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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든 이 사진.
믿어지지 않지만 대학 1학년 학생이 또래 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생긴 멍 자국입니다.
같은 기숙사를 쓰는 가해 학생들에게 며칠 동안이나 감금-폭행을 당했다는 이 학생.
피해 학생은 발달 장애를 앓아 또래 학생들보다 키도 작고, 또 힘도 약한 학생이었습니다.
대체 대학 안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건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믿을 수 없는 폭력 사건이 일어난 건, 경북에 있는 한 대학입니다.
<녹취> 재학생(음성변조) :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보죠. 합의 같은 것 필요 없고, 그냥 처벌받아야 될 것 같아요."
또래 학생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1학년 학생 김모 군.
김 군을 기억하는 학생들은 김 군이 조용하고 예의 바른 학생이었다고 했습니다.
<녹취>재학생(음성변조) : "좀 아이들이랑 말도 잘하고, 인사도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착한 학생. 매일 저기 소파에 앉아서 휴대전화 노래 틀어놓고 있었어요. 항상."
그런데 그런 김 군의 모습을 얼마 전부터 보기가 어려웠다고 했는데요,
<녹취> 재학생(음성변조) : "(6월) 십 며칠 기말고사 시작하기 전부터 아예 안 보이더라고요. 항상 보였는데. 눈치를 못 채고 있었는데……"
기말고사를 앞두고, 돌연 사라졌다는 김 군.
대체 김 군에게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지난 주말, 취재팀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김 군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김 군.
처음 병원에 왔을때, 김 군의 몸은 성한 곳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녹취> 염선철(김 군 담당 주치의) : "(김 군의) 전신에 피하출혈이 다 번져있는 상태였고, 환자가 정신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상태로 복부와 등 뒤쪽으로도 멍이 굉장히 심한 상태여서 내부 장기 파열로 인한 혈복강도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 충격도 심각해 보였습니다.
<녹취> 김00 (피해자/음성변조) : "잘 때마다 그 아이들이 내 꿈에 나타나서 때리는 장면 있잖아요. 그것이 다시 재현되니까 자면 깨요."
김 군이 이런 심한 폭행을 당한 건,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던 지난 14일로 거슬러갑니다.
그날은 김 군이 친구를 따라 양파 밭으로 아르바이트를 간 날이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양파망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고 친구한테 말했어요. 그런데 (가서) 알고 보니까 한 망 당 110원씩이에요. (하루 종일) 제가 양파 다섯 망을 옮겼으니까 (일당으로 받은 돈이) 550원이죠. 돈을 벌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사실 김 군은 8년 전 받은 뇌종양 수술로 발달 장애를 얻어, 150센티미터가 안되는 키에, 체력도 약해 힘든 밭일은 애당초 무리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김 군이 왜 시험까지 코앞에 두고, 무리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걸까?
이제부터 믿기 어려운 대답이 나옵니다.
<녹취> 김00(음성변조) : "아이들이 저한테 ‘형 치킨 사줄래요? 아니면 맞을래요?’ 이래요. 저는 치킨 사 준다고 했죠. (내가 돈이 없으니까) 그러면 자기들끼리 돈 빌려요. 돈은 나한테 갚으라고 하고. (그렇게 반복되니까) 3만 원이 6만 원이 됐어요."
아이들, 그러니까 기숙사를 함께 쓰는 동급생들로부터 거의 반강제로 치킨값을 떠맡게 됐다는 김 군.
그걸 갚기 위해 양파밭에 아르바이트를 갔지만, 결국, 돈을 벌지 못했고, 이후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양파 밭에) 갔다 왔는데 친구(기숙사 동급생)가 불러요. 돈 어딨느냐고 물어봐요. 돈 못 받았다고 했어요. 일단 따라와 보래요. 왜? 물어보니까 (다른 사람 일당이) 7만 원. 10만 원인데 (저는) 거짓말 한 것이 된 것이고. 거짓말을 했다고 구타하고……"
동급생들의 폭력은 가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녹취> 김00 (음성변조) : "회초리로 무릎 꿇고 있는데 여기 때리고, 등 때리고 엉덩이 때리고 여기 옆에 발로 차가지고. 맞은 것 밖에 기억이 안 나거든요."
