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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초점 [연합뉴스]<국내 에이즈 30년> ① 첫 환자 건강유지…이젠 '만성질환'
2015-07-01 09:19:59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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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에이즈 30년> ① 첫 환자 건강유지…이젠 '만성질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 증가세…한해 1천명 넘어
만성질환처럼 관리되지만 치료백신은 요원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지난 6월 29일은 국내 첫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가 발생한 지 만 30년이 되는 날이었다.

30년 전 에이즈의 공포는 전 국민을 공포감 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 당시 에이즈 환자는 감염경로와 상관없이 조기사망을 불러오는 불치의 병이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부도덕한 행동을 했다는 사회적 손가락질까지 감내해야 했다. 초창기 에이즈에 대한 이런 공포감과 오해는 일반 대중의 행동을 지배했다. 에이즈 환자와 악수만 해도 병이 옮을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 에이즈 환자는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될 존재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보건당국과 에이즈 환자단체 등에 따르면 국내 첫 에이즈 환자는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첫 환자뿐만 아니라 이후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상당수도 건강에 큰 이상없이 생활하고 있다는 게 보건 당국과 환우회 단체의 설명이다.

'20세기 흑사병'이나 '타락한 인류를 향한 조물주의 저주'로 묘사됐던 초창기의 에이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에이즈의 만성병화'를 꼽는다. 에이즈가 이미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만성질환처럼 약물 등을 통해 적절히 관리가 가능해짐으로써 사망이나 치명적 합병증 발병위험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 증가세…한해 1천명 넘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말 기준으로 집계한 '에이즈 현황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인 'HIV'에 감염된 사람은 지금까지 8천6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다수(92.1%)는 남성이다.  

2013년 한해만 1천114명(내국인 1천13명)의 HIV 감염 사례가 신고됐는데, 모두 성 접촉으로 옮은 경우였다. 혈액제제와 수혈에 따른 HIV 감염은 각각 1995년, 2006년 이후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 

연령별로는 20대 감염자(28.7%)가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24.1%)·40대(21.6%) 등의 순이었다. 

에이즈 감염 환자를 연도별로 보면 2004년에는 610명이었다가 2006년 749명, 2008년 797명, 2011년 888명, 2013년 1천114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학회에 따르면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질환은 특정 부위에 흰색 솜이 덮인 것처럼 보이는 칸디다증(16.1%)이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결핵균 감염(12.4%), 주폐포자충이라는 기생충 감염에 의한 폐렴(11%), 신경계 질환이나 정신지체, 동맥경화 등을 일으키는 거대세포바이러스(CMV) 질환(4.7%), 대상포진(4.0%) 등의 순이다.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으로 진단됐을 당시 13.8%는 에이즈 발병 상태에 있었는데 가장 흔한 에이즈 증상은 주폐포자충 폐렴(60.3%)이었다. 이어 결핵균(33.1%), 식도 캔디다증(25.2%) 등의 순으로 많았다. 

 

◇ 국내 첫 에이즈 환자…30년 지난 지금도 '건강'

보건당국이 파악하는 국내 첫 에이즈 환자는 올해로 55세인 A씨다.

A씨는 25세이던 지난 1985년 해외에 근무하던 중 동료에게 헌혈을 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HIV 감염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에이즈 감염 판정을 받은 뒤 곧바로 귀국했으며 보건당국은 '1호 환자'로 공식 확인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지 30년이 지났지만 항레트로바이러스(칵테일)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 A씨는 현재도 건강한 유지하고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A씨는 가장 최근의 건강검진에서도 건강상태가 양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A씨와는 다른 사례지만 HIV 감염자가 면역력 증강식품을 통해 25년 넘게 에이즈 발병이 억제되고 있는 연구결과도 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조영걸 교수팀이 2012년 국제학술지(AIDS Research and Human Retroviruses)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에이즈 치료제 복용없이 면역력 증강식품만 장기간에 걸쳐 복용한 에이즈바이러스 감염자 3명이 당시 기준으로 20~25년째 에이즈 발병이 억제되고 있는 나타났다. 

논문을 보면 이들 환자의 에이즈바이러스 감염 공식 진단 시기는 각각 1987년, 1988년, 1992년이다. 이들은 바이러스 감염 진단 이후 치료제는 일절 복용하지 않은 채 면역력증강식품인 홍삼 500㎎ 캡슐을 매일 12개씩 먹었다고 조 교수는 논문에 보고했다.

논문대로라면 87년 에이즈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받은 환자의 경우 25년 이상 에이즈 발병이 억제되고 있는 셈이다.  

조 교수는 이 같은 효과가 해당 식품에 들어있는 특정 성분이 다른 항바이러스 약물처럼 에이즈바이러스 유전자에 결함을 유발해 에이즈로의 진행을 억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 만성질환처럼 관리되지만 치료백신은 아직 요원

초창기 불치의 병으로 알려졌던 에이즈 감염자가 A씨처럼 30년 넘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3~4개의 항바이러스제를 섞어 처방하는 '칵테일 요법'이 등장한 덕분이다.

HIV는 보통 약제에 대한 내성으로 돌연변이가 잘 생긴다. 특히 한 가지 약물만 처방했을 경우에는 내성 때문에 치료에 실패하기 쉽다. 때문에 HIV를 치료할 때는 3~4개의 약을 동시에 투여해 내성 돌연변이의 출현을 억제하는데, 여러 개의 약을 섞어서 복용한다고 해서 칵테일요법이라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꾸준히 관리하고 치료를 잘 받는 에이즈 감염인들은 몸이 다시 건강해지고, 기대 여명이 비감염인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제 에이즈는 당뇨나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해졌다"면서 "항바이러스 약물을 여러개 섞어서 복용하는 칵테일 요법으로 꾸준히 치료하는 게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치료제는 에이즈 원인 바이러스를 죽이는 게 아니고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다시 바이러스 숫자가 증가해 평생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점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의대 댄 바루크 교수팀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원숭이면역결핍바이러스(SIV)에 감염된 원숭이들에게 항바이러스제를 6개월동안 투여한 뒤 약물치료를 중단하자 모든 원숭이들에서 바이러스가 재검출됐다.

이런 문제는 에이즈 환자 치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이즈 환자들은 항바이러스제의 등장으로 만성병처럼 관리하며 거의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지만,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바이러스가 재검출된다는 게 현재 의학계가 직면한 숙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HIV에 감염된 채 태어난 아기가 약물치료로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약물치료를 중단하자 얼마 후 이 어린이의 혈액에서 다시 HIV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에이즈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이 지속하고 있지만 상용화된 백신은 아직 전무한 상태다. 최근에는 에이즈백신 연구의 선두 주자인 다국적제약기업 머크사가 개발하던 백신이 임상2상 시험 단계에서 중단되면서 이에 따른 여파로 에이즈 백신 연구자체가 주춤해졌다. 신규 예정됐던 임상시험마저도 개시가 중단되는 등 백신 개발의 꿈은 아직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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