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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에너지신문] LPG 논할 때 장애인을 잊지 말라
2017-07-05 09:51:32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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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 LPG 논할 때 장애인을 잊지 말라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
 
2017년 07월 03일 (월) 13:27:10 에너지신문 energynews@i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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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신문] 요즘 제3차 세제개편을 통한 경유값 인상 논란이 한창이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서둘러 수송용 에너지 세제개편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방침을 발표하고는 ‘풍문’이란다. 정부는 그저 언론의 호들갑일 뿐이라고 일축해버렸다. 그럼에도 그 대답이 왠지 미덥지 않다.

이렇게 미심쩍은 기분이 드는 것은 이번 논란에서 LPG 관련 내용이 쏙 빠졌기 때문이다. 또 애초에 7월 4일 조세재정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이 발표 예정인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 방안'의 얼개가 알려지면서 이번 논란이 촉발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는 법이다.

LPG 연료용 자동차 규제가 시작된 것은 1982년이다. 처음엔 택시에만 사용이 허용됐고, 이후 국가유공자 및 장애인, 1t 이하 소형화물차, 출고 5년을 초과한 중고차 순으로 조금씩 완화됐다.

당시에는 장애인의 이동권이 권리가 아닌, 비장애인의 배려였기에 장애인까지 LPG 연료용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었다. 장애인이 버스를 타려면 버스운전수의 노골적인 눈총을 받아야 했고, 끝 간 데 없이 깊은 계단을 아슬아슬하게 내려서야 겨우 지하철을 탈 수 있었던 시대였다.

장애인에게 안전한 이동의 시작은 어쩌면 장애인용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였고, 더불어 저가(低價)의 LPG 연료 사용을 장애인에게 허가한 덕분이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당시 정부의 이러한 선택은 ‘장애인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로써의 이동권(Rights to Mobility)’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라기보다는 장애인에 대한 시혜와 배려, 물리적 환경 개선을 추동할 재원마련의 버거움에서 비롯된 미봉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LPG 연료 보조금 정책은 2006년 장애인복지예산의 절반을 좀먹는 괴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축소되기 시작해 2010년 6월 30일로 역사 속으로 가뭇없이 사라졌다.

당시 정부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획기적인 대중교통 체계를 약속했지만, 현재에도 대중교통을 통한 장애인의 이동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인지 장애인용 자동차는 장애인의 이동권 측면 부분에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가구 중 차량을 소유한 비율이 52.2%(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달한다. 이는 장애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된 교통수단에서 자가용(32.8%)이 가장 많다는 것과 맞닿아 있다. 또한 차량의 용도를 보면 출퇴근용이 51.5%, 사업용이 8.7%로 대부분 생업용이다.

또한 차량의 연료 유형으로 보면 LPG가 42.9%로 가장 많고 휘발유 30.0%, 경유 27.2% 등이다. 2011년 실태조사에 비해 휘발유ㆍ경유차량은 늘고, LPG의 비중이 떨어졌는데, 이는 타연료와 LPG연료의 가격차가 줄어든 마당에 굳이 휠체어나 기타 보조기기를 싣기 불편한 LPG 차량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경유세 인상이 서민경제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논란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도 LPG세율 인상 문제는 빠져있다.

경유세가 오르면 LPG세도 조정이 있을텐데 모두들 모르쇠다. 만약 LPG세가 현상유지 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겠지만 늘어나는 LPG사용량을 대비해, 증세를 위해 LPG세를 올린다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생각해볼 만 하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비는 100:86:53이다.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LPG세의 인상은 장애인의 이동권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은 불 보듯 자명하다.

우리나라 장애인 중 장애로 인해 비장애인 보다 추가비용이 드는 비율은 75.3%이다. 이들의 추가비용은 월평균 총액은 16만 4200원이며, 이 중 교통비가 두 번째로 많아 월 2만 5600원이 더 든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절반에 불과한 소득수준으로 살면서 장애로 인해 추가비용마저 드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LPG세의 인상은 어쩌면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하는 장애인 이동권의 또 다른 족쇄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당국자들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