14일 밤부터 시작해 18일 새벽까지 무려 닷새동안, 가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5명의 동급생이 돌아가며 김 군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폭력의 수위도 도무지 학교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 여기기 어려울 정돕니다.
<녹취> 김00(음성변조) : "아 소리 지르니까 소리 지르지 못하게 입에 수건 물리고, 이 상태에서 수건을 (물에) 적시고 나서 말아요. 이렇게 해서 테이프로 감아요. 무릎 꿇고 싹싹 빌었어요. 더 심하게 때리고 다시 주저앉아서 더 빌었어요."
기말고사를 보러가게 해주긴 했지만, 김 군의 일거수일투족을 종이에 적게 하게하고, 폭행이 시작되면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마시는 것 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녹취> 김00 (음성변조) : "무릎 꿇고 앉아서 물도 못 먹고, 대소변도 못 보고 밥도 못 먹고 다 못했는데, 일요일 (가해 자가) 저한테 말했거든요. ‘지금부터 다른 사람한테 말하거나 그러면 내 귀에 들렸다 하면 너는 죽는다.’ 그것이 두려워서 (아무 말도) 못 했어요."
게다가, 가해 학생들의 폭행이 시작된 다음날인 지난 15일.
<녹취 > 김진규(김 군 아버지) : "월요일 아침에 10시에 전화가 온 거예요. ‘여보세요’ 하니까 아들이 아니고 ‘아버님 저 00 친구입니다’ (해요.) 00가 돈을 6만 원 빌렸다 이거예요. 갚으라고 전화가 온 거예요. 아들 휴대전화로. 알겠다고 해서 제가 4시에 10만 원을 보내줬어요."
돈을 받아내기 위해 아버지에게까지 전화를 했다는 가해 학생들.
그렇다면, 애초 폭행의 빌미가 된 ‘치킨값’은 이때 이미 해결된 셈이었지만, 이후로도 18일까지 나흘 동안이나 이유도 불문명한 폭행이 계속된 겁니다.
이들의 잔혹한 폭력은 가해 학생들이 방을 비운 18일 오전 10시쯤 김 군이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면서 겨우 마무리됐습니다.
<녹취 > 김진규(김 군 아버지) : "버스 타고 출발하면서 다리하고, 팔 사진 두 장을 찍어 보냈더라고요. 아이고 상처가 심하더라고요."
아들을 만나 온몸의 상처를 보게 된 아버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김 군은 이번 뿐 만 아니라 지난 4월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려왔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진규(김 군 아버지) : "어휴 뭐라 말할 수가 없고요. 제가 아프더라고요. 몸이. 이것이 피가 역류한다고 하죠. 그 정도로 맞았으면 아이가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내가 못 지켜줘서 눈물이 자꾸 납니다."
경찰은 즉시 가해학생 5명을 입건해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박신종(경산경찰서 형사과장) : "(약한 학생을) 보호해주고 해야 할 친구들이 그런 약점을 잡아서 자기들 험담을 했으니까 왜 그랬는지 이야기를 하라 그래서 감금을 했고, 못 나가게 했고 폭행을 했다 그런 식의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기숙사 관리 책임이 있는 학교 측은 부랴부랴 사건 수습에 나섰습니다.
<녹취> 대학 관계자(음성변조) : "(대학에서) 어떤 경우에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사실이고요.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가지고 경찰 수사가 곧 마무리된다니까 대학에서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취재팀은 가해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려 했지만, 모두 연락이 되질 않거나 취재를 거절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에게 공동 폭행과 감금, 공갈 등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고, 관리 감독 기관인 대학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할 방침입니다.