일보 취재진이 서울 중·고등학교 10곳에 척수장애인이 전학 가도 되는지를 물었을 때 흔쾌히 ‘괜찮다’고 말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대부분 “논의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하거나 “휠체어로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한 학교 관계자는 “어떻게 한 명 때문에 시설을 설치하느냐”며 “시설이 잘된 학교를 찾아가야지, 모든 학교를 고쳐 달라는 건 이기적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교란 지식을 배우는 곳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청소년 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밀려나는 경험은 이들에게 사회적 차별을 실감하게 한다.

◆편견도 높은 벽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시선도 척수장애인들이 학교를 등지는 이유 중 하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다이빙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김모(24)씨는 복학 후 학교 측의 배려로 1층에 있는 교실을 배정받았다. 문제는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때였다. 6학년 교실이 모두 3층에 있었다. 김씨는 1층에 있는 교실을 계속 쓰고 싶었지만, 같은 반 학부모들은 ‘6학년이 다같이 모여 있어야 공부에 도움이 된다’며 반대했다. 김씨는 “‘한 명 때문에 교실을 못 옮기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해 상처가 됐다”며 “엄마가 매일 업고 3층까지 올라갔고, 중학교부터는 검정고시를 봤다”고 말했다. 이밖에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아이들이 놀릴 것 같아 학교에 다닐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상대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을 보다 많이 이해하면 장애인과 잘 지낼 수 있는 효과도 있고, 본인이 중도장애인이 됐을 때 자신의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장애인도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원문:  http://www.segye.com/newsView/20170419003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